‘소통과 책임정부’ 기대감 존재하지만, 청와대-정부 ‘친박 독주’ 가능성도

1기 박근혜정부를 파탄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개월 만인 16일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은 험한 진통 끝에 ‘황우여-최경환’ 친박 친정체제 구축으로 마무리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동안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당을 ‘친박 친정체제’로 이끈 장본인들인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내정자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기 내각에서 ‘세월호 참사’ 후 제기된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의 두 축인 ‘국가혁신’과 ‘경제활성화’를 각각 맡아 진두지휘하게 됐다.

지휘계통상 정홍원 국무총리가 상부라인이지만 이는 형식적일 뿐 ‘최경환-황우여 체제’가 2기 내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사실상 ‘의전 총리’ 이상의 임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적임자를 물색했지만 찾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유임시켰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정 총리의 정부부처에서 리더십이 거의 무너진 상황이다. 당연히 ‘식물 총리’에 가까운 정 총리의 이러한 한계를 메우는 것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와 손발이 맞는 ‘최경환-황우여 체제’가 담당할 것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2기는 17개 부처 중 사회부문은 황우여가 경제부분은 최경환 장관이 나누어 맡고 외교안보분야는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의 경우 국무총리실이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뿐이다.

이러한 ‘최경환-황우여’의 친박 친정정부의 출범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의도한 기획에 따른 것은 아니다. 지난 2달 동안의 정국변화의 소용돌이에 밀리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때그때 상황을 맞춰 적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측면이 더 강하다.

애초 2기 내각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상은 확고한 ‘청와대 주도’였다. 이는 지난달 있었던 청와대와 정부 인적개편에서 잘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치인 출신은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최경환 의원을 부총리에 등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안대희-문창극 낙마는 ‘청와대 주도’의 2기 내각 구성에 차질을 빚게 했고 여기에 김명수 전 후보자의 낙마까지 겹치면서 ‘최-황 친정체제’가 급조된 면이 강하다.

그리고 이를 독촉한 것은 7.14 새누리당 전대에서의 ‘친박 몰락’이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선택과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지도부에 입성하지도 못한 것은 ‘당청 수직관계’의 종언을 의미했다. 이러한 상황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 하여금 ‘정부’라도 지키자는 의미로 ‘최경환-황우여’ 방어선을 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책임정부’ 기대감 존재, 박대통령의 만기친람 리더십 변화에 달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는 ‘최-황 체제’의 2기 내각은 1기와는 다른 면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소통정부’와 ‘책임정부’ 구현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 1기의 상징인 ‘무능’을 극복할 책임이 ‘최-황’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정 총리 체제의 1기 내각은 오직 박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보고 일했다면 2기는 당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1기 내각에도 정치인 출신으로 유정복 전 안행부장관이나 진영 전 복지부장관이 입각했으나 이들에게 당정소통의 역할을 미미했고 청와대의 의중과 지시만이 중요했다.

진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파열음을 내며 스스로 사퇴했다. 당시 당은 ‘황-최 체제’를 통해 청와대가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해야 할 몫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청와대는 당을 직접 통제할 형편이 못된다. 김무성 대표의 경우 김기춘 비서실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을 뜻을 당에다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 김 실장의 입김은 친박지도부가 포진해 있던 1기 때보다 현저히 약화됐다. 박 대통령 또한 7.14전대에서 드러난 당심(黨心)에 반하면서까지 수직적인 당청소통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도 없다.

따라서 ‘최-황 체제’는 변화된 당청관계를 반영해 정부쪽을 대표해 당과의 소통과 견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2기 내각이 당-정-청 소통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경우 여권 내에서의 ‘소통정치’ 개화(開花)가 ‘최-황’ 쌍두마차에 달린다는 의미이다. 1기 내각이 정치권과 담을 쌓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면모로 갈 가능성이다.

다음으로 ‘받아쓰기 내각’이란 오명을 얻고 물러난 1기 내각과는 달리 ‘책임정치’를 구현할 것인가도 과제이다. 자기 소신이 강한 정치인 출신이라 ‘책임정치’를 이행할 여지도 크다. 게다가 ‘국가혁신’과 ‘민생과 경제’란 국정운영의 두 축을 각각 맡은 것도 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 또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책임정부’를 구상하고 사회부총리를 신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황’ 쌍두마차가 이러한 기대에 맞게 지난 3달간 식물상태의 정부를 원상회복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관피아 척결’ 등 ‘국가혁신’의 길로 몰아갈 수 있게끔 힘을 부여한 셈이다.

그러나 ‘최-황 체제’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불안감 또한 크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소통정치’과 ‘책임정부’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권내 ‘소통’과 야권과의 ‘소통’의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최-황’이 나서서 정부 차원의 ‘소통’을 진척시킬 방법이 없다.

‘책임정부’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이 걸림돌이다. 지금도 부처의 과장급 인사도 장관이 책임지고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책임정부’가 되기 위해선 ‘책임’에 앞서 ‘권한’이 보장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이를 막아왔다. 박 대통령의 변화가 없이는 ‘최-황 체제’의 ‘책임정부’ 구현은 공염불에 가깝다.

‘최-황 체제’ 청와대-정부의 ‘친박 독주’ 가능성도

마지막으로 청와대-정부의 ‘친박 독주’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는 ‘최-황 체제’가 ‘국가혁신’과 ‘경제활성화’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인 출신의 부총리 입각에도 불구하고 여야와의 ‘소통’보다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논란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른바 ‘최경환노믹스’가 대표적인 상징이다. 가계부채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지표라도 높이겠다는 최 장관의 ‘모험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감세를 고집하면서도 국가재정적자를 키우는 ‘예산 운영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최-황 체제의 내각’이 여권 내 ‘소통’, 여야간 ‘소통’보다는 과거와 같은 ‘친박’ 친연성에 더 큰 비중을 둘 경우 정책적 ‘모험주의’의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 대통령이 만기친람 리더십을 고수하고 ‘최-황’ 쌍두마차가 과거 당 대표, 원내대표 시절처럼 이를 따르는데 충실할 경우 ‘모험주의’의 토양은 더 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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