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이 ‘가해자’, 박대통령은 ‘피해자’...오도된 인식까지

출처 청와대 자료사진
▲ 출처 청와대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155일째, 대한민국은 자식을 잃어 상처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정권의 적(敵)’으로 규정돼 쫓기는 ‘비정상의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신의 ‘무능’으로 유가족들에 자식을 빼앗는 1차 가해를 하고서도 이에 대한 반성이나 시정 없이 2차, 3차의 가해가 버젓이 행하는 ‘야만’으로 치닫고 있다.

17일 세월호 유가족 중 몇 명이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유가족들에 대한 비난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들 유가족들이 폭행에 가담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SNS 상에 떠도는 비난 글들은 이를 빌미로 공공연히 세월호 유가족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다. 대리기사 폭행시비를 대하는 이러한 일각의 태도는 ‘딱 걸렸다’라는 식의 반응에 다름 아니다.

또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6일 자신들을 조롱하며 이른바 ‘폭식투쟁’을 벌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 1명에게 ‘소금을 뿌리고 밀쳤다’는 이유로 유가족을 폭행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신고한 일베 회원의 ‘비인간적 행위’는 뒤로 한 채 유가족이 조사 당시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밀쳤다”고 인정하자 ‘옳다구나’하며 입건한 흔적이 역력하다.

유가족들이 사소한 잘못에도 이처럼 보수층 일각으로부터 극도의 비난의 화살을 받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이들이 국정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참사 당시 정부의 무능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물은 데 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한 여권지지층의 ‘정치적 집단정서’가 지금 유가족들을 과도하게 ‘공격’하는 배경이다.

이러한 유가족 매도와 공격은 카톡과 SNS를 통해 유가족들을 폄하하는 글 유포, 지하철 등에 정체불명의 유가족 비난 괴전단이 살포,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공격과 조롱, 일베의 폭식투쟁 등으로 이전부터 줄기차게 이어져오다 전날인 16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불순’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도가 더해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현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리아스 카네티가 말한 ‘도주군중’처럼 이리저리 쫓기고 있다. 카네티는 ‘파시즘의 광기’를 집단과 군중의 시각에서 푼 ‘군중과 권력’에서 집단내 지배세력인 ‘추적군중’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반하는 세력에 마녀사냥을 벌이며 이 마녀사냥의 대상이자 희생자가 ‘도주군중’이다. 지금 일부 보수층은 ‘추적군중’이 돼 세월호 유가족을 내몰고 유가족들은 이들에 쫓기는 형국과 비슷하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의 계속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진상규명은 ‘정치적 집단정서’ 속에 완전히 묻히고 있다. 오로지 박 대통령과 집권세력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는 ‘정치적 판단기준’이 도덕적 가치와 민주주의 보편적인 가치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자녀를 잃은 피해 ‘국민’은 어느덧 가해자로 둔갑했다. 비상식적인 보수층은 지금 세월호유가족의 ‘땡깡’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오도된 인식체계 속에서 ‘가해자(?)’ 유가족들을 가혹하게 ‘토끼몰이’ 하듯 쫓고 있다. 그러면서 세월호유가족들이 자기 보상을 통한 이익이나 쫓는 ‘속물’이라고 ‘자기최면’해 도덕적 ‘자기합리화’까지 하고 있다.

‘피해 국민’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을 두고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주장도 횡행한다. ‘피해 국민’이 이러한 요구를 할 권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 기본권리’임에도 이를 무시한다. 그리고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문제는 헌법적 사항이 아니고 입법부인 국회가 정치적으로 합의하면 되는 사안이라는 점은 외면한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는 엄연히 유가족임에도 박 대통령이 ‘피해자’가 되는 이 기가 막힌 정치적 행태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기보다는 ‘왕정국가’라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유가족들을 순수와 불순으로 가르고 이를 따르는 일부 국민들은 유가족들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박 대통령 자신의 ‘7시간 행적’을 거론하면 ‘국가원수 모독’에다 ‘국가와 국민 모독’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공화국의 주인인 국민에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累)’가 되면 어떠한 요구나 행동도 하지 말라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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