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문②]“계파공천으로 당내분란...예측가능하고 안정적 공천룰 마련돼야”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초선, 비례대표)은 24일 당이 지난 19대 총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계속해온 이유를 “치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 전략기획본부장이자 당내 개혁성향 초·재선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서 활동 중인 진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가진 폴리뉴스 창간 14주년, 월간 폴리피플 창간 5주년 기념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야당의 선명성 강화’냐 ‘민생중심의 국민신뢰 회복’이냐를 다투지만 본질은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치열성 부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한 노선들을 두고 치열한 당내 논쟁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절충하다 보니까 지난 대선부터 지금까지 문제가 이어져왔다”며 “치열하게 논쟁해 결론을 내리고, 결론이 나오면 일사불란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야당 내 계파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지만 개인의 정치적 인연으로 모이는 계파가 아니라, 정치철학과 노선을 같이하는 정파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다양한 정파들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형성된다면 당의 긍정적 발전에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 의원은 당내 계파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선거에 임박해 원칙없이 변경되는 공천룰’을 거론하고 ‘누구나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공천룰’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당 지도부가 바뀌거나 선거가 닥치면 공천룰이 상황에 맞춰 바뀌었다”면서 “그런 제도적 불안정성 때문에 (당원들이) 당권을 장악한 당내 지도자의 눈치를 보고 줄을 서면서 계파정치가 온존됐다. 또 계파위주의 공천을 해 선거에서 패배하고 당내분란만 유발됐다”고 설명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후반부 내용이다.

“노선은 문제가 아냐...본질은 치열성 부족” 

  -야당은 이번 7.30 재보선에서 패배했고 당 내부적으로 야당의 야성이 부족하다는 주장과 민생정치에 집중해야한다는 실용주의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리는 지난 대선 이후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인데 아직도 노선정리가 안 된 것인가. 

결국은 치열함의 문제다. 노선의 문제가 아닌 자세와 태도의 문제다. 작년을 돌이켜보면 대선에 패배하고 그 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과 같은 일들이 발생했다. 이것을 우리 당은 ‘민주주의 근본 문제’이자 ‘헌정질서 유린’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그 수준에 맞게 치열하게 대응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런 민주주의 근본문제가 있었지만 또 한편에서 우리 국민들은 형식적 차원의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민주주의로 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그게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논의로 집약이 됐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민생문제 해결에도 치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하지 못했고 늘 좌고우면하면서 이런 문제가 나온 것이지, 무슨 정치투쟁 선행이나 민생투쟁 선행을 다투는 노선의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 본질은 치열성의 문제다. 

-7.30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당 전략공천의 실패를 원인으로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그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지지자들도 안심하고 지지를 보낼 건데, 전략공천의 책임자였던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사퇴로 대충 넘어간 것 같다. 어떻게 보나. 

당시 당 지도부가 공천에 있어서 큰 그림이나 큰 구상을 갖고 일을 처리한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한 결과로 생각한다. 왜 그래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준비된 답변이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서울 동작을의 경우 예상되는 새누리당 후보들을 상대로 기동민 후보가 그래도 나름 전선을 만들어 싸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할 것 같다. 저도 사실은 잘 이해가 안되지만...  

결국 선거에서 패배하고 그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물러났다. 원론적으로 지도부의 그런 공천과 선거 결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그것을 반복하지 않을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지만, 우리당이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한 것 같다. 

“예측가능하고 안정적 공천룰 마련돼야” 

-지난 2012년 총선에서도 상식적으로 하면 야당이 지려고해도 질수 없는 선거를 졌다는 평가였고, 그 원인 역시 공천문제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러한 문제가 선거 때마다 계속되고 있는데 왜 그럴까. 

지금의 새정치연합이나 과거의 민주당을 보면 선출직 공직후보자 공천의 룰이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고 선거가 닥치면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바뀌었다. 그래서 공천을 둘러싼 후보자간 경쟁 예측이 어렵다. 당 내부적으로 국회진출을 노리거나 정치를 잘해보겠다는 의욕이 있는 여러 인재들이 있는데, 그 인재들이 자신의 노력과 준비를 통해 당내 경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과 확신을 주는 안정된 경쟁방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제도적 불안정성 때문에 지도부가 공천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염두에 두게 되고, 당권을 장악한 당내 지도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결국 줄을 서게 되고 계파정치가 온존되면서 계파위주의 공천으로 선거에서 패배하고 당내 분란이 유발됐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누구나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룰이 마련돼야 한다. 그 룰에 입각해 본인의 정치적 장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정치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전략공천의 운용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야권 분열되면 거대여당에 백전백패” 

