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일 수도, 상대 인정과 열린 소통 필요”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 피플>은 지난 7월 25일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 연구위원을 모시고 최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현안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백학순 수석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한미일 해상군사훈련에 반발하여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북한 나름의 위기의식의 발로와 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 해상 합동 군사훈련이 방어목적이라고 하지만 핵을 탑재한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입항하는 등 북한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백 연구위원은 정작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3년 3~4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시기에 1994년 제네바 북미기본합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른 ‘핵무기 사용과 사용 위협 금지’라는 금기가 북미 간에 깨어지고, 한반도에 ‘핵전쟁’ 위협이 본격화된 것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온갖 외교안보 문제점 등 우리 국민들이 그 전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평화를 지키는 것이야 말로 대외정치에서의 최고 가치인데 박근혜 정부가 이 문제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의 오바마 정부나 박근혜 정부 공히 그렇게 강조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데 마치 북한과의 관계를 마치 ‘상대방이 없는’ 관계인 듯 대하는 태도로는 상대방의 반발만 키울 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흡수통일을 전제하는 통일대박론 등에 집착하는 한 임기 내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백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지금이 오히려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발상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북한의 붕괴흡수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화해와 평화정착, 협상을 통한 평화적 통일의 진전을 위해 봉사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작년부터 올해까지 북한과 한미간에 있었던 군사적 긴장과 대치,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을 잘 들었다. 현재도 그 상황의 흐름 속에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생각하고 있는 외교안보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김정은의 외교안보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보다 근본적인 북한의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전략’의 맥락 속에 있는 것인데,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를 겪으면서, 북한은 무엇보다도 미국과 남한,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여 6.25전쟁을 종식하고, 적대체제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미국, 남한,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평화공존의 틀 속에서 경제·통상, 에너지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여 생존하고 발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생존과 발전의 전략이 ‘이행’되지 않으면, 결국 북한은 생존과 발전이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을 이행하는 데는 북한 자신의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한국, 일본 등이 관계되고, 이들 국가는 또 자신의 국가이익과 목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20여 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그 이행 과정은 북한으로서는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 이행 과정이 잘 됐더라면, 지금 한반도는 이미 평화정착도 이뤄지고 북핵문제도 해결되었을 것이다.

새로 권좌에 올라선 젊은 지도자 김정은으로서는 당연히 ‘자신의 영광된 시대’를 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에게는 할아버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자산’은 수령제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자산이 어디에 있겠는가. 수령제 하에서 장성택을 제거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은 ‘수령’으로서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당, 군대, 국가(정부)의 위에 위치하면서 이들 기관들 간의 상호관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고, 구체적인 인물의 등용과 숙청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1956년 ‘8월 종파사건’과 같은 궁정쿠데타 시도가 일어날 수 있는 때도 아니고, 김정은의 ‘절대적인 권위’와 ‘결정적인 역할’이 보장되는 수령제가 자리 잡은 지 벌써 5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은이 물려받은 ‘부채’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제문제와 외교안보문제이다. 경제를 살려서 인민생활향상을 꾀해야겠는데, 대외적인 외교안보 부문에서 꽉 막혀 최근 들어 시도한 개혁, 개방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어떻게 6.25전쟁을 조속히 끝내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할 것인가? 그런데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식으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언제까지 세계 최강의 미국과 생사의 싸움을 지속해야 하나. 이미 30여개가 훨씬 넘는 경제개방구를 지정했는데, 언제 외국에서 투자가 들어올 것인가. 결국 경제를 살리려면, 개혁·개방이 성공해야 하는데, 이것이 성공하려면 외부세계, 즉 미국과 한국, 일본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김정은이 그 동안 발언과 행동을 보면, 이것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더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번 잘못하면 북한의 생존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정책들을 쉽게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김정은으로서는 미국과 남한,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시켜 한반도도 안정화시키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도 안정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작년 6월부터는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서는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아예 공개적으로 호소하면서 미국과 한국에 대해 ‘대화와 평화’의 공세를 취했던 것이다.

