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②]“그들의 공과(功過) 냉철히 평가해 극복노력 보여주면 국민신뢰 얻을 것”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3선·대전 유성구)은 6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고인이 된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게 아직도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공감의 뜻을 나타내고 “이제는 온 국민들이 그분들을 추앙하고 칭송하게 하도록 우리가 그분들을 놓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가진 폴리뉴스 창간 14주년, 폴리피플 창간 5주년 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우리가 계속 붙잡고만 있다면 특정 정파의 정치인으로 머무르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공적을 받아드리고 발전시키고 계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들의 모든 준거의 틀을 두 전직 대통령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우리가 냉혹할 정도의 두 분의 공과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두둔하기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런 부분을 스스로 뛰어넘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국민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오히려 더 얻을 수 있고 그분들도 그걸 원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 의원은 ‘새정치’와 ‘참정치’, 안철수 의원의 미래, 7.30 이후 당의 나아갈 길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후반부다. 

“새정치 프레임부터 잘못, 국민이 원하는 건 참정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7.30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지난 대선패배 이후에도 온갖 연구를 하고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패배원인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 여러 논의를 했지만 다시 패배한 셈이다. 이번에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는데 비대위 속에서 그런 문제들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나?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또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되면 안 된다. 지금까지는 그래왔고 또 제대로도 안됐다. 사실 저는 우리가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했고, 안철수 전 대표가 그 전에부터 ‘새정치’를 깃발로 내걸었고 국민들도 새정치에 대한 굉장한 기대가 많았지만 저는 새정치라는 프레임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흔히 기업이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듯 계속 무언가 새로운 것,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 지금까지 안 해본 그 무언가를 정치상품으로 내놔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래야 국민들이 흡족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국민들이 갈망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닌 ‘참정치’다. 정치가 본래 해야 될 그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참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나름대로 오래 전부터 정리를 해봤다. 

참정치, 즉 제대로 된 정치는 그럼 뭐냐.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본다. 가장 기본적인 핵심 요소 그 하나는 ‘대변’이라고 생각한다. 정당이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은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고 또 놓여있는 주위 환경, 입장들도 다르기 때문에 각 정파나 정치인들에게는 특정한 지지계층이 있고, 그래서 각 정치인도 특별히 잘 대변하게 되는 계층이 있다. 그런 것은 저희 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도 있는데, 그러한 계층을 위한 대변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전에는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느라고 대변을 제대로 못하고 또 윗사람인 당 대표나 지도부의 눈치를 보느라고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까 저는 정치인들이 당 대표나 공천 등과는 관계없이 할 말은 하는 대변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인이 특정 이해계층을 꿋꿋하게 대변해주다보면 세상의 있는 다른 이해관계와 부딪히게 된다. 그래서 서로 대변만 하다보면 끝없이 소모적인 정쟁과 싸움만 계속하게 되고 문제해결이 안 된다. 그래서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이 ‘해결능력’이다. 저는 국민들에게 오늘날의 정치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이 해결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싶다. 말하자면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여러 입장과 이해관계를 어떻게든 조정해내고 걸러내 타결을 해내는 그런 솔루션(solution, 해결방안)을 해내야 된다. 지금까지 각 정파들은 어느 입장을 대변한다면서 이념적으로는 보수와 진보, 지역적으로는 영호남, 여기에 서민과 재벌, 즉 경제정책 등을 들고 맞부딪히기만 했지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해결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국민들의 정치권과 각 정파와 정당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100% 자신이 대변하는 계층의 주장과 입장, 이해관계를 관철해내지는 못한다고 해도, 50%라도 타결해낸다면 국민들에게는 우리가 어느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또 우리도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세 번째 핵심 요소는 ‘미래비전제시’다.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내년이, 또 5년 후 10년 후가 분명히 지금보다는 더 나아진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 ‘할 수 있다’는 확신, ‘으쌰, 으쌰’하는 분위기...그렇게 되면 국민들에게 오늘이라는 현실이 조금은 고되더라도 기운이 난다. 왜냐면 내일은 좋아지니까. 그런데 이제는 무작정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지금까지 하도 속으셔서 정치인들이 하는 약속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앞에 말씀드린 대변을 충실히 하고 거기에 그치지 말고 해결해내서 작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정 성과들을 내면서 그것을 통해 국민들한테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라고 하면 국민들이 ‘아 저 사람들의 주장과 슬로건이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가깝게 갈 수 있다. 미래는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이런 신뢰와 믿음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대변, 해결과 조정, 또 미래비전에 대한 희망, 이 세 가지의 작동이 잘 돼야 국민들이 정치권에 제대로 된 신뢰도 보내고 정치적 리더십이 확보가 돼서 국민들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면서 국민들을 동참시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리더십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링컨이나 루즈벨트, 케네디와 같은 분들을 보면 절대 ‘여러분들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라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러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요청합니다’, ‘국가가 여러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동참하도록 하고 공감토록 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배경에는 ‘아 그래 맞아. 너희들의 말을 따르면 우리 국가의 미래와, 우리 생활과 삶이 확실히 더 나아질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국민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믿음이 확보됐기 때문에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마치 신상품 개발하듯 전문가나 교수님들을 모셔다 놓고 무슨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을 하는 것은 헛다리짚는 것이라고 본다. 그건 오히려 국민을 눈속임하고 호도해 잠시 거기에 현혹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권에는 소위 혁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역할, 본래의 정치가 해야 할 참정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지금 혁신, 혁신 말하고 변화한다고는 하지만 변화할 수 없는 이유가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껏 한다는 것이 흰옷에 반바지, 빨간 모자를 쓰고 쇼하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빨간 모자에 반바지를 입는 것이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일까. 