-일부 언론에서는 ‘50보 100보’라며 새누리당이 100보 잘못해도 새정치연합이 50보를 잘못하기에 국민들이 보기엔 다 똑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말로 새정치연합 역시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130석이라는 규모가 오히려 야당의 치열함과 열정을 없애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국회내 130석이나 되지만, 의회에서는 소수당이다. 과거의 야당에 비해 덩치가 커져 치열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지만 야당이 뭔가를 하려면 의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당시 한나라당이 179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막 밀어붙였을 때 우리는 80석으로 결사적으로 싸웠다. 그 과정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쇠사슬과 망치가 등장하고 폭력국회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야당이 일정한 수가 있어야 집권당도 야당의견을 받아들이고 한다. 야당의 치열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우리의 자세를 돌이켜봐야 하겠지만, 의석수가 많아서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너무 많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묻혀버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고 전문성 강화나 역할극대화를 위해 창조적 야권분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야권이 분열해도 정책연대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나. 지금의 새정치연합을 보면 130석을 치열하게 몰고 갈 리더십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0석이 힘이 되기는커녕 부담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말씀대로 제1 야당의 리더십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리더십이 국민의 요구나 정치적 근본문제해결에 치열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전략과 전술 구사도 제대로 못해 오늘날의 결과가 온 것 같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런 관점도 있다. 정치권은 선거를 통해 매 시기 중요과정의 중간결산을 하는데, 선거를 할 때마다 후보단일화와 야권연대 이야기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 폭압적 거대보수정당을 상대로 야당이 단일대오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선거 때마다 제기된 문제다.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1대1 구도로 만들지 않는다면 백전백패한다는 것도 명확한 현실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의 창조적 분열은 야권 내부의 경쟁을 유발해 치열함을 재고하고 선명성 경쟁에 나서게 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당내 새로운 리더십 필요하나 준비는 안 된듯”

-손학규 상임고문이 이번 재보선에서 낙선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야권 물갈이의 신호탄,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신호탄이 되려는지 아니면 그냥 한 선각자의 광야에서 고독한 울부짖음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런 세대교체나 세력교체는 야당 안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준비됐는지 여부와 직결된 문제다. 그저 당신들은 정치를 오래했으니 물러나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누가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당의 총의를 모아 전당대회 등의 보장된 절차를 통해 교체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미 전대는 예정돼있다. 그 전대 후에 당의 총의가 모인 새로운 리더십을 소개하고, 과거의 소위 계파보스들이 스스로 2선으로 퇴진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새로운 리더십이 준비됐는지는 또 다시 봐야할 문제다.

-내부에 있는 진 의원이 보기엔 어떤가. 그런 기운이 움직이고 준비돼 있나. 외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바람이 왜 없겠나. 그러나 그게 한 인물로 집약되고 구현돼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스스로 자임하는 면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는 것 같다. 

“계파를 정파로 승화해 당 발전 동기 삼아야” 

-새정치연합이 비판을 받는 것중에 하나가 내부의 계파주의다. 특히 친노와 그에 대항하는 비노를 갈라서 비판을 하는데, 사실 친노가 당의 구체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냐고 하면 또 대부분은 그건 아니라고 한다. 친노가 결집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계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야당내의 계파라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라고는 하지만 계파가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만일 계파가 정파로 된다면 계파주의 문제를 어쩌면 창조적이고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파와 정파를 구분하자면 모호한 측면도 있을 수도 있지만, 계파가 그야말로 개인의 사적 인연과 정치적 관계로 형성된다면 정파는 개인관계가 아닌 정치철학과 노선, 입장에서 모이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래서 당 내의 그런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노선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형성된다면 당이 긍정적 발전해 가는데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개인의 능력과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그야말로 정치적인 관계와 개인적 인연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되고 그걸 통해 경쟁이 이뤄지면 그건 당을 좀먹게 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입장과 노선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게 과연 지금 시기의 정확한 노선이냐,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노선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계파와 달라 반대하거나 같은 계파여서 찬성한다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큰 노력이 필요하다. 당 구성원 각자 차이가 있고 현실 인식이나 공감의 정도도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당의 강력과 정책에 동의하고 있다. 물론 동의는 해도 세부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럼 그 차이를 논쟁을 하고 토론을 하든지 다수결로 하든지 결론이 나면 일사불란하게 행동을 통일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또 다른 이유로 소위 계파적 이유가 개입해 합의된 것에 동의를 하지 않고, 따른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정치투쟁을 통한 야당선명성 강화와 민생을 통한 국민신뢰회복 우선을 두고 노선차이라면 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절충하다 보니까 지난 대선부터 지금까지 문제가 이어져온 것 아닌가.

“군 사이버司 수사, 도둑이 자기 자신 수사한 격”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군 조사본부의 수사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보시나.

