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성장 가능한 복지냐, 현 경제 시스템에 머물 것이냐 국민이 결정해야”

사진=이은재 기자
▲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9월 16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를 모시고 최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담배값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 증세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이상이 대표는 담배값 인상에 대해서는 “담배가 국민 건강을 해치고 백해무익하기 때문에 흡연율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정부의 담배값 인상안은 1차 목표가 세수를 늘리는 것이고 흡연율 낮추는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꼼수 증세”라 비판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을 공약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공약을 팽개치고 다시 ‘줄푸세’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국민이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데 소득세제를 개편하여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상위 10%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경제의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이라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이 복지재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개진을 하지 않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 방기라 지적하면서 시민 사회에서라도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서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지난 2010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무상급식을 선거 이슈로 제기하면서 복지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뜨겁게 대두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들 간에 복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복지 문제를 덮고 가기 어려워졌다고 생각된다. 복지 문제가 전면적으로 제기된 과정과 배경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과거 1980~90년대 초까지는 고도성장의 시대였다. 평균 8~9% 계속 성장했다. 국가 복지가 주어지지 않아도 일자리가 넘쳐났다. 스스로 시장에서 일해 재원을 마련하고 그것으로 복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복지에 대한 절실함이 사회 전체적인 규모에서 보면 아주 작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가 점점 양극화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이 전반적,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빈곤이 늘어났다. 상대적 빈곤 인구가 외환위기 전후 10년 사이에 8%에서 16%로 2배 정도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6%가 상대적 빈곤이고, 8%가 절대적 빈곤이다. 100명 중 8명은 여전히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빈곤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난해 GDP는 1,400조원을 넘어  섰고 국부는 전반적으로 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양극화와 격차사회라고 하는 경제적 요인이 국가복지에 대한 필요성을 높혔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가족구조가 급격하게 해체됐다. 1980~90년대에는 대부분 대가족이었다.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2대가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외환위기 이후로 급격하게 핵가족화 현상이 심화됐다. 노인세대가 독거 아니면 단독 세대를 이루고 살고 자식과 함께 사는 비중이 아주 적어졌다. 공동체간 유대가 전반적으로 약해지면서 공동체, 가족이 복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도가 아주 약해졌다. 복지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지나치게 경쟁적, 노동배제적인데다 양극화가 진행되고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적 조건 때문에 스스로 복지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 분들이 복지를 요구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고 하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도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굉장히 심각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2.2%까지 갔다. 로켓이 날라 가는 속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노인세대에 대한 복지 수요가 급증했다. 저출산이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에 경제와 사회적 요인들을 출산 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보육 복지, 여성 복지 등의 복지 수요가 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한국의 복지 수요가 15년 사이에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 정상적인 사회는 복지 문제가 대두되면 재원 충당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사회계층간에 일정 정도 타협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복지는 거론하면서 여야 모두 재원 문제는 피해갔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지하경제 활성화 등으로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고 들고 나왔는데 지금 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같은데?

대선 때 여야 후보 진영에서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면서 ‘내가 복지국가를 더 잘 만들 수 있다’, ‘한국형 복지에는 내가 더 적합한 후보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 복지는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 규모가 9% 정도였다. OECD 국가들 평균이 21% 정도이니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독일, 프랑스, 북유럽 스웨덴 같은 복지 선진국은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 규모가 21~30%이다. 우리나라는 삼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현실이 여야 진영에서 공론화됐다. 여야 후보 진영에서 우리가 집권한다면 OECD 평균 수준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선진국 수준은 나중 문제라고 하더라도 OECD 평균 수준은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지금 GDP 9%를 공공사회 지출로 쓰고 있는데, GDP 21%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했으면 이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GDP가 1,400조원을 넘었으니까 GDP 1%라고 하면 14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다. 담배세로 왈가왈부하는데, 이것이 1년에 2조8,000억원이다. 그런데 GDP 1%는 14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이다. GDP 9%와 21% 사이에 12%p의 차이가 나면 도대체 돈이 얼마가 되나. 엄청난 돈이다. 이 돈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고 해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지난 대선 때 벌어졌어야 한다. 정치가 선진적인 모습으로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복지는 잔뜩 하겠다고 포장을 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해놓고는 그것을 위한 재원 충당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을 올리지 않고 어떻게든 마련하겠다고 하는 ‘증세 없는 복지’ 슬로건을 내걸었다. 세계적인 코메디이다. 세계적으로 이런 정치를 한 적이 없다. 