제가 최근의 국회에 아쉬운 것이 있다. 과거 17대 국회 때 법사위에서는 여야 갈등이 있어 싸우기도 했지만 밤 12시를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의에서 보충질의 한 번 하면 거의 끝난다. 자리도 많이 비어 있고...이번에 윤 일병 사건에서도 겨우 세 차례 정도의 보충질의를 하고나니 의원들이 많이 빠져나갔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본다. 윤 일병의 부모 입장이라면 어떻게 자리를 뜰 수 있겠나. 회의를 고작 두 시 반에 시작해서 다섯 시 반까지 세 시간 남짓 한 것이 말이 되나. 그런 점 등에서 앞으로 정치는 제대로 대변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비전제시를 통한 희망을 국민들에 드려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치열함과 거기에 걸 맞는 능력 및 실력, 그리고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집념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전략공천이 아니라 그 과정과 결과”

-그게 본질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박영선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앞으로의 선거에서 전략공천은 안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사실 전략공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나. 박 위원장이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을 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드는데. 

저도 생각을 달리한다. 박 원내대표의 말은 정치적, 정책적 선택일수 있다. 또 이런 주장, 저런 주장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지난 6.4 지방선거 대전시장 선거를 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도저히 게임이 안 된다고 엄청난 차이로 질 것처럼 나왔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했다. 또 시의원 22명중 저희 새정치연합이 16명, 새누리당이 6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여기에 5곳의 구청장 중에서도 4곳이 됐다. 제가 대전시당위원장으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서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약간은 민망하지만 우리는 경선이 딱 한 번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다 서류심사와 면접인터뷰를 거쳐 공천했다. 

저는 공천평가위원들한테 후보자간 우열의 차이가 많이 나서 경선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점수 차를 가능하면 크게 벌려달라고 요청했다. 왜냐면 당시 경선하기에는 물리적 시간도 촉박했고, 이곳저곳에서 여론조사결과가 나오는데 과연 그게 제대로 실시되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일반국민의 참여도 굉장히 저조해 과연 민의가 얼마나 반영될지도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15명의 공천관리위원들에게 ‘여러분의 집단지성을 믿고 후보자간 우열의 차이가 확실하다면 점수 차를 크게 벌려주십시오’라고 부탁했고 그 결과 경선을 단 한 군데만 하게 됐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이긴 것이다.

-공천 신청자들의 문제제기는 없었나? 

