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상식적인 판결 났으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 도전 끝에 세종시 교육감에 당선된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9월 17일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 ‘폴리뉴스 14주년, 폴리피플 5주년 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교육철학과 세종시 교육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교육이 모든 학생을 고르게 보기보다는 특정학생들 중심의 교육, 입시로 인해 서열화된 교육이 되었다”고 말하고, “모든 학생들이 존중받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이 세월호 참사가 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력해서 수업을 하니까 인성문제도 많이 해결되고, 실제로 단순 암기력이 아닌 학력(學力)이 길러졌다”며 ‘혁신학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가 제시한 ‘캠퍼스형 고등학교’ 모델에 대해서는 “각자 시설을 건설할 때보다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들 때 비용도 줄어들고 교육의 질도 훨씬 높아진다. 종합대학 안에 단과대학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자사고 지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고르게 똑같이 뽑아서 더 잘 가르쳐 학생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교육을 하자”고 ‘상향식 고교 평준화’를 제안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서는 “그 판단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교원단체 소속 선생님, 조합원, 비정규직도 결국 우리 교육가족”이라며 “최대한 보호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조금 늦었지만 교육감 당선을 축하드린다. 재수 끝에 당선됐다. 세종시는 주로 보수적인 공무원들이다. 선거 과정과 끝난 후 소감은 어떤가.

교육에 관해 진보와 보수는 없는 거 같았다. 이 지역에 중앙 공무원을 중심으로 주로 이주해오신 분들이 많은데, 많은 지지를 해주신 것을 보면 ‘한국 교육이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선거 중간에 너무 아픈 세월호 참사가 있었는데, 대부분 어른들이 ‘교육 이대로 안되겠다’, ‘아이들이 소중한 만큼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게 궁극적인 공감대였고, 그런 영향을 받았던 거 같다.

- 현직 교사 활동을 하시면서 학생들 입장에서 우리 교육을 바라보셨고, 또 그래야 한다고 선거기간에도 유권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기본적인 철학이나 컨셉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모든 교육이 학생을 중심으로 있어왔다. (단지) 실천되는 과정에서 모든 학생을 고르게 보기보다는 특정학생들 중심의 교육, 입시로 인해 서열화된 속에 지식 암기를 잘하는 학생 위주가 되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때) 우리 아이들이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엄청난 일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보니까 그 중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많이 서운하고 그 중에서 속 썩이는 아이는 덜 서운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모든 학생들이 존중받고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 이것이 세월호 참사가 준 핵심이라고 본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올 시간에 학교에 오고 집에 갈 시간에 엄마와 집에 가는 것이 너무 기쁘고 고마운 일이고, 그렇게 소중한 아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 교육감 선거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고 본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스스로 알아야 하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는 사람만이 이웃의 소중함도 존중할 수 있다. 민주주주의 가장 기본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다. 그 정신,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교실은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한 학교라고 생각한다.

- 우리 교육에서 선생님은 학교의 지시에 순응하고 가만히 있는 학생이 좋은 학생인데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순응한 친구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해서 안타깝게 많이 희생됐다. 이 문제에 있어서 교육적 시각에서 어떻게 보나.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금지시켰다. 답을 주고 ‘이것을 외워라. 이것이 정답이다’라고만 했지, 왜 정답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상의하고 ‘아, 다른데’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질문하게 하고,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토론을 해서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판단하게 하고, 이 철학을 갖고 행동하고,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질문을 하려고 하면 ‘야, 쓸데없이 질문하지 말고 외워. 질문은 대학에 가서 해’라고 하는 잘못된 교육을 해왔다. 이제는 아이들이 작은 문제에도 ‘왜 그렇지? 왜 그래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고, 그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내 생각이 틀렸구나 (혹은 맞았구나)’라고 내 생각을 갖게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을 하지마’라고 하면 안 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 그러려면 현재 교육이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변해야 한다. 교육감님이 생각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교육부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변해야 한다고 해왔다. 단순한 지식 중심이 아니라 창의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얘기해왔고,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해왔다. 보통 초··고 교육이 대학입시에 너무 얽매여 있으니까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지난 4년간 소위 몇 개 지역에서 있었던 ‘학교를 바꾸자’는 움직임이다.

