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문①]“국민이 공천해주는데 계파보스에 줄설 일 있겠나”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인천 부평구갑, 재선)은 8일 당내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는 계파문제를 두고 “계파청산이라는 관점에서 최고의 약은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라고 주장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문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당내 계파는 편을 갈라 공천에서 이익을 취하고 당 활동에 도움을 받기위해 생겼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특정 개인에게 줄 설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국민참여경선제’를 통해 등원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정치적 뒷배가 없는 시골변호사였지만 지역활동을 열심히 한 점을 평가받아 경선에서 이겼다”면서 “특정 보스나 어떤 끈을 잡고 들어온 것이 아니어서 계파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의 여러 문제들에는 오픈프라이머리, 국민경선이 옳다”면서 “다만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고 정치신인들이 돌파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당이 일차적으로 부적합한 현역의원들을 걸러주고, 선거법을 개정해 정치신인들이 언제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전반부이다.

“친노 비대위 논란, 언론이 몰아가는 측면 있어”

-이번에 당 전략홍보본부장이 되셨다. 지난번에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 비서실장이셨는데 연속해서 당의 중책을 맡는 것 같다.

저도 이번에는 당직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 우선 지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계속 당직을 맡아 바쁘게 지내 너무 힘들었고, 둘째로 어쨌든 저도 7.30 재보선 패배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지도부의 일원인데 또 다시 당직을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 생각해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렇지만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맡게 됐고 그래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 비대위 구성에 있어서 중도파가 없다는 일각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래서 문희상 위원장도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합류 필요성을 언급했고, 최근 뉴스들을 보면 김 전 대표의 비대위 합류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저희도 두 분에게 참여하시라고 거듭 말씀 드리고 있다. 그렇지만 안 전 대표는 어느 정도 예외를 인정해드려야 할 것 같고, 김 전 대표는 꼭 합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면 이번 비대위에 참여하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전직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하신 분들이고 지금 당이 어려우니 당을 구하라고 해서 나오신 분들이다. 김 전 대표도 당원 생활을 오래하셨을 뿐만 아니라 당을 위해서는 헌신하실 생각을 갖고 있으니 김 전 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옳다.

-일단 지금 비대위가 소위 ‘친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있지 않을까. 비대위는 당 전체가 결집해 문제를 푸는 주체가 돼야하니 김 전 대표도 그런 점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친노 비대위’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도 있다. 문희상 위원장도 본인은 중도인데 왜 자신을 친노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저는 지난 대선패배 직후 구성된 비대위에서 문 위원장과 일했지만 제가 봐도 문 위원장은 중도색채가 강하다. 그렇지만 일단 외부에서 언론이나 국민들이 보기에는 친노 비대위라고 규정하니 거기에 맞게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친노 비대위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문 위원장 아닌가. 문재인 의원 등이 주장하는 ‘모바일 투표’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는데, ‘모바일 투표’ 부분은 지난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문제점들이 지적돼 사실상 없어졌던 것 아닌가.

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잠깐 언급한 것이 오해를 불러 일부 와전된 것이 있다고 한다. 사실 문 위원장은 과거 대선직후 만들어진 비대위에서 전당대회 룰을 만들면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지금 우리 당이 계파문제로 민감한 상황이기에 용어 하나하나에 주의할 필요성이 다들 있는 것 같다. 특히 ‘조중동’과 같은 보수 언론은 어떻게든 우리 당을 ‘친노’ 대 ‘비노’ 프레임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성이 있어 빌미를 주면 그렇게 몰아가고 있고, 외부에서도 언론만 보면 그렇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도 요즘 인터뷰를 할 때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그런 단초와 계기를 당내 인사들이 제공하는 것 아닌가. 이번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내놓은 ‘직업적 당 대표의 평형수를 빼려는 움직임’ 발언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발언에 방금 말씀한 언론들은 좋아하면서 구체적으로 당 대표를 세 번 역임한 정세균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해주면서 당 내 계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게 참 어렵다. 저도 실은 지난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박 전 원내대표가 협상을 잘했느니 못했느니 논란이 있었을 때 뭐라고 이야기하기 애매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오늘 인터뷰도 예약할 때는 계파 간 갈등이 첨예화되기 전이라서 한다고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장 내일(9일) 원내대표 선거도 있고 당내 상황도 복잡해 조심스럽다.