북한이 또 미국을 포기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이유가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냉전시대에는 소련과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강대국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양국에 대해 균형정책을 사용하면서(balancing) 그들로부터 ‘경쟁적인 구애’를 받으면서 외교적으로 ‘독립’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 붕괴 후 균형이 깨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커졌다. 60년 북중관계사를 볼 때,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미국을 끌어들여서 중국과 밸런싱을 하려는 것이 북한의 대외적인 생존과 발전 전략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디자인인 것이다. 북한이 김일성, 김정은 시대에도 또 지금도 계속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원하는 이유, 그렇게 하여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현안을 해결코자 애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민족이 분단되어 부딪히고 있으니 화해하지 않으면 한반도를 안정화 시킬 수가 없다. 또 한미양국이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남한의 대북정책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를 안정화시킨 후, 이를 기반으로 미국으로 나아가고 국제사회로 나아가야, 미국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미국과 협상하여 6.15전쟁도 끝내고 평화체제도 수립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최근 북한과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에 합의하는 등 북일관계가 부분적으로 변화 조짐이 있는데? 일본의 입장에서 대북 정책 변화를 시도하는 의미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우리 정부에게 주는 시사점도 있을 것 같은데?

이제까지 일본도 우리처럼 미국 편향 외교를 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부상하면서 일본의 외교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아시아 정책’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중국은 너무 크고 자신들이 통제할 수가 없는 강대국이어서 일본은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적인 규범과 규칙에 따르게 함으로써 중국의 행동을 묶어두려는 노력을 해 왔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최근 박근혜정부를 제외하고는 탈냉전 시대 이후 한국과의 외교는 잘 됐다. 북한과는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자 일본은 즉각적으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여 북일관계정상화 본회담을 8차례나 했다. 그러나 제1차 북핵위기가 발생함으로써 북일대화는 중단됐다. 2000년 들어 한반도에서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북미공동코뮈니케 등의 진전을 보이자, 일본도 북일관계 개선에 나섰고, 2002년 9월에는 김정일과 고이즈미 간에 북일정상회담에 이뤄졌고 ‘평양선언’이 발표됐다. 그러나 아베 제1기 내각이 들어서서 평양선언을 무시했고, 고이즈미의 대북정책을 뒤집었다.