물론 공천을 받지 못한 분들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저보고 ‘물러나라. 책임져라’고 했다. 그런데 그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반대로 경선을 해도 마찬가지의 일이 생긴다. 저는 신인을 발굴한다거나 제대로 된 인물로 공천을 하려면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제대로 된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그 전략공천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과정과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양하지 않은가. 과연 특정 정당의 후보를, 즉 한 정당의 정치상품인 후보 결정하는 일을 일반대중에게까지 다 열어서해야 하느냐. 그럼 본선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자기 당의 정체성에 맞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당이 노심초사해서 갈고 닦아 내보내야하지 않느냐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7.30 재보선 패배 원인은 우리 모두에게...혁신담론보다 실제성과를”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박영선 원내대표도 기존 당 최고위원으로 선거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 아닌가?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패배의 책임은 물론이고 이번 7.30 재보선에도 책임이 있어서 비대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다만 그 책임이 왜 박 원내대표에게만 있겠나. 저 자신에게도 있다. 저도 대전시당위원장으로 대덕구에서 참패했다. 그런 책임은 당 지도부 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라면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한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이기에 비대위원장을 못한다면 새정치연합 의원이나 당 관계자들이 위원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저는 우리가 망하든 살든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힘들 때마다 외부인사를 수혈해 자리에 앉히는 것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여론호도용으로 무책임한 것이다. 막상 외부인사를 영입해도 정당의 매커니즘을 잘 모른다. 그래서 강력한 리더십이 집중되지 않을 것인데 그런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겠는가. 결국은 허울이다. 책임 있는 자가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당내에서는 지금 선출직으로 박영선 원내대표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표를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뽑는 것도 문제가 있다. 우선 당내 공감대가 형성이 안됐고, 실무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당장 전당대회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일각에서 당시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연합의 통합과정에서 중앙위원회나 당무위원회와 같은 것들이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왜 안했냐고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를 탓하는데 사실 그건 그분들 잘못이 아니다. 통합을 하면서 5대 5 정신으로 당 대표도 두 분, 최고위원회도 반반, 시도당위원장도 공동위원장 체제로 했다. 그런데 당시 제가 당헌당규 분과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에서는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폐지하고, 50명을 둔 중앙상임위를 구성하려고 했다. 또 지역위원장도 공동위원장으로 하려고 했다. 

저는 그것을 보고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기계적으로 반분한다면 화학적 결합은커녕 온통 분란과 싸움만 난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 상무위원회 격인 집행위원회만 5대 5를 하자. 지역위원장과 상무위원회는 일단 우리가 체력이 보강한 다음에 해야지 지금 갑자기 통합되고 바로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안철수 대표가 흔쾌히 수용해서 이렇게 온 것이다. 어떤 면에서 안 전 대표가 민주당 측을 많이 배려해 준 것이지, 안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김한길-안철수 체제의 5대 5 통합정신은 지극히 비상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내년 3월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인 구조로 변환될 시한부적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통합이라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을 왜 제대로 안했냐고 시비를 걸고 책임을 물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 이번 비대위에서 핵심적으로 해야 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당에서도 혁신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기업이 신상품 만들듯 그런 혁신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아까 말씀드린 참정치의 복원을 해야 한다. 이것은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실력연마와 노력,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국회의원들, 특히 우리 당 소속 의원들 각자의 노력이 아주 끈질기게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당에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이다. 우리가 하도 언론에 두들겨 맞고 잘못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다보니까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다. 너무 휘둘리고 있다. 그것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자기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고 자기 고민이나 성찰이 부족한 탓도 있고 또 외부로부터 많이 비판을 받으니까 그런 것이 있다. 실력도 없고 평가점수도 낮은 학생 입장에서 우선 쉬운 것부터 하고 나중에 큰 목표와 거대한 목표를 노려야 한다. 한국정치를 일대 혁신하겠다고 하지 말고 작은 것 하나하나를 먼저 이뤄내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고 국민들로부터도 그 성과를 토대로 믿음을 받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온 국민 추앙토록 이제는 놓아줘야”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와 회의실에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너무 오랫동안 두 분 대통령에게 기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 전 언급하신 것처럼 현직 정치인들이 스스로 능력을 키우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제대로 안하고 위 세대에만 기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다. 우리를 비판하는 분들 중에는 ‘유훈정치’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시는 분도 있다. 당연히 김대중, 노무현 두 분과 김근태 의장까지 모두 정치인으로서 다 공(功)과 과(過)가 있다. 우리들이 그분들의 공을 받아드리고 발전시키고 계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일의 잣대가 늘 그 분들이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이 당 회의실에 박정희나 전두환,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들을 걸어놓고 있으면 우리가 좋게 평가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분들도 다 공이 있고 과가 있다. 

