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말 하도록 ‘멍석’ 깔아 준 박영선과 새정치연합

출처 청와대 자료사진
▲ 출처 청와대 자료사진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요구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요구에 약 두 달 간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이에 대해 직설적으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천명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강공드라이브는 이미 예견돼 왔고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수순을 밟을 것인가가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 시원하게 하도록 멍석를 깔아 준 것은 다름 아닌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영선 비대위원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요구를 두고 불순한 정치적 동기가 담긴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자신과 관련된 논란거리인 참사 당일 7시간과 관련해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이 연애라고 표현한 것만 문제 삼아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몰아간 것은 새정치연합의 혼돈상황을 정치적으로 계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세월호 현안 자체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며 팽팽하게 다투는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역풍에 휩싸일 수 있어 쉽게 꺼낼 수가 없다. 그러나 박영선 비대위원장 논란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극에 달한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 동안 침묵이란 이름으로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내게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54일째인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가족과 야권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요구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한다그러나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근본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 세월호유가족과 야권의 요구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2차합의안을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임도 분명히 하며 정치권에 이를 처리하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그는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유가족으로 분리하려는 발언이다. 여기엔 자신에게 면담을 요구해온 세월호 유가족들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설훈 새정치연합 의원이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과 관련해 연애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며 꾸짖었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이 경각에 달린 시점에 국가원수인 박 대통령 자신이 7시간 동안 어떻게 자신의 책임과 임무를 다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는 어떠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국가원수 모독으로 몰아갔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설 의원의 발언을 두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까지 질타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해선 순수-불순으로 분리시키고 낙인찍는 비정상적인 정치행위를 감행하면서도 대통령으로 자신의 책임과 임무를 다 했는지 여부를 공개하라는 야당의 지적에는 국가원수 모독으로 치부했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모독을 국가의 위상 추락과도 연결시켜 아연실색케 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자신과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서도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이런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한다면 국민들의 불안이 쌓이게 돼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행위에 대해 철저히 밝혀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지난 4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억눌렸던 심경을 폭발시킨 듯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드러난 청와대와 정부의 무능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낸 듯 했다.

박영선의 탈당언급, 이상돈 논란보다는 특별법 여야합의 책임문제에 있어

박영선 원내대표로 인한 새정치연합의 혼돈은 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세월호 탈출 승부수를 띄울 수 있게끔 하는 타이밍을 제공했다. 야당의 지리멸렬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강수를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의 이날 강경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의사결정시스템이 붕괴돼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공세에 마냥 밀리면서 더 깊은 내부 노선다툼 속으로 빨려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혼돈은 지난 8월 두 번에 걸친 세월호특별법 여야합의와 함께 전면화된 사안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은 최근에 불거진 현상일 따름이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언급도 이상돈 교수 영입문제가 표면적 이유이고 명분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체는 세월호특별법이다.

새정치연합은 아직도 여야 2차합의안에 대해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19일 의총에서 공식적으로 폐기하지도 않은 상황이며 여전히 당 내부에선 살아 있는 현안이다. 새정치연합내 강경파란 유가족 뜻을 수용해 전면 재협상을 하자는 쪽이며 이른바 중도파는 여야 합의안을 처리해 국회를 정상화시키자는 쪽이다.

자연스럽게 강경파는 여야합의를 주도한 박영선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총을 열면 이들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이른바 중도파쪽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공개적으로 여야합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주장을 펼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지지층의 정서를 감안할 때 내놓고 유가족 뜻에 반하는 발언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이란 강수를 당에 던진 것도 이상돈 교수 논란은 빌미일 뿐 세월호특별법 여야합의에 대한 책임문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 즉 자신이 합의한 특별법을 자신이 번복하기보다는 당 내부에다 폭탄을 돌린 것에 가깝다.

폭탄을 안은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 노선싸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전면 재협상과 함께 경제법안 연계를 풀어선 안 된다는 강경파와 2차여야 합의안 국회 처리를 주장하거나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경제법안 연계를 풀어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쪽과의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다툼은 쉽게 결론날 수 없다는 데 있다.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쪽은 자신의 지지층 요구에 반해야 하는 정치적 위험이 있고 강경파의 경우 다수 국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정치적 환경 때문이다.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여론이 70%선이며 2차 여야합의안을 국회에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가족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가 관철돼야 한다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이 여론의 대다수가 야권지지성향의 국민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러한 혼돈의 상황이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정국탈출의 호기를 제공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강성발언은 이러한 야당의 혼돈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쉽게 쏟아낼 수 없는 성격의 정치적 레토릭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박영선 바람이 박 대통령의 탈출구가 된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단독국회분위기를 잡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의 혼돈상황을 기회로 몰아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선 7.30재보선 패배 이후 창당 이래 최악의 상황은 계속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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