그러나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이룩하지 못하면, 일본의 ‘아시아 외교’는 완성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으로는 작년 3~4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공격 위협에서 보듯이, 일본에 대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본으로서는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관계개선을 하고 국교정상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도 원하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일본과 식민지시대를 청산하면서 거액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일관계정상화, 북미관계정상화 등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서로 주고받기로 한 것들이다. 북한으로서는 북일대화와 관계개선은 미국에 대해 대화하고 관계개선하도록 하는 압력도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5월 하순에 북일정부간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일본 납치자 문제는 핵·미사일문제처럼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해결해야할 영역이 아니라, 북일 양자관계에서 풀어내야 할 일본외교의 고유의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일본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국내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일본인 납치자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사회자도 지적하셨듯이, 아닌 게 아니라, 일본이 자신의 고유영역의 문제인 납치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정부간 합의를 이룩한 것은 우리정부에게도 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남북관계는 우리의 고유영역이다. 우리가 그것을 고유영역으로 중시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면 당연히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지도자가 남북관계를 진정 고유영역으로 인식하고 가능하면 독립적인 부분으로 정책을 취하느냐의 여부다. 미국 유학시절, 중미의 코스타리카 주재 미대사가 수업시간에 와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나의 인식 속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듯이, 니카라구아, 온듀라스, 에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은 소위 미국의 뒷마당(backyard)처럼 생각해서 미국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미 대사의 이야기는 달랐다. 조그만 나라이지만, 그 나라 지도자와 정부가 독립적인 생각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면, 미국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에 큰 한계가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남북관계는 분영 우리의 고유영역인데 박근혜정부는 이를 소홀히 하면서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미국과 공조 위주로만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및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와 핵·미사일 문제에서 공조를 하면서도 일본인 남치자문제 해결이라는 자신의 고유영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일본 리더십과 한국 리더십의 차이점이다. 물론 다른 면에서 보자면, 일본의 아베 총리가 자신의 국내정치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차이는 또한 일본이 강대국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차이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이미 코스타리카 주재 미대사의 말을 통해 지적했듯이, 자기의 고유한 영역에 대한 중시는 나라의 힘의 크기와는 별개로 리더십의 정책적 우선순위와 전략적 판단과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 NSC에서 대북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검토하기 위한 모임이 있었다. 결국 대북정책을 그대로 지속하기로 재확인하고 끝났다. 만일 우리정부가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을 한미양국이 지속한다면, 북핵문제와 북한미사일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그동안 그것을 미국정부에게 설득해왔다면, 4월 중순 오바마정부의 대북정책 검토회의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검토회의가 열린 이유 자체가 2014년 키 리졸브-독수리훈련 영향으로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이었고, 미국의 ‘전략적 인내’, 즉 협상은 없고 압력만 지속하는 정책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만 강화시켜 주는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정부 내에 또한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전략적 인내’는 이미 제1기 오바마정부 시절부터 ‘정책’(policy)이 아니라 ‘태도’(attitude)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오바마정부의 대북정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전략적 인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인내’한다는 것이다. 단지 기술적으로 무엇인가 깊은 전략적 계산하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전략적’이라는 말을 붙였다. 결과적으로 ‘압력만 넣고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바마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지속하겠다니까, 요새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접고 ‘우리는 미국에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인내하겠다’고 되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싱턴에는 오바마정부에 대한 비판 겸 한국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이니시어티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여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 우리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 주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고유영역도 관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의 ‘처벌적’인 대북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기만 하고 있으니, 보수 언론매체가 지배하는 국내정치에서는 여론상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해결이라는 관점에서는 참으로 참담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월 말 박근혜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하면서 두 가지를 얘기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6자 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했다. 또 동아시아 국가들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이는 국가원수로서는 엄청난 발언을 한 것이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막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그것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신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제재를 강화한다는 합의만 했는가. 박대통령이 6자회담 무용론을 이야기하는데, 6자회담 외에 북핵문제를 해결할 대화와 협상의 틀이 또 있나. 6자회담이 무용하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손을 놓겠다는 것인가. 또 핵도미노 현상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이는 만일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과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정책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이 작년 3~4월에 공개적으로 B-52, 스텔스 폭격기, 샤이엔 공격형 핵잠수함 등을 동원한 것도 모두 한일양국이 핵무기를 만들지 말도록 미국이 핵우산 제공의 확약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박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할 때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따져본 후에 의도적으로 한 것인지 의문이다.

- 중국 시진핑 주석이 얼마 전에 다녀가고, 우리는 중국과 경제관계제 등에서 주고받는 문제가 많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너무 대미 일변도로 가고 우리 군이 MD체제로 편입되어 대중봉쇄망의 일원이 되면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중국도 미국처럼 강대국으로서의 관심은 강대국 정치요 강대국 외교이다. 중국이 상대하는 해양세력의 강대국은 미국과 일본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미국과는 다툼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신형대국관계’에 있지만, 일본과는 영토문제로 부딪히고 있고, 북한은 중국의 동맹국이고 남한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런데 옛날에 없던 일로서 현재 남한과 일본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미관계는 기본적으로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친미정책을 쓰는 경우, 그것을 큰 문제없이 이해해왔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초기에 친일정책을 취한 것처럼, 한국정부가 친일정책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정부로서는 도저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정부에 들어서 한일양국이 본격적으로 부딪히고 있느니, 중국에게는 동아시아정치에서 기회가 온 것이고, 그래서 한국을 북한보다 먼저 방문한 것이다. 이에는 물론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을 길들이기 위한 계산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가 안정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미중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남북 간에 군사 충돌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상대방에 대해 대결책을 써서 한반도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결국 각각 남북한의 동맹국들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6․25 전쟁이었다. 중국은 6.25전쟁에서 미국과 싸운 대가로 수십 년 동안 자본주의 민주진영과 등지고 싸우는 비용을 치렀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당장 다오위다오/센카쿠문제로 무력충돌의 위험성이 있지만, 가능하면 무력충돌은 피하면서 아베정부 다음의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일본과 무력충돌을 일으키면, 그것은 당장 미국의 개입을 가져올 것이고 신형대국관계가 깨어지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문제나 일본문제로 미국과 충돌 코스에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김정은과 북한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은 ‘한반도 비핵화’이다. 그래서 중국이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의하고, 단거리 미사일 같은 것을 발사해도 안보리결의 위반이라고 해서 유엔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편을 드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북한이 중국에 대한 비판을 했다. 중국이 줏대도 없이 미국이 북한과 한반도에 대해 하는 것을 알만한 나라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북중양국 모두 북중관계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은 현재의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인다.