증세를 해서 복지를 얼마나 늘릴 것이냐는 문제가 있으면, 대체적으로 진보진영은 크게 늘려서 복지를 크게 하고 세금도 많이 걷겠다고 주장하고, 자유주의진영, 즉 보수 진영은 복지를 단계적으로 조금씩 늘리고 세금도 조금씩만 올리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논쟁을 벌여야 하는데 우리는 여야가 다 하겠다고 잔뜩 선물꾸러미를 풀러놓고 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리는 비열한 정치 행태를 보였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국민들이 비난하고 있는 것이고 여야가 공히 정치적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복지 문제에 정직하지 못하게 접근한 것의 후과이고 그래서 이제라도 이 문제는 정직하게 대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현재 모습 이 정도인데 ‘여기에 머물 것이냐’, ‘이대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니면 ‘복지국가로 갈 것이면 스웨덴 수준으로 한 번에 가지 못하니까 단계적으로 가자. 1단계로 OECD 평균까지 가자. 2~3년 만에 갈 수는 없으니까 한 정권의 기간이 5년이니 단계적으로 가자’는 합의를 시도하고 도출해야 한다. 이것을 공론화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다.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조세행정을 불신하고 세금 자체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가 국민들을 그렇게 되도록 이끌어왔다고 볼 수 있다.

-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노인기초연금 지급,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각종 복지공약이 후퇴했고,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꼼수이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야당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사실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겠다는 것은 꼼수이고 사기이다’고 했다.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후보 진영의 총괄 사령탑 역할을 했다. 핵심적인 요직에서 선거를 이끈 분이 여야 정치권이 다 잘못했다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자기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과거 세력이고 자기만 미래 세력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낡은 정치이고 자기만 새정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심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한편 지금이라고 여당에서 저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세금정치, 복지국가정치 등에 대해 공론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정직하게 말을 잘했다고 호평할 수도 있다. 복지에는 돈이 필요하다. 조금 더 균형 잡힌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균형 잡힌 성장을 이끌어서 국민 전체가 행복하고 국민 전체가 분배와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역동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려면 투자와 돈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야 한다. 그 돈을 마련해서 그 길로 나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는 그 길로 나서야 한다는 논조로 얘기했다. 비판과 호평의 양 측면을 다 갖고 있는 말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 약속을 하나하나 철회하고 후퇴시켰다.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복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몇 차례 사과도 했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들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 복지국가를 만들 의지도 없으면서 표를 얻기 위해서 국민을 속였다고 법적으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법률적인 논리를 따지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민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그런 정치 행태,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서는 미사여구를 다 늘어놓고 당선 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식으로 입을 닦아버리는 정치 행태는 앞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다. 즉각적으로 서민들의 생활과 연관돼 느껴지는 것이 담뱃값 인상이다. 한꺼번에 2,000원을 올리겠다고 했다. 또 지방재정이 복지재원 때문에 어려운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민세, 자동차세 등 주로 간접세를 인상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나.