우리 당 소속의 의원들, 당원, 지지자들 모두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의 모든 준거의 틀을 두 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건 어떤 면에서 많은 국민들에게는 폐쇄적인 패거리 문화와 같이 비쳐질 수 있다. ‘저 사람들은 이미 돌아가신 두 전직대통령을 끌어안고 그분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그분들을 반면교사로 삼기보다는 그분들을 이용한 마케팅만 하는 것 아니냐’라고...그런 마케팅은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이용해먹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마 돌아가신 두 분이 저희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본인들을 뛰어넘어 더욱 훌륭한 실력과 정치인으로서 덕목을 갖춰 그들이 해낸 것 이상으로, 아니면 그들이 해내지 못했거나 과오가 있던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유능한, 제대로 된 정치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두 분을 이야기 하는 것이 과연 진정에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것인지 되돌아 봐야한다. 

어쩌면 이제는 놔드려도 될 분이다. 두 분 대통령은 우리 새정치연합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온 국민들이 그분들을 추앙하고 칭송하도록 우리가 그분들을 놓아줘야한다. 오히려 우리가 붙잡고 있을수록 특정 정파의 정치인으로 머무르게 된다. 특정 정파가 받든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역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실력을 키워 그분들 이상으로 성과를 내고 그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과오가 있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욱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두 분 대통령의 후배 정치인들이 잘하고 있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다.

-이제는 정치적 탈상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그 두 분이 워낙 거대하게 있으니 현역이 보이지 않고 국민들 눈에는 잔챙이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같다. 

어떤 면에서 우리가 냉혹할 정도의 두 분의 공과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히려 우리가 공을 내세우기보다 과를 더욱 지적해 국민들이 ‘저들은 자기편이라고 두둔하고 감싸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객관적이고 제대로 평가해 자신들은 선배의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국민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오히려 더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두 분 대통령과 함께 일했거나 두 분으로부터 여러 정치적 은공을 받았던 분들은 그 분들의 과오를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연히 공이 더 많지만 분명히 과도 있는 것이니까...우리가 좀 더 객관적으로, 어쩌면 반면교사를 삼을 만한 것을 찾아야겠다는 차원에서라도 더 냉정한 평가를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부인할 수 있겠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배들인데. 

“야당 선명성 강화는 좋지만 성과 내놔야” 

-최근 있었던 비례대표제포럼 토론회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은 야당의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말한 ‘참정치’부분에서 대변을 충실하게 하라는 말과 통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당내 노선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저는 야당다운 선명성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명성이든 뭐든 일단 해내야 하고 주장만 있어서는 안 된다. 선명성에만 끝나서는 안 되고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그간 우리가 한 것 중에 되돌아보면 고쳐야 할 것이 뭐냐면 주장만 있었지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거리로 나가 단식하고 투쟁했다. 그건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통해 뭔가 성과를 만들어냈어야 했는데 없었다. 단순한 부르짖음과 외침만 있는, 슬로건만 있는 선명성은 의미가 없다. 과연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즉 선명해야 하겠지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하고 반드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와 실행력을 갖고 해야 한다. 