중국 입장에게 있어서 현재의 남북관계는 일종의 딜레마다. 아까도 말했지만, 중국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이다. 따라서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에 대해 군사안보 위협을 계속 하고 있고, 남한은 북한의 무력위협에 대해 계속 원점타격, 지원세력 타격, 지휘부 타격을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악화되면,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날 때마다,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크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하고 압력을 가하면서 미국처럼 ‘중국역할론’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체신머리도 없지, 국제사회에 가서 무슨 짓이냐’는 식으로 박근혜정부를 비판한다. 중국은 한중정상회담 직후 나오는 공식문서에서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한다고 하고, 박근혜정부는 그것이 대중외교의 성과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문서에 나와 있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시진핑 주석이 실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는 다음과 같은 주문과 압력일 것이다. 남북한이 대화를 하라. 당신들이 우리에게 북한에 대해 압력을 넣어달라고 하는데 남북이 대화가 이뤄져야만, 우리도 당신들을 도와 북한에게 압력을 넣을 수 있을 것 아니냐. 남북한이 대화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북한에 압력을 넣을 수 있겠냐. 시진핑이 이번에 서울에 와서도 똑같이 그런 얘기를 똑같이 했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남한정부가 미국주도의 MD에 공식 참여하여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 대항하는 군사안보체제에 합류한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미관계는 동맹관계라서 한국의 MD 합류에 대해서 중국으로서는 이것을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지속적으로 그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주지시키는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다가 만일 남한의 대북정책이 점점 강경책으로 변하여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시도를 명확히 하면서 북한에 대해 위협을 증가시킨다거나, 한국이 일본과 다시 가까워져서 한일양국이 공동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인적교류, 경제·통상 부문에서부터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러한 상황을 가능하면 회피하고자 하고, 또 한국이 일본과 부딪혀주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한중간에 한국의 MD합류 결정을 크게 문제 삼아 중국이 한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공식적으로 MD에 합류했기 때문에 우리가 향후 본격적으로 MD체제를 강화해 가게 되면, 중국의 반대는 더욱 더 두드러질 것으로 생각된다.

- 백 박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과연 이 정부가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방책이 없지만 외교에 있어서도 아무런 전략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데?

대북정책이나 대일정책도 마찬가지이지만, ‘상대방이 있는 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관계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정책을 취해야 한다. 만일 ‘상대방이 있는 관계를 상대방이 없는 관계로 규정’하고 정책을 쓴다면, 우리가 상대방에 대한 정책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목표를 갖고 그것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협력을 얻을 수 없어 우리의 정책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지고, 그러한 정책은 ‘국내정치용화’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수없이 봐오지 않았나. 남북관계에서는 이명박정부가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북한급변사태론, 북한위기론에 의거한 북한붕괴를 추구했고, 그것이 잘 되지 않자 통일준비론을 내세우면서 통일부장관이 TV에 나와 통일항아리를 굽는 비주얼을 보여주면서 국민을 오도했고, 박근혜정부가 통일대박론을 앞세움으로써 신뢰프로세스는 사라지고 북한붕괴흡수통일을 통한 통일대박 추구가 대북정책의 기조가 되고 있지 않은가.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일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관계인데, 상대방이 없는 관계인 것처럼 관계를 규정하고 대결정책을 쓰고 있지 않나. 일본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일본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우리가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 대화하고 협상해서 합의를 만드는 일이 왜 중요하느냐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호간에 서로 중시하는 가치와 이익을 알게 되고, 또 상호 타협하여 윈-윈의 자세로 합의를 만들어내면, 그 합의와 그것의 이행은 향후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서 상대방에 대한 통제 메커니즘이 되기 때문이다. 외교관계 같이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는 절대로 완승, 완패가 있을 수 없으며, 완승을 원한다고 해서 완성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일본과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아베정부가 한국의 통제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자기들 맘대로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교과서를 개정하여 가르치고 고노담화를 부인하려고 하지 않는가. 교과서 같은 것은 한번 개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어찌할 것인가. 박근혜정부의 대일외교의 실패는 나중에 역사에서 한국의 역대정부 정책 중 가장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쟁이 아닌 이상, 상대방이 있는 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관계로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적인 남북관계와 대일외교의 출발점이다. 현실주의 외교의 창시자 중의 하나인 한스 모겐스(Hans Morgenthau)는 이미 1940년대에 쓴 자신의 저서에서 외교에 성공하는 9가지 원칙을 결론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두 가지를 예를 들자면, 외교를 십자군전쟁의 정신, 즉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다’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의 국가이익을 보는, 즉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외교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모겐소의 책은 요새도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고전 중의 하나로 수업시간에 공부하는 책이다. 

