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전략 변화와 우리의 대응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최근 북한의 대남 행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유화와 강경을 오고가는 북한의 최근 대남 행보를 보면서 화전양면과 양동작전이라는 설명도 나오고 북의 대남전략이 오락가락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금년 들어 북의 대남 전략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상호 모순되는 엇박자가 아니라 사실은 일관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스스로 체제유지에 상대적 자신감을 갖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최대목표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선군을 내세워 사상 최대의 체제위기를 견뎌내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이제 김정은 시대의 목표는 체제유지에 성공한 자신감을 토대로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하고 경제발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핵무력과 경제발전 병진노선을 당중앙위를 통해 당의 총노선으로 제시한 것도 이제 핵무력으로 대미 억지와 체제 유지가 가능해진 만큼 국방비를 추가로 늘리지 않고 경제발전에 당의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절대적으로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과거에 비해 식량난이 완화되었고 북중교역의 지속적 확대와 사경제의 확장으로 북한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 역시 김정은 시대 체제유지의 자신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가진 북한은 이에 근거해서 대남전략도 상대적 우월성의 입장에서 구사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 중단에도 불구하고 체제유지를 해낸 만큼 이제 북한의 대남전략은 남쪽에게 절실하게 지원을 받겠다는 소극적 구걸형에서 벗어나 있다. 오히려 최근 북한에게 남북관계의 중요성은 남쪽으로부터의 지원보다는 평화롭게 관리되는 남북관계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체제유지를 넘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이루기 위해 지금 김정은 체제는 평화로운 대외환경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금년 들어 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1.16일 국방위 중대제안과 6.30 국방위 특별제안을 통해 남북대화를 제안하고 있는 것도 철두철미 정치적 대결 중단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핵심의제로 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논리에 따르면 이제 체제위기를 벗어났고 체제 자신감을 토대로 경제발전에 나서야 하는 만큼 한반도에서 정치적 대결과 군사적 긴장이 시급히 해소되어야 자신들의 경제발전에 유리한 평화로운 대외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고 그 맥락에서 남북관계는 평화롭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제유지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평화로운 대외환경으로서 남북관계 관리라는 북한의 새로운 대남전략 목표는 동시에 금년 들어 한미합동 훈련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지속적인 중단요구에도 투영되어 있다. 지금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군사적 긴장고조로 인한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다. 2010년 1.11 외무성 성명 이후 북한의 동북아 정세인식은 한결 같이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중국 압박을 위해 한반도에서 대결과 전쟁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상호 대결과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군사훈련은 북한에게 가장 평화롭지 못한 대외환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지금 북한에게 남북관계는 평화로운 대외환경의 중요한 영역으로서 간주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정치군사적 대결해소가 급선무라는 입장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을 거부하고 있는 것 역시 정치군사적 의제를 배제한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일변도의 교류협력은 지금 북한의 대남전략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6월과 7월에 집중된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역시 북한의 군사력 기술 고도화 목적과 함께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의도하는 정치군사적 의제 요구에 화답하도록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을 각인시키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확인시킴으로써 박근혜 정부에게 국방위 제안에 화답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전략인 셈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이 체제위기에서 체제유지의 자신감으로 변화했고 이에 따라 대남전략 역시 대북지원을 얻기 위한 구걸형의 남북관계가 아니라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로운 대외환경으로서의 남북관계로 성격이 변화한 것이라면 지금 우리의 대북정책도 거기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희망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드레스덴 선언의 실천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북의 변화된 대남전략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기초해서 북을 우리 제안으로 견인해낼 수 있는 지혜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일관되게 기능주의적 접근이다. 즉 벽돌 쌓듯이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그렇고 인도적 문제와 민생인프라 구축 및 민족동질성 회복 등을 내세운 드레스덴 선언도 모두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를 우선시하는 기능주의적 접근에 토대해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의 대남 접근은 시종일관 정치군사적 접근이다. 금년 들어 국방위 중대제안과 특별제안을 비롯해서 정치적 비방 중단과 군사적 긴장해소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남과 북 모두 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자신이 내민 손만을 상대방이 잡기 원하면서 정작 서로 손을 맞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결국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해소를 위한다면 지금 남북이 내밀고 있는 각자의 손을 서로 맞잡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을 비난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동시에 박근혜 정부도 북의 국방위 제안을 거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서 기능주의적 의제와 정치군사적 의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경제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도 논의하고 동시에 북이 요구하는 비방 중단과 군사적 적대 중단도 포괄적으로 논의함으로써 일단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를 진전시키면서 항상 우리가 먼저 북에게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국방장관회담을 요구했음을 상기한다면 북한의 정치군사적 의제 요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자신감을 갖고 오히려 북이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잡아채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겁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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