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투입되는 병력부터 모병으로 전환하고 병력 수를 줄여 나가야”

김종대 <디펜스21></div> 편집장 (사진 이은재 기자)
▲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사진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22일 국방 안보문제 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을 모시고 최근 군내에서 빈발하는 장병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인터뷰에서 21C한국 군대에서 이 같은 인권 유린 사태가 빈발하는 것은 사람중심, 인간 중심의 병영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여전히 병력을 소모전에 사용되는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는 발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군 스스로 개혁에 나선다고 하지만 개별 문제사병을 정신과 의사나 진료진을 투입하여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의 근원에 대한 진단 자체가 틀려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편집장은 병영문화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병사들의 사기와 복지 그리고 오락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것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군의 인식 자체가 변화되지않으면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징병제는 군인들로 하여금 피해의식을 갖도록 하기 때문에 전투병부터 모병제로 전환해야 하고 향후 군 병력 자체를 감축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근 병영내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자식을 안심하고 군대에 보낼 수 있냐는 부모들도 많은 것 같다. 21세기에 우리 군대가 이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다. 실상은 어떻다고 보나.

저와 같은 세대가 군대 생활을 했던 1980~1990년대에 비해선 구타와 사망이 확실히 줄었다. 사망자는 5분의1 수준으로 극감했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사실이다. 왜 문제가 되냐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병영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과거와 같은 행태의 적폐가 아니다. 새로운 속성의 사건들이다. 과거에는 고참 1명이 후임병 여러 명을 폭행했다. 지금은 고참 여러 명이 후임병 1명을 폭행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현명한 것이다. 간부들에게 들킬 가능성도 적고, 후임병들이 반발해서 고참이 역으로 당할 우려도 없다. 여러 명이 1명을 처벌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한국 군대에는 악마가 있는데 진화된 악마이다. 숫자는 적어졌지만 그 방법이 교활하고 은밀하고 극단적이 되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혼자 맞으니까 고통을 분담한다는 의식도 없고 절망감이 극대화된다.

맞지는 않는다고 해도 집단 따돌림이 있다. 이것도 여러 명이 1명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소위 왕따놀이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상병이나 병장인 경우에 때릴 수는 없고 무시한다. 계급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이다. 근자에 사건이 발생하니까 문제 있는 개인, 관심병사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지만 문제는 병사 1명을 대하는 집단의 자세가 매우 가학적이고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집단이 개별 1명을 처벌하는 형태로 진화됐다.

최근 군에는 연대책임이라는 말이 없어졌다. 자기 잘못이 아닌 이유로 같이 맞거나 처벌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합리화됐는데 그런 가운데 악마가 진화한 것이다. 한 개인을 공동체가 배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양상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국가적으로 확대되면 전체주의가 된다. 스탈린이나 히틀러는 비정상적이라 간주하는 소수의 국민을 살해했다. 집단이 가하는 폭력의 문제이다. 어느 사회에나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은 있다. 그런 개인을 포용하고 흡수할 것이냐, 아니면 배제하고 처벌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병영이 도덕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가혹행위가 집단적으로 이뤄진다면 그것을 예방하거나 예방까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응과 관리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이렇게 많이 드러난 것이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뿌리가 깊어지고 점점 넓어져서 그런 것인가.

우선 이 같은 도덕적 위기가 발생한 것은 기본권 사상이 약화된 것에서 비롯된다. 그 배경은 2005년 전방 530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은 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병영문화개선위원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군은 인권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켰다. 인권이라고 하면 중국과 북한만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랬다. 대통령이 직접 병영문화개선위를 주재하니까 군이 싫지만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많은 대안이 나왔다. 군인기본법 제정, 장병기본권 증진 종합대책 수립, 독일식 국방감독관제 시행 등이 있다. 입법예고까지 된 상황이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 육군 장성들이 반발하는 조짐을 보이더니 전부 무력화되고 법안 계류 중에 유실되거나 폐기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전투형 부대를 만든다, 군대다운 군대를 만든다면서 사고예방에 대한 지휘관들의 부담을 다 덜어줬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사고에 대해서는 내게 보고하지 말고 단위부대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이것이 야전장교 지휘관들에게 통 큰 결단으로 환영을 받았다. 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단장이 육참총장에게 대면보고를 해야 했다. 그것이 죽을 맛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전투형 군대를 만든다면서 지휘관들의 재량에 맡기고 풀어줬다.