- 박근혜 정부에서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올해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선언 등이 나왔지만 상대방을 인정하고 제시하는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 측면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박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대북 신뢰 정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위에서 이미 지적했지만, 통일대박론으로 실질적인 수명을 다했다. 박대통령이 올해 초에 통일대박론을 내어 놓을 때, 당시 방법론을 얘기하지 않았다. 한반도 통일은 통일비용보다 통일편익이 크서 ‘대박’이라는 주장들과 보고서들은 국내외 학자, 전문가들, 기관들로부터 이미 나온 것들이지만, 이것들의 전제조건은 하나같이 전쟁이나 북한의 붕괴를 통한 통일은 너무 비용이 커서 안 되고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룰 때, 통일편익이 통일비용보다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이 지난 3월 하순 독일을 방문해서 독일통일모델을 한반도 통일모델로 공식 수용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흡수통일 모델이 우리 한반도 통일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까, 북한이 박대통령에 대해 금도를 넘는 인신모독을 하고 나왔다.

통일대박론은 그것이 북한의 붕괴흡수 통일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협력을 얻을 수 없는 우리의 일방적인 통일담론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정치가 꽉 막힌 상태에서 박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정치 지형의 재구조화까지 염두에 두고 내놓았고, 지난 7월 15일에는 통일준비위원회의 분과위원, 전문위원, 자문단을 발표함으로써 보수집권세력의 금과옥조인 ‘국론통일’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자문단에는 시민단체들까지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그리고 내노라하는 시민단체들이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자문단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옛날 이승만정부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보수세력들이 야당과 시민세력의 대안적인 통일 방안과 담론을 반대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담론이 ‘국론통일’이다. 야당과 시민사회 당신들이 정부와 다른 생각과 정책을 주장하니 국론이 분열된다는 논리이다. 군사정부가 끝난 후에는 국론통일의 자리에 ‘남남갈등 해소’와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통일정책 추진’이 다른 명찰을 달고 나왔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정부와 다른 정책과 담론을 내세우니 남남갈등이 생겨난다는 것이고, 그것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악영향을 끼치니 국론통일하여 남남갈등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정치라는 것이 무엇인가. 다양한 정책대안과 담론들이 상호 경쟁하여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국론통일은 바로 그러한 민주정치에서의 정책결정 정신과 과정에 반(反)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 시민단체들이 통일준비위 자문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 9월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북한이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해서 실무접촉도 있었는데 사소한 문제들로 결렬이 됐다. 그래도 북한은 응원단을 파견한다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고 개최시인 인천은 흥행효과가 기대되니까 적극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보고 계시나.