협력해서 수업을 하고 나니까 인성문제도 많이 해결되고, 실제로 단순한 암기력이 아니라 학력(學力), 힘이 길러졌다. 시도에 따라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가 그것을 ‘혁신학교’라고 부른다. 모든 것에서 교육의 중심이 교실이라는 것이다. 학생과 선생님의 교수활동이 중심이 되는 교육. 나머지 교장 선생님이나 행정실이나 교육부는 그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수학습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냐 하면 최대한의 자율성, 이 학교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에 대해 선생님과 학생이 상의하고 토론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성과 자율성이 존중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혁신학교는 모델이 딱 있어서 그 틀을 적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일정 기준을 놓고 각 학교별로 적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 교육감님은 ‘캠퍼스형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고등학교 모델을 제시했다. 성공하면 우리 교육에 상당히 혁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종시니까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다. 세종시는 내년에 새로 31개 학교를 개교한다. 2016년에는 21개 학교가 예정돼 있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요예측이 잘못돼서 9월 개교할 초등학교는 처음 24학급으로 계획됐다가 44학급 1개, 50학급 1개로 개교한다. 그러니까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부족한 학교 부지 문제와 관련해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고등학교 부지로 배정됐던 곳에 배치를 하고, 고등학교는 몇 개 학교를 종합해 새로운 부지에 형성하면 좋겠다.

아직 기획단계이고 세부용역을 발주해서 구체적인 상과 그 안에서의 계획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4~5개의 고등학교를 한 지역에 배치하고 공동으로 사용할 시설을 함께 지어서 시설 투자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질 높은 시설을 짓게 된다. 4개의 학교가 각자 강당을 건설할 때보다 함께 쓸 수 있는 강당을 만들 때 비용도 줄어들고 질도 훨씬 높아진다. 종합대학 안에 단과대학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가르칠 수 있게 된다. 제2외국어의 경우 가르칠 교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나는 불어, 나는 일본어, 나는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모든 학교에서 이것을 준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교를 같이 묶으면 각 학교에서 4~5명씩만 배울 사람이 있어도 반이 형성되고 선생님이 있으면 수업이 진행된다. 또, 각 학교마다 영어 선생님이 4~5명은 필요하다. 4개의 학교면 영어선생님 20명이 모이게 된다. 일상적으로 자기 교과에 대해 연구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으면 수업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캠퍼스형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각 기관에서도 이에 대해 물론 처음 시도이니까 ‘이것이 될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이것이 되면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능한 부지 예정도 행복청과 함께 상의하면서 알아보고 있다.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한국에 제대로 된 교육을 세워보고 싶다.

- 교육감님은 선거 때 슬로건으로 ‘의자부터 바꾸겠다’는 다소 이색적인 공약을 하셨다. 무슨 의도인가? 또 실제적으로 이 공약이 실천되고 있나.

우리 아이들에게 거대한 공약도 필요하지만 아이들 처지에서 정책을 세우고자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아이들 체형에 맞고 필요한 의자를 새로 짓는 학교부터 교체해드리려고 한다. 하지만 실행 차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학교 비품은 중소기업 제품만 써야 한다거나 하는 제한들이 있는데, 체형에 맞는 좋은 의자를 개발한 것은 불행하게도 대기업이다. 가격도 차이가 있다.

그래도 중소기업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고 미리 얘기하고 조건에 맞춰서 받으면 적정한 가격에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4개월 동안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현재 나와있는 것들 중에서 학생들 체형에 맞춰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을 새롭게 공급하는 것으로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한다.

-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판결을 내렸다. 세종시 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별문제 없나? 교육감님도 전교조 활동을 해오셨는데,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

전임자 한 분이 계셨는데 학교에 돌아가 잘 생활하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봐야 하지만 국제적으로 상식적인 판결이 났으면 한다. 어쨌든 그 판단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교원단체 소속 선생님, 조합원은 다 우리 교육가족이다. 총연합회 소속도 우리 교육가족이고, 전교조 소속도 우리 가족이고, 심지어 아직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비정규직도 결국 우리 교육가족이다. 우리 아이들과 교육을 위해 종사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호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있다.