그 결과 장병기본권 증진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 중 실행된 게 없다. 입법이나 법령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악화될 조짐을 보였는데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군 사망자수가 세자리 숫자로 다시 늘어났고, 군에서 영창 가는 인원이 30% 정도 늘어났다. 영창은 그 자체가 재판 없이 처벌하는 제도로그것을 운용하는 자체가 불법적인 것이다. 가혹행위가 증가 추세로 다시 돌아섰다. 신호가 나타났을 때 차단했어야 하는데 등한시했다. 좌파 장병들을 색출한다고 각종 사찰활동이 강화됐다.

안보위기가 있으면 경계태세는 격상된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 등이다. 한번 높아진 경계태세는 다시 완화된 적이 없다. 장병들에 대해 윽박지르고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편향된 부대 관리가 이뤄졌다. 조직의 스트레스가 끝없이 증가됐을 때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군이 일선 전투조직에 너무 많은 짐을 맡겨서 과중한 피로, 스트레스 속에서 누군가 희생양이 된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자원들이 희생양으로 되는 것이다. 부대관리 전반의 문제도 있었다.

- 세월호 참사를 겪고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하라’고 했다. 최근 군내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서는 안보 차원의 대응, 해결되지 않으면 해당 부대를 해체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적절한 대책인가. 너무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는데 사실상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군에서 셀프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에 민간조사관이 참여하고 감독관을 두고 군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은 하지 않고, 강도 높은 자체 통제와 처벌로 셀프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군파라치를 도입하고, 해당 부대가 지속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으면 해체한다는데 설익은 대책들이다. 여론에 밀리고 대통령 눈치를 보다보니까 나온 대책들이다. 군이 정말 고려하고 있는 대책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군은 개인들의 문제로 본다. 집단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부실한,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질이 낮은 병사들이 입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질이 낮은 병사를 입영단계, 자대 배치단계에서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임상심리사나 정신과 의사가 대대적으로 군에 투입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인데도 군에서의 독특한 사고는 맞은 사람이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린 것은 잘못된 것인데 맞을 짓을 한 개인의 문제를 먼저 거론하는 것이다. 그 개개인이 시한폭탄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 여자들이 성추행을 당한 것이 가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본인이 정숙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보인다.

똑같은 것이다. 맞을 짓을 하는 애들이 문제이다. 이렇게 전제를 하니까 대규모로 의사와 심리사들이 군에 투입하는 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징병검사에 투입되는 정신과 의사는 4배 이상, 임상심리사와 상담사, 정신과 의사들이 군단 단위, 사단급 단위로까지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불량품 색출 대책을 가장 선호한다.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상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분명히 가르겠다는 것이다. 일선 부대의 중대장 등 지휘관은 병력이 자기 부대에 배치되면 눈동자가 풀리고 하는 행동이 이상한 아이들은 5분 안에 바로 알아차린다. 누가 문제인지는 이미 아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정신과 의사들을 이렇게 많이 투입하느냐면 비정상이라는 확실한 근거들을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현역 부적합 심사가 이뤄지고 군에서 퇴출시키고, 군에서 그린캠프라고 하는 병사 수용소 같은 것을 운용할 수 있다. 비정상들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집단의 개인에 대한 배제와 차벌이라는 연장선상에 있다.

두 번째는 처벌 강화이다. 걸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처벌이나 징계는 합법적이어야 한다. 여론에 밀려서 일단 지휘관을 보직해임하는 등 인사 조치를 해놓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 원위치가 된다. 일관성이 없다. 예컨대 2012년 노크 귀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해당 22사단장은 그해 중장 진급을 한다. 이번에 총기난사 사건의 22사단장은 보직해임을 당하고 전역 지원을 한다. 어떤 일관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때 그때 다른 것이고 소나기만 피하려고 하는 인사 징계이다. 대부분이 불법적이다. 보직해임이나 징계, 처벌은 징계규정의 절차에 따라서 해야 한다. 먼저 인사 조치를 하고 나중에 징계위위원회는 흐지부지 되고 만다.