선명성은 저도 좋아한다. 저도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그 누구 못지않은 강경파였다. 진보와 보수 양자에서 택일하라면 진보 쪽에 서고 싶고, 좌냐 우냐고 하면 좌 쪽에 서고 싶다. 저 자신이 장애인이고 또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고착화된, 매우 잘못된 특권 사회적 면모가 있다. 압축성장을 하면서 반칙과 불법이 횡행한 매우 잘못된 사회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즉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이런 것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혁명이 필요하다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연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단순한 주장이나 말, 외침으로는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 답답하지만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이나 또는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정파가 분명히 있고 그들을 지지하는 강대한 지지 세력도 있다. 그런 그들과 맞상대해서 성과를 내려면, 우리의 주장과 입장을 관철시키려면 매우 정교한 전략과 결집된 힘, 실력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목소리만 높여 ‘이렇게 합시다’라고 한다면 지금까지는 선명하다고 해서 박수를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국민은 이제 지쳐서 피곤해한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참정치가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정치의 핵심 요소는 대변이고 그 다음이 해결, 또 비전에 대한 희망 제시인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해결이다. 일단 해결을 해내는 유능함을 갖추고 끈질긴 의지를 겸비해서 일을 해내야 한다. 그런데 찔끔하다가 흐지부지되고, 찔끔하다가 흐지부지되고...그런 것들은 잠시 분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나. 

-어떤 관점에서는 선명성 강화나 민생정치를 펼치자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당연하다. 우리가 거대한 정치담론에 집중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부터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내야 한다. 지금의 강고하고 완고한 여당을 동참시킬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찾아내고 개발해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가 쌓이고 믿음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해 더욱 큰 것을 해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작은 것도 못하고 있어서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지 않는데 거리에 나가서 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치면서 해내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130석이라는 의석은 야당으로서 굉장히 크고 여러 계층을 대변하게 된다. 국민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포괄주의 정당이 현대정당이라고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너무 광범위해 오히려 거기서 근본적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유럽식 이념정당이라면 세부 스펙트럼에 따라 더욱 쪼개져야 한다. 우리 당 의원들을 보면 매우 다양한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3당합당으로 탄생한) 새누리당은 오히려 더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은 뭉쳐있고 야당은 오히려 쪼개져있는데 여기서 더 쪼개지면 정치게임의 파워에서 상당히 밀리게 될 것이다. 만약 저쪽도 쪼개지고 이쪽도 쪼개진다면 ‘따로 또 같이’라는 일종의 연합정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누리당과 차별화된 우리가 겨냥할 타깃은 분명히 있다. 서민들과 지금의 정치구조의 변화를 갈망하는 계층 등이다. 그걸 타깃으로 삼아야하는데 지금은 그들 전체를 노릴 능력도 없고 실제로 성과도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작은 목표를 향해 노력을 결집해서 성과를 낸다면 우리 스스로 자신감이 붙고 국민들도 신뢰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안철수 모두가 도와야 해...며느리 잘살게 해야 또 시집온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7.30 재보선에서 큰 정치적 상처를 입고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도 크게 추락했다. 재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향후 대선주자로서의 전망이 있다고 보나. 

우선 저희 새정치연합의 사람들, 특히 종전 민주당 출신 사람들은 저를 포함해서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의 집 귀한 딸을 며느리로 받으면 그 며느리를 잘 먹이고 옷도 잘 입혀 잘 살게 해줘야한다. 그래야 다른 집에서 우리 집에 둘째, 셋째 며느리들을 서로 보내려고 하지 않겠는가. 저는 우리 당과 뜻을 같이하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곧 당의 힘이고 정치적 파워다. 안 전 대표의 경우 5대 5 정신을 이야기하고 들어오셨지만, 솔직히 홀몸으로 들어온 것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았나. 소위 안철수 그룹에 몇몇 분들이 계셨지만, 이미 국회의원만 120여명이 있는 민주당과의 힘의 차이, 정치적 게임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로서는 매우 리스크가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만약 제가 안 대표라면 당도 만들려고 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봤을 것 같다. 자신의 실력도 더 키우고 더 많은 동지들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도 굉장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 손에 때를 묻히지 않았으니까...우리 국민은 현실정치에 젖은 사람에게는 혹독하지만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은 사람에게는 후한평가를 하는 것이 있다. 지금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현실정치를 하지 않으니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지 않나. 안 전 대표도 그랬다. 