그것은 증세다. 담뱃값 인상이 확실히 증세라는 점은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도 말한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증세다. 증세는 국민이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이미 무너졌다. 이렇게 무너진 마당에는 솔직해져야 한다. 작년에만 해도 정부가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8조5,000억원가량 세수가 모자랐다. 올해도 10~15조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박근혜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는데 증세라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쓰겠다는 한 것은 비과세 감면제도를 폐지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이었다. 사실은 그게 안 된 것이고, 실패한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안 되는 것이다. 비과세 감면제도 만들어진 것은 만들어질 당시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과세 감면 중 대기업이 이득을 보는 것도 있지만, 영세업종에 종사하는 서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도 굉장히 많다. 그것을 폐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밖에 없고, 세수 효과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나타난다. 지하경제가 한꺼번에 양성화되는 것이 아니고, 양성화된다고 해도 세수가 그렇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양성화 노력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긴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세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환상이다. 그래서 집권 초반기에 정권이 힘이 있을 때 증세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 부담과 복지 수준을 논의해서 대타협을 하겠다고 대선 시기에 이미 공약을 했다. 그 이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안했다. 정공법으로 조세체계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어왔다.  부자들이 더 부담해야 하는 부자 증세를 하기 싫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19~20% 수준인데 OECD 평균으로 가려면 GDP 대비 25%이다. 5%p 차이가 나면 GDP 1%가 연간 14조원이니 5%면 70조원이다. 우리 국민들은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연간 70조원의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담뱃값을 인상해서 연간 거둬들이는 2조 8천억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는 더 내서 OECD 평균 수준까지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중장기적으로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 OECD 평균 수준의 행복을 누리는 국가로 발전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재원도 그만큼 마련해야 한다. 연간 70조원이 단계적으로 마련돼야 하고,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반에 일을 해야 하는데 놓쳤다. 집권 중반에 접어들면 그런 대규모 증세 정책을 할 동력이 잘 마련되지 않는다. 힘이 없어진다.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집권 초반에 복지를 철회하거나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그러려면 누진적 증세가 맞다. 누진적 증세를 해서 부자들이 더 많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부자증세 이후에 중산층도 보편적 증세로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GDP 대비 조세부담율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하고, 이 돈을 갖고 복지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경제도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악화된 분배 구조를 선진국 수준으로 조금씩 치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분배구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나쁜 나라이다.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회피했고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사보타지했다고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대기업과 재벌 등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지배적 그룹에서 박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주문했을 것이라고 본다. 소득세제와 법인세제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말 것을 종용했을 것이고, 경제부처도 그런 입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관료가 삼위일체가 돼서 기존의 기득권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을 할 정도의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 지금 지적하신 대로 담뱃세, 자동차세, 주민세는 증세를 하더라도 주로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간접세들이다. 그런데 MB 정부 때 부자 감세라고 부자들이 상당한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혜택을 줬다. 지금 이런 정책을 들고 나오기 전에 그 부분을 바로잡는 게 서민들과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박수 보낼 일인 것 같다. 그런 일도 하면서 간접세 인상 등을 같이 한다면 그나마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우리나라는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이 거의 반반이다. 지금 간접세 비중이 오히려 절반을 조금 넘는다.  세수 구조가 굉장히 왜곡돼 있다. 직접세는 대부분 누진적 세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간접세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세율이나 금액이 적용된다. 그래서 부가가치세, 소비세 등 간접세는 소득 역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 역진적인 세목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주민세는 부가가치세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굉장히 소득 역진적이다. 담배세는 더 악성적으로 소득 역진적이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하 소득계층들이고, 특히 하위 소득계층이 담배를 많이 핀다. 고소득 계층은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까 오히려 부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중하 소득계층만 세금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 역진적인 정도를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치달았을까. 기본적으로 금연을 해야 하고 흡연율은 줄여야 한다. 담배가 백해무익으로 건강에 아주 나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담배에 세금을 대폭 물려서 흡연율을 대폭 떨어트려야 한다는 정책기조에는 찬성이다. 다만 금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 증세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지금 밝혀지고 있는 것으로 보면, 2,500원 담배를 4,500원으로 올리는 것은 흡연율도 일정 정도 떨어지겠지만, 증세 효과가 극대화되는 꼭지점이다. 4,500원 지점에서 연간 2조8,000억원 정도 더 걷히고, 담뱃값이 5,000~6,000원으로 올라가면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정말 금연이 목적이라면 담뱃값을 4,500원 정도가 아니라 6,000원으로 해야 한다. 6,000원으로 하면 세수 증대 효과가 없기 때문에 꼼수 증세로 세수를 확보하려고 한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만, 이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다. 1차적 목적은 증세이다. 부가적 목적이 흡연율 저하이다. 정책 우선순위가 전도돼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이 정부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간접세 중심의 꼼수 증세를 하려고 하느냐 하면 직접세 중심 증세에 나서면 소득세 증세를 해야 한다. 그리고 법인세를 올려야 하고, 고소득 계층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신자유주의적 사회, 경제 구조 자체가 훼손될까 하는 우려를 한다. 또 이 시스템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분들의 이해와 요구가 이 정권에 관철되고 있기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본다. 지적하신대로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반에 소득세제에 대해 누진적인 증세를 단행한 다음에 흡연율도 줄여야 하고 추가적인 세수도 필요하다고 담뱃값 인상을 감행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었으면 이렇게까지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꼼수 증세라는 말도 없었을 것이다.         

- 우리사회가 OECD 전체로 봐서는 복지가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담세율도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그럼에도 재정이 악화되고 세수가 덜 걷히니까 복지 때문에 경제가 좋지 않고 재정도 좋지 않기 때문에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정치권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은 한분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정치적 자해, 자살행위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 현실을 전혀 도외시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은 복지수요가 자연발생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복지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수경제를 살려 건강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우리 경제가 안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 보육, 교육 분야 등 사람을 위해 일하는 영역들에 대해 양질의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정도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람 고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 사람이 건강하고 사람이 잘 교육받아야 한다. 또 즉각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낡은 기술을 갖고 있었던 사람에 대해서는 현대화된 더 좋은 기술을 새롭게 공부시켜서 새로운 좋은 일자리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에 있어서 상향 이동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람에 대한 투자, 노동에 있어서의 창의력과 전문성, 기술수준과 노동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식의 투자가 발생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성장, 창조적인 성장이 안 된다. 

사람에 대한 투자, 노동력 고도화에 대한 투자가 바로 복지이다. 교육을 통해서 양질의 인력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나라, 사회 인프라가 안정되고 의료시스템이 상향평준화 될 수 있어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된 나라가 투자하기에 좋은 나라이고, 경제를 하기에도 좋은 나라이다. 경제와 복지를 대립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참 잘못됐다. 복지에 돈을 쓰면 경제에 쓸 돈을 복지에 썼기 때문에 이것은 낭비라고 하는 관점은 정말로 낡은 관점이다. 그런 관점은 과거에 소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복지를 줄 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근로능력이 아예 없는 사람들이다.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분들에게 일부 잔여적이고 선별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그런 복지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복지는 제공한다고 해서 그 분들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복지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복지가 다분히 소비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과거의 생각을 갖고 복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분들의 낡은 사고방식이다. 

스웨덴, 독일처럼 비교적 경제가 튼튼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을 보면 복지와 경제가 통합되어 있다. 복지인지 경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기술력을 향상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자한 돈이 경제에 투자한 것인지 복지에 투자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통합됐기 때문이다. 그런 보편적 복지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복지와 경제를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역동적인 성장을 가능하도록 하는 복지를 할 것인지, 지금 경제 시스템에 머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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