군이 자기 입맛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처벌을 하게되는 것이다. 사망사건은 대부분 변사사건이다. 현장에서 적발된 것이 아니라 죽은 다음에 발견된다. 당연히 유족과 조사관이 참여해서 사실의 정확한 내용,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에 처벌은 나중에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정확하냐가 우선이고, 그것이 충분히 확정되고 징계나 처벌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어 있다. 구속영장 발부, 보직해임 등을 여론에 따라 먼저 하고, 나중에 새로운 사실들은 계속 드러난다. 이런 것은 진정한 처벌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군에서 엄포를 놓는 것이 잠시 효과는 있겠으나 도로묵이 된다. 다시 원위치 된다.

이번 윤일병 사건도 아직 진상이 다 밝혀지지 않았다. 살인죄로 기소할 것을 상해치사로 기소했기 때문에 공소유지를 위해 지금도 조작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증인 빼돌리기이다. 윤일병이 죽는 것을 직접 목격한 김일병이 있다. 김일병은 이미 의가사 전역을 해서 경남 통영의 집에 있다. 끊임없이 ‘사망한 윤일병 유족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필요하면 증언을 더 하겠다고 했다. 국방부가 언론에 김일병이 ‘몸이 건강하지 않고 나서길 싫어한다. 대인 접촉을 못한다’고 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윤일병 가족이 김일병 가족을 만나는 것이 이제야 성사됐다. 언론에 이미 다 나간 다음이다. 명백한 증인 빼돌리기이다. 기존 공소 유지를 위한 것이다. 이미 살인죄로 공소장이 변경되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 부대는 계속 저항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대 유족과 만나지 말라. 충격 받았으니까 만나면 쓰러진다’고 거꾸로 증인 측에 협박한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먼저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한다. 누가 주범이고 방조자이고 협력자인지, 사건 수습 중에 누가 축소 은폐했는지가 가장 우선이고 처벌은 다음이다. 우리는 거꾸로 됐다.

