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위상 확인시켰으나 세월호법 제정에 실질적인 도움은...’

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 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세월호 정국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정치인을 꼽자면 바로 지난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문 의원은 7.30재보궐 선거 이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로 인한 정국 교착상황에서 ‘트위터 정치’를 통해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간의 세월호 특별법 1차 합의 후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특별법과 관련된 입장을 트위터에 연일 올려 당 내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
 
보수언론은 세월호 특별법 관련 당내 강경 분위기를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문 의원을 지목했다.

문 의원은 지난달 19일에는 ‘트위터 정치’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단식 농성에 뛰어들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여온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9일 동안 동조 단식을 벌인 것이다.

문 의원은 ‘유민 아빠’ 김씨가 단식 중단을 선언하자 지난달 28일 입원 중인 유민 아빠를 만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문 의원은 단식 중단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달 31일 전남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트위터 정치, 단식 농성, 진도 방문’ 세월호 정국 중심에...

문 의원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문 의원이 길게는 다음 대선을 겨냥해서, 가깝게는 내년 1~3월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도부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의도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뒤따랐다.

특히 문 의원의 단식 농성은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합의한 두 번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유족들로부터 모두 거부당하면서 진퇴 양난에 처한 상황에서 문 의원이 당과 단일 대오를 유지하지 않고 유족과 단식 농성을 벌인 것은 당에 부담감을 안겨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당의 장외투쟁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김영환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영오씨에게 단식을 중단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셔야 하는데, 김영오씨 단식도 풀지 못한 상황에서 문재인 의원의 단식이 겹쳐지게 되어서 정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외투쟁은 물론이고 단식투쟁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의 원인은 여당과 청와대의 책임이 있지만, 이제 국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달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의원의 단식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우리 사회 전체가 갈등을 겪고 있는 동안에 보이시지 않다가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를 이끌어낸 순간에 동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며 “본인의 이런 행동이 여야 타협정치에 얼마나 큰 걸림돌 되는지, 또 본인이 속한 당 지도부를 얼마나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돌이켜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의원의 단식을 바라보는 민심도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6%)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의원의 단식 농성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 64%, ‘좋게 본다’ 24%로 부정적 시각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의원의 단식 농성에 대해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에서 보여준 행보를 통해 정치적 위상과 입지를 확인시켜준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1일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 속에서 보여준 행보로 얻은 점이 있다면 직전 대선후보로서의 독자적인 위상과 입지가 보존돼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그러나 잃은 것은 문재인 의원이 단식까지 하는 등 적극 나섰지만 세월호 특별법 진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힘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한편, 1일 발표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 의원은 3위를 기록, 대선주자로서 강화된 경쟁력은 보이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는 1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주일 전 대비  0.8%p 상승한 17.6%를 기록해 8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처음 1위로 올라선 이래 2주 연속 2위로 밀려났다가 다시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p 하락한 16.7%를 기록, 0.9%p 격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2위로 밀렸다. 3위는 문재인 의원으로 1.6%p 상승한 15.3%를 기록, 3주 연속 하락세를 마감하며 반등했다.

4위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 9.7%를 기록했고 이어 7.8%를 기록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를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7월 4주차 소폭 반등한 이래 5주 연속 하락세를 타며 7.0%를 기록해 6위로 떨어졌다.

야권 차기주자 선호도 문항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0.6%p 하락한 19.0%를 기록, 3주 연속 1위를 유지했고, 문재인 의원은 1.3%p 상승한 18.5%로 2위를 유지했다. 이어 안철수 전 대표 9.1%, 김부겸 전 의원 6.7%, 안희정 충남지사 4.4%,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4.4%,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2.5%, 정세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1.9% 순으로 조사됐다. 모름/무응답은 33.6%였다.

이번 주간집계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