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는 ‘반기’들고, 밖에서는 野제외한 채 ‘與-유족’ 2자 협의

사진 새정치연합 제공
▲ 사진 새정치연합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속이 점점 더 타들어가고 있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후 첫 과제로 떨어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둘러싼 정국 상황이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두 번이나 당 소속 의원들과 유족들로부터 거부당하면서 리더십 위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재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이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 직접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자 사실상의 재재협상이나 마찬가지인 여야,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것 역시 새누리당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지난 25일 ‘투쟁’ 카드를 꺼내들고 국회 농성과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새정치연합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무단공개를 규탄하며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치고 투쟁을 벌인 바 있다. 1년만에 다시하는 이번 장외투쟁은 국회 예결위회의장을 근거지로 두고 국회 본청 앞과 청와대 앞, 서울 광화문 광장, 명동과 강남 일대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결의대회와 피켓시위, 거리 홍보전 등을 펼치고 있다.

‘장외투쟁’ 반대 목소리 더욱 커져...
野제외한 채 ‘與-유족’ 합의할 경우 ‘박영선 체제’ 흔들, 정국주도권도 상실

박 위원장은 지난 5일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투쟁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1년만에 또다시 ‘투쟁’ 깃발을 들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위원장이 강경파에 밀려 투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끝까지 싸우겠다”며 시작한 투쟁도 당 안팎의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과 각종 민생 법안을 분리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새정치연합을 투쟁정당으로, 자신들은 ‘민생 정당’으로 규정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장이 민심의 호응을 얻고 새정치연합의 대여 투쟁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28일 보수언론들이 새정치연합의 투쟁을 비판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해 더욱 더 기운이 빠지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긴급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한 결과,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다른 경제 관련 법안도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세월호특별법과는 별개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78.5%였고 '다른 경제 관련 법안들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16.5%였다.

새정치연합이 '3자 협의체' 수용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64.5%, '동의한다' 30.3%였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6~27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새정치연합의 ‘국회 농성 및 장외투쟁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66.3%, ‘찬성한다’는 응답이 29.7%였다.

강경 투쟁으로 인한 여론 악화 우려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피켓 시위에 의원 절반 이상이 불참하는 등 의원들의 참여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강경 투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연일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 투쟁 동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분위기다.

4선의 김성곤 김영환, 3선의 김동철 박주선 변재일 주승용 조경태, 재선의 안규백 유성엽 이찬열 장병완, 초선의 민홍철 백군기 이개호 황주홍 의원 등 15명은 지난 26일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성명에서 "국회의원들의 단식과 장외투쟁, 이제 이것만큼은 정말 안 된다"며 “당 차원의 극한투쟁은 곤란하다. 이미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새누리당과 재합의까지 한 만큼 장외투쟁의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야 시민단체와 당의 역할과 선택이 동일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국회에 있어야 한다”며 “이제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번 장외투쟁은 의회민주주의 포기로 기록될 것이며, 우리와 국민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주홍 의원은 ‘초선일지’를 통해 당의 '투쟁정당화'를 '중증'에 비유하면서 "우리 나라를 개조하는 것과 우리 당을 개조하는 것, 어느 일이 더 실현 불가능할까"라고 꼬집었다.

김영환 의원은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장외투쟁이란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면서 “국회의원이 장외로 나가는 것은 합당하지도, 온당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의 ‘멘토’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까지 28일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의원도 단식을 중단하길 권고하며, 야당은 장외투쟁을 중단하라”고 적었다.

특히 이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이어온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 중단을 선언했고 문재인 의원까지 단식을 중단하면서 장외투쟁 동력이 상실된 만큼 이제 새정치연합이 어떤 명분으로 장외투쟁을 중단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영선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유민아빠의 단식중단은) 새누리당의 입장변화가 없어 장기투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면서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 중단 여부는 좀 더 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일단은 문재인 의원께서 단식을 중단하시고, 장기전에 돌입하는 국면을 만드는 상황으로 제가 일단 촉구를 할 생각이고, 나머지 부분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긴급 원내대책회의에 이어 '비상행동회의'로 명칭을 바꾼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일단 이번 주말까지 당초 계획대로 장외투쟁을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새정치연합이 이처럼 당내 갈등까지 표출되며 ‘어정쩡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여야와 유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는 거부하면서도 야당을 제외하고 유족과 2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장외에서 자신들이 유족과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내용면으로 사실상 ‘3자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논의 테이블에서 제외한 채 유족과 합의를 도출해낸다면 새정치연합은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박영선 비대위 체제’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김영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새누리당과 유가족의 2자 협상 구도에 대해서 “참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야당이 투쟁을 하고는 있는데 시간끌기식으로 비치고 특별법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주체가 되어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이 잉여정당처럼 배제돼서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당이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데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기자와 만나 “박영선 위원장 중심으로 힘을 모아 투쟁하기로 해놓고 새누리당이 유족과의 2자 협의로 성과를 낼 경우 새정치연합이 투쟁만 하고 얻은 것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박 위원장을 흔들면 치졸한 것 아니냐”며 “그 문제로 박 위원장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권 도전을 위해 목소리를 키우는 세력들은 추후 비대위 구성 문제 등 다른 문제로 박 위원장을 걸고 넘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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