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7시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핵심으로 부상

지난 5월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출처 청와대></div>
▲ 지난 5월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출처 청와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세월호유가족들의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근본배경에는 4월 16일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야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가 참사 당일의 이른바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는 당일 10시 30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해경특공대를 투입해 ‘전원 구조’ 지시를 내린 후부터 이날 오후 5시 15분 중앙재해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해 현황을 보고받기까지의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적절하게 근무를 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으면서 ‘미스터리’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 7월18일 <조선일보>의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 8월 3일 일본 <산케이신문>의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 누구와 만났을까?’ 제목의 서울발 기사가 논란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만 반발했을 뿐 ‘7시간’의 행적에 대해선 마냥 겉돌았다.

박 대통령의 사고 당일 행적에 대한 의문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월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에 출석해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 15분 지시한 이후 대통령 주재 회의는 없었다”며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 위치는 모른다. 비서실장이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최근 월간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고 외부인사와는 만나지 않았다”고 말을 돌렸지만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문을 가시지 못했다. 항간의 ‘풍문’ 수습에 머문 듯한 설명이었을 뿐 실제 ‘박 대통령 7시간’의 핵심인 304명의 인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와는 관계가 멀었다.

8월13일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청와대가 밝힌 박 대통령의 사고 당일 업무내용에는 국가안보실로부터 서면과 유선보고 총 10회, 비서실에서 서면보고 11회 등 총 21회의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국민들의 알고 싶어 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고 횟수만 나열됐을 뿐 도대체 어떤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그리고 박 대통령이 이러한 보고를 어디에서 받았는지, 왜 박 대통령은 문제의 ‘7시간’ 동안 정무수석실 등으로부터 8번의 보고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지시도 없었는지 의문만 증폭시키고 있다. 또 300여명의 생사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단 한 번의 회의도 주재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등도 의문점으로 남겼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시 상황보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수시 상황보고를 계속 받고 이에 따른 지시를 했다고 한 대목조차도 의구심이 들게 했다. 사고 당일 오후 5시15분 중앙재해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드나”고 물을 정도의 사태 파악 수준이었다.

이에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사고 당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자기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고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7시간’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나 <산케이신문>이 제기한 ‘풍문’은 곁가지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 ‘박 대통령의 7시간’이 주목받는 것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밝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사고 당일의 업무와 행적에 맞춰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이나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의 무능했던 재난 및 구조체계에 대한 진상조사에 앞선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처럼 사안이 중대해지고 있음에도 ‘대통령의 사생활’. ‘국가안보 사안’, ‘대통령 경호사안’이라며 밝히길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와대의 태도는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은 당당하게 밝히기 어려운 반드시 감춰야만 하는 사안처럼 비춰지게 하는 역효과만 냈다.

대통령은 특수 직분으로 ‘사생활’도 엄격한 공개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국가적 재난을 맞은 시기에는 필수에 가깝다. 또 사고당일은 평일이라 근무시간 중이라 ‘사생활’을 이유로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호상의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과거 시점으로 넘어간 사항에서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고 설명한 이상 이 또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박대통령 7시간’ 성역화하려는 청와대, 수사권-기소권 부여에 강경 입장

그럼에도 지금 청와대는 이에 대해 꿈적도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청와대의 태도로 인해 ‘박 대통령이 7시간’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 과정에서 유가족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8월21일 이와 관련해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은 국회의 몫이라고 한 발 뒤로 뺐지만 이를 믿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청와대가 새누리당 뒤에 버티고 서 강경한 입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언이다.

8월23일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단식 41일째 맞은 ‘유민아빠’ 김경오씨의 세월호 유가족과 대통령의 면담요구에 대해서도 야박할 정도로 거부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특별법을 수용할 수 없는 청와대의 사정이 깔렸기 때문이다.

만약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은 조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법상 안전행정부가 재난 컨트롤타워로 돼 있지만 청와대는 총체적인 국정의 컨트롤타워로서 비상시 그 기능과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가 ‘진상규명’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핵은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의 직분에 맞게 업무와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의 여부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바로 이 지점이 껄끄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7시간’으로 표현되는 박 대통령의 사고 당일 업무와 행적 부분을 ‘세월호 진상규명’의 범주에서 아예 빼내 ‘성역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 부여에 극구 반대한 것으로 추측된다.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만큼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도 이와 한 묶음이 돼 온 것이다.

이러한 청와대의 뜻과 교감한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 초기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부여할 경우 사법체계가 흔들리며 피해자가 가해가자를 수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논리를 펼치며 협상대상에서 배제하는 전략으로 신속하게 밀고 나갔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과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논리까지 동원해 여론을 환기시켰다. 사실 이는 ‘검찰의 수사 및 기소독점주의’를 강변한 것에 불과하며 수사-기소권 부여문제는 입법부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논리였다. 15년 가량 운용된 ‘특검’, ‘상설특검’도 이 주장을 적용하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임에도 보수층을 자극하기에만 급급했다.

심지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선 있을 수 없다는 모순된 주장까지 했다. 세월호 진상조사는 국민이 피해자이고 정부와 국가가 가해자인 상황에 맞춰 이뤄지는 것임에도 가해자가 정해준 범주에 맞춰 진상규명 활동을 하라는 주장을 스스럼없이 펼쳤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은 ‘대통령의 7시간’을 ‘성역’으로 남길 가능성이 큰 안이었다. ‘특검’은 진상조사위 소속이 아닌 독립된 별도조직이라 진상조사위와의 소통관계가 떨어진다. 수사 범위도 협상을 통해 제한될 수 있고 수사기간 또한 최대 90일이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과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할 경우 진상조사위원 중 1명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수사기간도 진상조사위 활동기간도 2-3년이다. 진상조사활동과 수사권이 조직적으로 연동돼 움직인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7시간’은 수사의 성역이 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찌감치 판단하고 새누리당을 통해 애초부터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특검’에다 협상력을 집중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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