안 전 대표를 두고 흔히 당의 귀한 자산이라고 하지만 그런 점을 떠나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던 분이 결단을 내려 우리와 합류한 것 아닌가? 저도 지난 선거과정에서 나온 안 전 대표의 공천 부분 등에 너무나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시댁이 시집온 맏며느리 얼굴이 좋아지도록,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그 분이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가지고 온 그 뜻을 펼칠 수 있게 안철수의 꿈이 비상할 수 있도록 정치적 동지인 우리가 도와줘야한다.

또 안 전 대표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분을 정치에 뛰어들게 한 분은 국민이고 대중들이다. 그러니까 국민대중들도 일종의 A/S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구 위에 올려놨다가 조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언제 봤냐는 식으로 내팽개치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안 전 대표가 본인한테 온 위기상황에서 본인의 실력을 연마하고 동지들을 구축하고, 그러면서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다음 대선에서 뭘 하겠다’, ‘대통령이 꼭 되겠다’라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그런 것은 국민들에게서 오는 것이지 정치인이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실력이고 동지들의 의지와 실행력, 끈질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충분히 안 전 대표가 그런 것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저도 도와드리려고 한다. 당내 여러분들과의 많은 대화도 필요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당 누구나 선거패배에 책임이 있고 그래서 꾸지람도 듣고 상처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아껴주고 자중자애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조급증을 버려야한다. 큰 목표보다 작은 목표를 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하나 밖에서 데려와 깜짝 쇼로 반짝해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신임당직인사, 당직경험 없는 다선 의원 중심으로” 

-그 과정 속에서 손학규 상임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그로 인해 세대교체론과 물갈이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보는 시각에 따라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깜짝 쇼가 되면 안 된다. 사실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까지의 잘못은 고참들이 잘못한 것이라면서 아웃시켜 희생양으로 쓰고 이제 남은 우리가 제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한 과정들이 계속 반복됐다. 이건 우리나 새누리당이나 마찬가지인데 달라진 것이 있나. 물론 자연적으로 시간이 흘러 정치인이 바뀌는 것은, 또 개인의 라이프 스케줄에 따라서 변화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각에 어느 부류가 세대교체론을 거론하면서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또 다른 노인폄하발언의 여지가 있다. 아울러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관철시키기 위한 용도로 그런 것을 쓰는 것은 버려야 한다. 싸구려 싸움이 된다. 나이어린 후배가 고참이 빠지면 이제부터 자기가 주역이 된다고 선배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이든 고참은 ‘너희들도 사실 그동안 같이 해 온 것 아니냐. 너희들은 과연 당당하냐’고 싸우면 가장 싸구려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정부여당의 회전문 인사를 비난하지만 사실 우리도 당직의 경우 해온 사람이 계속 하고 있는 면이 있다. 그런데 당에는 아직도 당직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일단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기본적 능력은 있다고 판단 받아 평가를 받은 것 아닌가. 이번에는 그동안 당직에 있던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기회를 주고 개인 실력을 연마할 기회를 줘야하고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온다. 

지금 당을 보면 과거 이해찬, 한명숙 대표 때와 최근 김한길-안철수 때의 멤버가 거기서 거기다. 저와 친한 분들도 많지만 계속 회전문 인사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다선 의원이지만 그간 직책이 없었던 사람들 중심으로 당직을 맡겨봤으면 한다. 특히 대변인의 경우 초선이 중심인데, 매우 중요한 직책이니 재선 이상은 돼야 한다. 수석 대변인은 3선이나 그 이상이 돼야하고...원내대표도 4선급은 돼야하지 않겠나. 4~5선이 되면 퇴물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는데 그건 당내 직책이 없어서 그렇다. 그분들의 경륜과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회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저는 이번에 진짜 일할 수 있는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그간 직책이 없었던 분들께 기회를 드리고 또 소장층과 노장층이 균형을 이루도록 당직이 고루 배분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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