- 병영 내에서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나니까 아이디어 차원에서 민간병원에 사병진료 시스템을 도입하자, 병영내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자, 또 군파라치 얘기도 나온다. 이게 문제의 해결책이냐, 근본적으로 군의 시스템, 즉 군 법원 시스템이라든가 육군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 군의 대책은 집단이 개인을 처벌하는 맥락 위에서 그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범죄냐, 처벌이냐만 다를 뿐이지 관점 자체는 굉장히 잘못되어 있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독재자는 의사들을 좋아한다. 히틀러는 생물학을 기준으로 수용소를 운영했고, 스탈린은 정신병원을 많이 만들어서 정신과 의사를 통치에 활용했다. 솔제니친 같은 반체제 인사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처벌의 기제에 과학과 의학을 남용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도덕적 전제가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과학과 의학은 매우 나쁜 목적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우려된다. 관심병사 개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자세가 문제이다. 누구나 공범이 되게 만드는 구조나 병영의 문화가 악습의 몸통이 된다. 개인 몇 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아니다. 집단을 계도하고 개조하고 혁신해야 한다. 왕따를 했다고 하면 여러 명이 조금씩 왕따를 시킨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 단위로 가면 아무도 큰 잘못이 없다. 그러나 당하는 피해자는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조금씩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범죄에 가담한다. 범죄라고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의 일들이 자행되는 집단과 구조의 폭력적인 속성을 어떻게 잡아내느냐가 문제가 된다. 지금 병영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사람 중심, 인간 중심의 병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인간의 생명가치가 존중되는 군대가 필요하다. 병사들이 먹고 자고 입고 개인 장구류에 이르기까지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의 군대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 전근대성이 생활에서부터 그대로 있다. 선진국에서는 군인은 전투에 전념하고, 노무는 외부에서 들어와서 한다. 미군에서는 경비도 청원경찰이 서고 군인이 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노무적인 업무는 대부분 민간이 대행하고, 군인은 전투에 전념함으로서 자긍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군대를 보면 임무 수행보다 다른 일이 더 많다. 요즈음 병사들은 집에서 삽집, 낫질을 안 해봤다. 벌초가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군대에서는 누군가 해야 한다. 대부분 시간을 잡일에 쓴다. 이 과정에서 악습이 발생한다. 그 집단은 이미 피로하고 여가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생활수준이 낮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인센티브 없이는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 풀을 베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빼줘야 한다. 그런데 지휘관들이 이것을 조정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까 병영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전투에 투입되는 인원만큼은 이제는 모병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본적인 임무와 관계가 없는 군대의 다양한 노무는 민간에 아웃소싱을 해야 한다. 이제는 용역회사가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군인 숫자를 줄여야 한다. 이렇게 업무 조정을 해놓으면 민과 군이 서로 협력하면서 부대를 운영한다. 병영은 전투원들의 생명가치가 보장된다. 그러면서 처우가 개선되고 분위기도 개선된다. 그것이 병영운영에 필요한 MWR이라고 하는 세가지 요소이다. 멘탈, 웰페어, 레크레이션이다. 사기, 복지, 오락이다. 병영에서 이 3대 요소가 보장돼야 한다. 인간의 생명 가치가 존중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개전 초기에 전방병력 40%가 손실되는, 많이 죽고 죽이는 전쟁전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세계에 이렇게 전쟁을 계획하는 국가가 또 있을까 싶다. 현대전이라는 것은 가급적 덜 죽이고 덜 죽으면서 빨리 끝내는 것이다. 우리는 반대이다. 병영에서 일선 전투원들의 생명가치를 총체적으로 무시하는 사고와 문화를 토대로 군사전략, 전쟁계획, 부대운영이 짜 맞춰져 있다. 여전히 소모전이고 대량 살상전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27을 적용하여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랜드연구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150만명 사망, 6,000조원 재산 피해가 예상된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다시 한번 시뮬레이션 한 결과 500만명 사망, 7,000조원 재산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전쟁을 왜 하나. 이겨도 지는 전쟁이다. 병사들의 죽음은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인본성이 결여된 소모전의 전쟁 양상은 1차,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이후로 전세계에서 사라진 전쟁행태이다. 베트남전쟁 이후 100만명이 죽는 전쟁은 이제 없어졌다. 10만명 사망도 많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 군 수뇌부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변하고 혁신하려고 하지 않고 옛날 방식대로 하면서 우리 젊은이들을 죽이고 있다. 군 수뇌부가 정말 국민 앞에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 정치권 일각에서 모병제 얘기가 나오고 언론에서도 모병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병력 숫자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나치게 육군 위주의 편제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모병제를 실시한다고 군대 내 악습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병제에 의해 충원되는 일본 자위대 내 일부 가혹행위가 그 사례이다. 왜 징병제가 문제가 되느냐 하면 군대에 와서 고생하는 자체가 서럽게 느껴진다. 병사들만 아니라 부사관, 초급장교 등 간부들까지 그렇게 생각한다. 와서 고생하는 것만으로 서러운데 맞거나 누가 나를 괴롭히면 고통이 배가되는 것이다. 모병제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원해서 온 것이니까 가급적 참거나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 악습이 있다고 해도 극악무도하지는 않다. 모병제가 모든 것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병사들의 뿌리 깊은 피해의식, 인간성 파괴 등을 개선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징모 혼합으로 해서, 징병된 자원은 후방에서 지원업무를 하게 해야 한다. 우리 육군은 54만 병력 중 전방 30만, 후방 24만이다. 전방 중 3분의1이 GOP에 투입돼 있고 나머지는 훼바지역에서 삼교대로 투입된다. GOP 근무가 아니라 절책 밖에서 근무를 하는 자리들이 많이 있다. 그런 곳은 징병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GOP에 근무하는 10만은 전원 모병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 보급, 복지, 어학병, 전산병, 군종병은 징병으로 해도 된다. 징모 혼합으로 장차 모병제를 준비해야 한다.