도둑이 자기 자신을 수사한 격이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이고 그것을 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 역시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직할부대다. 그런 직할 부대들이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나. 그야말로 식구가 식구를 조사하고 가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한 결과다. 실제로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인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잘 아시겠지만, 군은 상명하복을 핵심으로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단 단장인 3급 군무원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위헌적 행위를 상부지시도 없이 단독으로 했다는 군의 이번 수사결과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

이런 일선 작전 부대의 작전은 관련 동향과 경과상황들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 실제 관련 작전이 장관에게 블랙북(북한첩보 관련 일일 정보보고서) 형태로 보고됐다고 한다. 김 전 장관도 인정한 것이 사이버 상에서 일일 동향과, 북한의 대남 사이버전 대응 작전의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심리전단의 활동은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그럼 그런 정당한 대응 작전이라면 왜 장관에 보고가 안됐겠나. 당연히 다 보고가 됐겠지...만약 그게 보고가 안됐다면 장관은 단순히 바지저고리라는 소리인가. 또 이게 단순히 보고를 못 받았다고 넘어갈 일인가.

-향후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저는 이번 군 조사본부의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들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21건을 형사입건했다는데, 그건 이제부터 사건에 번호를 부여하고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한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형사처벌인가. 따라서 이러한 군에 수사를 맡길 수는 없고, 이 문제의 진상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군으로부터 독립적인 특검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의 의견은 모아졌나. 

야당의 입장은 특검을 해야한다지만, 새누리당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히 수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회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검을 하기 용이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군이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이지 선거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한 사건 아닌가. 군이 사이버상에서 쿠데타를 벌인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반드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군 수사결과도 그렇지만 그 뒤 군이 자체적으로 사이버사령부를 개혁하겠다고는 하는데 그 조치도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저는 일단 앞으로 군이 어떻게 사이버사령부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려는지 지켜보고 있다. 

“군 가혹행위 문제, 군 폐쇄성 깨는 것 필요”

-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 등 최근 군에서 발생한 각종 가혹행위들에 입대를 앞둔 청년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이 가능할까. 여기에 군사재판이 군 사령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소위 ‘원님재판’이라 신뢰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는 것 같다.

군대에서 발생한 이른바 가혹행위나 구타의 뿌리를 뽑으려면 그야말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해결될 일은 결코 아니다.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 핵심 요체는 군의 폐쇄성을 깨는 일이라 생각한다. 군이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른바 안보적 특수성을 들어 군이 할 일 이라고 다 유보해 줬고, 그래서 늘 이런 문제가 발본색원이 되지 않고, 온존되고 반복됐다. 

이런 문제들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독일식의 군사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독일의 제도는 독일 의회가 국방감독관을 임명하고, 그들은 군부대를 수시로 불시에 출입해 군 내부의 상황을 감시감독한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필요하겠다. 

독일군이 약 25만 명인데, 감독관이 60명 정도고 그걸 서포트하는 사람도 120명 정도다. 우리가 60만 명이니 더 많아야 할 것 같다. 독일의 경우 군사 옴브즈맨을 독임제(조직이 한명으로 구성된 것)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위원회 체제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형식은 어떻게 되든 군을 감시감독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국회가 임명해 국회에 그 활동을 책임지는 군사감독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특히 군 장병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즉 군의 폐쇄성을 깨야만 이런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열린다.

군 사법제도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관할관인 사단장이 수사에서부터 재판까지, 또 재판 후 확정된 형량을 감량해 줄 수 있는 확인권까지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누가 제대로 수사하고 엄정히 판단하겠나. 이는 기소와 재판이 분리돼야 한다는 근대사법 원칙에도 위배하고, 입법과 사법과 행정이 분리돼야 한다는 민주주의 3권 분립과도 어긋난다. 군사법원이라는 제도도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군대에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대부분이 군대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민간 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하고 있다. 군사법원에서 다뤄지는 재판의 80% 이상은 일반 형법에서 다뤄지는 범죄고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사건은 얼마되지 않는다. 군의 특수성이 필요한 것이나 군 형법에 관련된 사항은 군사재판에서 하더라도 나머지는 민간재판으로 돌릴 수 있다. 그래야 같은 잣대로 같은 사건의 재판이 가능하다. 

-그런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모병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모병제가 군대 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 근본적 조치가 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 그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실시한다면 비용이 엄청나다고 하던데.

지금의 군사 규모를 확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또 우리는 이를테면 국민개병주의다.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을 갖는 것으로 이게 근대국가 체제의 기본이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이 국가를 지키는 그런 기본 원리를 계속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군인, 이른바 용병을 쓸 것인지는 다시 판단할 문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