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새 경제팀이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 도입안을 발표하고 향후 기업들이 쓰지 않고 쌓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지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이익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나 배당에 쓰지 않으면 나머지 이익금에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 임금이나 배당 등으로 이익금을 쓰면 정부가 세제상의 혜택을 주지만 그렇지 않고 돈을 사내에 쌓아두면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들어가게 만들어 근로자들의 소비여력을 확충, 이를 시장으로 이끌어내 죽어있는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물론, 조세전문가들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중과세, 국가의 경영간섭, 투자위축 등 시행 전부터 다양한 문제점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 이번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기업소득환류세제란? =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쓰지 않고 모아둔 유보금에 대해서만 과세할 방침이다. 현 시점에서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돈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투자 등에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2년 이내에 사용한다면(적립금)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때문에 사내유보금에 실질적으로 과세되는 시기는, 내년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할 경우 오는 2017년이 된다.

아울러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기업·중견기업만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아직 과세표준 계산에 적용될 투자액, 임금증가액, 배당액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나오지 않았지만 세율은 10~15% 수준의 단일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저항을 줄이기 위해 과세표준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도 모색 중인 상황이다. 

□ "기업소득환류세제, '피터팬 콤플렉스' 부추길 것" =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정부는 기업의 자금을 자연스럽게 가계로 스며들게 해 내수를 진작시키려는 것이지 세수확보 목적이 아니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선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세대상에서 중소기업이 배제되고 있어, 특혜의 단맛을 버리기 싫은 중소기업들이 성장을 의도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과세대상 기업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기업 성장을 스스로 제어하는 '피터팬 콤플렉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에 대해 "과세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완전히 배제할 것이 아니라 낮은 세율을 적용해서라도 과세대상에 포함시켜 기업규모 간 세부담의 격차를 축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김학수 연구위원은 "이번 과세안의 정책목표는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해 내수를 활성화시켜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지만, 배당의 경우 중산·서민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제도의 수혜자는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된 우량기업들의 종사자와 주주로 한정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승재 경북대 교수 역시 "이번 도입안이 과연 입법 목적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뒤 "임금인상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나 받을 텐데 1억원 받던 사람이 2억원 받는다고 소비를 얼마나 늘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당도 마찬가지로 10만주, 100만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를 늘려 내수를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 이재수 과장은 "과세에 따른 기업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오히려 투자가 위축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뒤 "기업마다 적정 사내유보의 규모,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정부안은 기업환류세제라는 명목으로 또 하나의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 상태로 보면 이중과세"라며 "차라리 기존 법인세율에 추가적으로 2~3% 높여 과세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이중과세 논란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차후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승재 경북대 교수 역시 "이중과세 문제로 위헌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쳐도 법인세를 올리려면 정면으로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 기업환류세제니 뭐니 할 게 아니라 정확히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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