2020년이면 지금보다 20대 징집 인원이 30% 준다. 어차피 현재 규모의 군대는 유지하지 못한다. 군 구조 개편, 국방 개혁을 가속화해서 병력 소요 자체를 줄이는 노력과 병행한다면 징모혼합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육군이 그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병력 감축계획은 2020년까지 현재 63만에서 50만으로 13만을 줄이겠다고 되어 있다. 전방부대를 통폐합해서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63만은 적은 병력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이 수준의 병력을 유지해왔다. 절대 적은 병력이 아니다.

왜 병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나 하면 육군의 무분별한 부대 창설 악습에서 비롯된다. 무슨 사령부가 그렇게 많은지. 전방에 가면 싸우는 사람은 1명인데 명령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다. 사령부만 해도 전방에만 사단 15개, 군단 6개, 군사령부 2개이다. 지휘통신사령부, 정보사령부, 최근 만들어진 수송사령부, 국군교육사령부 등이 있다. 사령관이 되겠다는 것은 자신도 지휘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이 어떻게 지휘하나. 그것은 서비스하는 것이다. 심지어 인사사령부가 있다. 인사참모부가 하던 것인데 기존 인사참모부를 두고 인사사령부를 따로 만든 것이다. 인사도 이제 지휘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인사, 통신, 수송은 파란 견장을 달지 못하는 참모 기능이다. 전부 사령부라고 한다. 무기체계도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또 부대를 만든다. 견인포 부대가 있는데 자주포가 들어온다. 그러면 인원이 없으니까 기존 견인포 부대에서 인력을 빼서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지만 견인포 부대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번엔 다연장포가 들어온다. 그러면 양쪽 부대에서 인력을 빼서 다연장포 부대를 또 창설한다. 우리가 컬러TV를 사면 집에서 보던 흑백TV는 버리는데 군대는 그것이 안 된다. 그래서 흑백TV까지 다 갖춰야 한다. 당연히 병력이 부족해진다. 지금보다 더 줘도 모자라다는 소리도 나온다.

사령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MB 정부 때 발표한 국방계획을 보면 무려 11개의 사령부를 새로 창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의무사령부, 인사사령부는 그렇다고 해도 국방어학원도 만들었다. 전군의 어학교육을 통합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에 아웃소싱하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군사영사와 일반영어는 다르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비즈니스 영어와 일반 영어는 다르다. 엔지니어 영어와 일반 영어도 다르다. 그러면 교육기관을 다 따로 만들어야 한다. 삼성에서 경제영어교육원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기상천외한 기관들을 만들고 전군 복지단에 현역병 5,000명을 투입했다. 골프장, 휴양소 관리, PX병이다. 민간에 다 줘도 된다. 전군에 취사병이 6,000명이고 입실환자 3만 명이 매년 발생하고 범죄자도 7,000명이 발생한다. 관심병사가 매년 2만6,000명씩 입대를 하고 있고 현재 군에 있는 관심병사가 8만1,000명이다. 그러면 군대는 망한 것이다. 순수하게 관심병사로만 사단을 편성해도 8개 사단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그렇게 관리 부담을 누가 늘려왔느냐 하면 자기들 스스로 늘려온 것이다. 포병을 예를 들면 무분별하게 인력을 뽑아가니까 기존 견인포 부대는 엉망이 됐다. 당연히 임무는 많고 사람은 부족하고 분위기는 나빠질 것이다. 그 현상이 자주포 부대에서도 발생한다. 다연장포가 들어오면 거기로 다 간다. 새로 생긴 부대니까 보급도 좋고 지원도 좋지만 기존 부대에서는 불만이 높아진다. 개혁이 아니라 조직을 늘리고 팽창시키는 것이다. 유사중복 조직을 늘리고 병사들을 공짜로 주니까 엉뚱한 데에 써먹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병력이 왜 부족한가. 부족할 리가 없다. 63만이 적은 숫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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