-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때문에 진보와 보수가 5년에 한번씩 극심한 대결을 하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에서도 선거 때 진보와 보수로 나뉜다. 교육운동가에서 이제 교육행정가로 오셨는데 이 문제가 미치는 영향은 어떻고,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실제로 과도한 측면이 있다. 언론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에 있는 분들은 정책만 보면 ‘이 후보의 정책이 괜찮은데’라고 하면서도 소위 진보 쪽 후보가 당선되면 근본적으로 교육을 뒤집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던 게 사실인 거 같다. 제가 와서 늘 한 말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 여러분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나의 주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하고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바꿔야 한다. 혹시 잘못 생각한 것이 있으면 바꿔야 한다. 제가 ‘관행으로 너무 변화에 대해 거부한 것이 있다면 세종시는 새 교육청, 새로 만든 곳이니까 관행은 우리 지역에 없다.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필요한지 아닌지만 같이 토론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합의를 해나가다 보니까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계에 계신 모든 분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우리 미래를 담당할 아이들이 멋지게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교육청에 계신 분들은 현재 활동 중인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 덕분에 제가 있었어요. 선생님 존경해요’라며 존중해주고 따르면 최고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전혀 아니다. 이 시대에 누가 우리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더 우리 미래사회를 감당할 힘 있는 아이들을 기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 교장 선생님들과 관계는 좋나.

정책도 정책이지만 인간적인 신뢰가 우선이다. 작은 것이지만 교장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식사를 할 때가 있었다. 그 전에는 대개 모이면 시간에 맞춰서 교육감이 갔던 거 같다. 저는 조금 일찍 가서 입구에서 들어오는 분들을 다 맞이하고, 말할 때도 솔직하게 ‘저는 정말 학교를 변화시키고 싶다. 교장 선생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안 된다. 각 학교의 교육감은 교장 선생님인데 교장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못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그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각 학교를 다니거나 교장 선생님을 뵐 때도 ‘이렇게 하십시오. 이것은 옳지 않은 거 아닙니까’라고 하지 않고, ‘어디에 가보니까 이렇게 좋은 교장 선생님이 있었다, 이것이 매우 좋았다’고 좋은 사례, 우수한 사례들을 말씀드리고 있다. 교장 선생님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굉장히 편안해하고 제 얘기를 많이 들어주신다.

그 단적인 예가 혁신학교 연수 사례다. 취임 후 자율적으로 혁신학교를 하고 싶은데 처음이니까 잘 모른다. ‘연수를 하고 싶은 분들은 신청을 해서 자율적으로 해주십시오. 학교에서도 신청하면 저희가 가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47개 학교 중 28개 학교에서 연수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경기, 서울, 전라도 등 먼저 했던 곳의 우수사례를 낸 교장 선생님들이나 장학사들을 초청강사로 배치해드렸다.

대체적으로 지금까지 보면 (혁신학교 연수를) 원하는 선생님이 몇 분 있다고 해도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까지 부를 게 뭐가 있어’라고 하면 안됐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학교가 신청할 수 있었던 것은 교장 선생님들이 마음의 벽을 많이 허물고 함께 하려는 것이다. 적어도 제가 하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고 현장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교장 선생님들에게 ‘최대한 민주적으로 해주십시오. 교사와 학부모들 의견을 들어주십시오. 그 대신 교장 선생님의 자율권을 최대한 드리겠습니다. 예산을 더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쓸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믿어주시는 거 같다. 계속 존중하면서 할 작정이다. 

- 고교 평준화가 된지 수십 년이 지났다. 고교 평준화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도 ‘변화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고, 교육감님은 ‘상향식 고교 평준화’를 주창하고 계시다. 서울시의 자사고 지정 폐지 문제에 대해 교육감님이 주창하는 것과 연관해서 한 말씀 해달라.