분단 이후 남북한 역사를 보면, 스포츠교류가 남북관계에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0년 일본 도쿄올림픽 때 신금단 부녀상봉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조선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도’에 대해 85%의 응답자가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신금단 부녀상봉이 큰 역할을 했다. 여론조사에서 ‘신금단 부녀상봉을 듣고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무려 97%가 충격 내지 감격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0%였다. 그 후,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 단일기 사용, 공동입장으로 협력을 한 역사가 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에서는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여 여자탁구가 중국을 꺾고 우승하였고, 이는 “코리아”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두환정부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86아시안게임은 88서울올림픽의 예행연습이기 했다. 당시 이러한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때문에 국내정치에서 더 큰 강압책을 쓰는 데도 조심했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게임에서 북한의 방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소련, 중국, 동유럽의 참가를 위한 외교를 강화했고, 결국 그것은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과 사회주의권에 대한 북방정책으로 이어졌다.

남북관계에 스포츠가 그렇게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번에도 그런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다. 이번에 북한은 적극적을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려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아시안게임은 남북간 게임이 아니고 국제게임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아주 나쁜 상황이라고 해도 국제게임에는 원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간의 북한의 정책이었다. 북한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이미지 개선이 중요하고 그를 통해 구체적으로 얻는 이익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김정은이 체육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요새 경제적으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빈부 차이도 커지고 그로인한 사회적인 불안정 요소들이 여전하다. 3대세습을 했으니 국민들 모두가 반드시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스타일을 보여주고 또 젊은 지도자가 스위스에서 공부도 했으니까, 무엇인가 달라질 것을 크게 기대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최근의 개혁·개방정책이 성공하여 아랫목에 그 온기가 생긴다해도 그 온기가 윗목까지 퍼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큰 구조개혁도 해야 그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또 미국, 일본, 남한과 관계가 개선되어야 하는 외적인 조건도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좋은 수단이 스포츠를 장려하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모두 경험한 것들이다. 김정은은 ‘스포츠 행사는 남북의 불신을 없애고 관계를 개선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자신이 남북 간에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실무협상이 잘 안됐지만 참여를 결정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은은 가능하면 이번 스포츠행사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대화의 물꼬를 터서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백 박사님께서 박근혜 정부의 앞으로의 대북정책에 대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주시기 바란다.  

그 동안 남북관계사를 보면, 우리는 한 가지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을 얻는다. 한편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화해, 그리고 통일의 진척을 이룸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외 협력하는 것이다. 이 양자를 병행적으로 가져가 양궤도정책을 추진했을 때,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반도는 더 안정화됐고, 한국이 북미 간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핵문제, 미사일문제의 해결 진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2000년 10월 북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북미공동코뮈니케를 낳았던 것이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도 6자회담에서 10.3합의를 만들어 내는 데 그러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양자를 연계하면 자연히 남북관계를 국제관계, 즉 북핵문제에 종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도발이 뒤를 이었다. 북한의 도발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도 포함됐다. 그러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는 더욱 더 대결이 강화되면서 한반도에서 민족화해와 통일의 진전은커녕 무력충돌과 전쟁의 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이 박근혜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박근혜정부의 정책과 관련하여 한 가지 우려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대통령의 권위가 무너지고 레임덕에 빠지면서 대북정책이든 대외정책이든, 국민과 역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판단하고 수행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친박 서청원 의원을 물리치고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된 상황이다. 나는 애당초 통일대박론과 같은 대북카드를 그렇게 빨리 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신뢰 프로세스를 계속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댓글 개입 등을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정통성 문제가 여전히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복잡하고 말썽많은 신뢰 프로세스를 뒤로 하고 국내정치 지평까지 재구조화하는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통일대박론이라는 어찌보면 마지막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이 카드로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 회의를 하고, 무슨 정책자문을 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겠으며, 국내정치용으로 떨어진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이 무슨 큰 성과를 내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하기를 바란다. 박근혜정부의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지금이 발상의 전환을 하기 좋은 시점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계속 하락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지금이야말로 남북관계 개선의 카드를 써서 돌파구를 열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식으로 더 이상 끌려가지 말고,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양자를 병행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것이 과거 남북관계사와 한반도정치의 역사적 교훈이다. 문제는 이 정부에 그런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박대통령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정치권, 정책커뮤니티, 시민사회와 소통하면서 국민과 민족을 위해, 또 역사를 위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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