학교의 학습역량을 강화시키기는 하지만, 소위 질 좋은 학생을 뽑아놓고 잘 관리해서 성적을 냈던 것이 특목고, 자사고였다. 그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도 입시를 할 때 12학급 중 1학급 정도 우수한 학생들을 우선전형 한다. 먼저 뽑은 아이들에 대한 일정한 약속이 있고, 나머지 아이들을 뽑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없앴다. 그 대신 ‘고르게 똑같이 뽑아서 우리가 더 잘 가르쳐서 학생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교육을 하자’고 했다.

우리 지역은 고등학교 숫자가 아직 너무 적다. 있는 학교도 국제고와 예술이 중심인 사립학교가 1개 있고 자율공고가 있고, 기숙형 학교로 전국 공모를 한 학교가 있다. 여자고등학교가 1개 있는데 이곳은 상업계 학생들이 있다. 온전한 인문계 학교는 3개 학교 밖에 없다. 여기에 평준화 얘기를 하기는 이르다.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도 한번 지정하면 4년이 지나야 하니까 고등학교가 일정 정도 생겼을 때에는 1등, 2등, 3등 학교 순위가 매겨지는 것은 정말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준화를 기본 원칙으로 하면서 하향 평준화로 가지 않고 상향 평준화를 통해 질 높은 평준화로 가기 위해 고등학교에 혁신학교를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준비를 조금 더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만 지정하고, 고등학교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준비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있는 대학입시 속에서 이것을 바꾸더라도 성적을 조금 더 향상시키기 위한 과정들을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 세종교육청 사이트에서 ‘수능 100일 앞둔 고3학생에게 보내는 교육감 편지’라는 글을 읽었다. 직접 작성하신 것인가.

직접 썼다. 보통은 행사가 많아서 계기가 되면 담당 과에서 (메시지를) 써온다. 아주 교훈적이고 좋은 글이기는 한데 학생들이 읽지 않을 거 같았다. 솔직하게 아이들 심정이 어떨까 싶어서 내가 고3 담임이라고 생각하고 이왕이면 시 형식으로 쓰면 눈에 잘 들어오니까 읽지 않을까 해서 그런 형식으로 쓴 것이다. 자주 못하기는 했는데 9월 1일 새학기를 맞은 전체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편지를 써드린 일이 있다. 추석 직전에는 교육청 안에 있는 240명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교육청에 있는 직원분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에는 ‘교육을 하나의 연극으로 본다면 무대 위의 배우는 교실에 있는 학생과 선생님이다. 교장, 행정실, 교육청은 다 돕는 스텝이다. 스텝은 배우가 정말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스텝이 자꾸 무대에 올라가면 망친다. 우리는 이쪽에 있자. 저희는 공무원이기까지 하니까 국민과 학부모 앞에 을(乙)이다. 혹시라도 갑(甲)적인 행동이 익숙하다고 해도 하지 말자’고 했다.

현장 선생님들에게는 계획을 말하고, ‘이런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으니까 저를 오라고 해달라’고 솔직한 편지를 보냈다. 아직 데이트 신청은 없지만, 많은 분들이 댓글이나 답신을 주셔서 지속적으로 할 작정이다.

- 오랜 시간 동안 교사, 운동가, 행정가로 일해왔다. 학부모들에게 교육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한국 교육이 정말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전 국민이 동의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리 미래를 담당해야 할 우리 아이들이 자신 있게,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이웃의 소중함도 배려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감을 갖고 행동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다. 어렸을 때 행복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행복할 줄 안다. 이것을 위해 우리 모두 학교가 교수 학습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과 아이들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특히 학부모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딱 한가지이다. 정말 내 아이를 생각한다면 내 아이를 놓고 ‘우리 아이’를 생각해달라. 우리 아이 모두가 행복해질 때 내 아이도 행복해진다. 내 아이만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다른 아이들의 행복을 같이 챙기지 않으면, 내 아이도 똑같이 불행해진다는 것을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세종시에서 한국 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부모님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 지켜보지 말고 함께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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