잘 모르겠다. 정치가 힘든 점이 서로가 좀 이해하고 격려해줘야 하는데 너무 치열해서 공자님 말씀만 따르면 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역지사지는커녕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 공격해야 정치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정치를 하면 오히려 정치를 잘 못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되니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당내 계파문제 해결위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해야”

-의원님도 당내 중도개혁 성향의 전·현직 의원모임 ‘구당구국(救黨救國) 모임’ 멤버라는 보도가 나오던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몇 차례 밝힌바 있고 일부 보수언론들이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기사였다. 사실 그 날 모임은 ‘당이 지금 어려우니 한 번 만나 밥이나 먹으면서 이야기 해보자’, ‘당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서로 고민해 보자’고 해서 나간 것이다. ‘구당구국 모임’이라는 명칭의 모임을 만들자고 해서 나간 것은 아니었다. 또 전 당직을 맡고 있으니 두루두루 당 내 여러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봐야 하니 참석한 것이다.

저는 그날 모임중간에 먼저 나왔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런 이름이 없었다. 다만 나중에 헤어지면서 ‘추후 연락을 해야 하는데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이 있어 모임 명을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너무 확대 해석돼서 좀 곤혹스럽다. 거기에 그 자리에 참석한 어떤 분이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 이야기를 해서 증폭이 됐는데, 거기 모인 사람들은 신당 이야기는 생각도 안했다. 단순히 당내 문제를 이야기하고 같이 고민해보자고 해서 밥 먹으로 간 것인데 와전된 것이 많다.

-문 의원은 말하자면 ‘비노’ 지도부의 중책들을 담당했지만 정치적 판단은 계파의 선을 넘나드는 것 같다.

전 원래 계파가 없고 누가 물어보면 국민계파라고 한다. 저는 17대 국회로 정계 입문할 때 특정 정치지도자의 도움 없이 열린우리당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들어왔다. 만약 당시 당에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와 같은 기구가 있었다면 명함도 못 내밀었을 것이다. 누구의 끈을 잡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서 전 계파에 자유롭다.

제 스스로 생각하면 그 누구의 계파라고 생각않지만 남들이 굳이 계파를 규정해 주는 것 같다. 17대 국회에는 정세균 계, 18대 국회에는 천정배 계, 이번 19대 국회 들어와서는 김두관 대선캠프에서 일했다고 김두관 계였고, 안철수 전 대표 비서실장이라 김한길-안철수 계였고, 이번에 드디어 문희상 계까지 온 것 같다. 전 늘 누구 특정 보스를 모시고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고 그런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항상 국민들 입장이 뭔지, 어떻게 하면 당이 가장 공정하고 유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지가 제가 일하는 관점이다.

-국민경선을 통해 들어왔으니 특정 계파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에 현재 당내 계파문제 해결방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당의 국회의원 공천을 국민경선, 오픈프라이머리로 하면 근본적인 계파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 계파청산이라는 관점에서 최고의 약은 오픈프라이머리다. 계파가 왜 생겼나. 편을 갈라서 공천에서 이익을 취하고 당에서 활동하는데 좀 도움을 받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내가 누구에게 줄설 일이 뭐가 있겠나. 지역 주민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최고다. 물론 대중적 인기가 있는 분이 지역에 와서 한마디 해주면 조금은 표에 도움은 되겠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양당에서도 그런 차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현역의원의 기득권이 너무 세서 신인참여가 배제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것 같다.

맞다. 저는 신인으로 됐지만 만약 당시 당에 공심위가 있었다면 저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지역구에 현역 국회의원이 없었나.

현역은 없었고 같이 경쟁했던 분들이 청와대 인사비서관 하다가 총선출마를 위해 나오신 분, 지금 인천 부평구을의 홍영표 의원, 그리고 저까지 3명이었다. 그런데 홍 의원은 당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끌던 개혁당의 주요멤버여서 만약 공심위가 있었다면 청와대 출신의 그분과 홍 의원이 경합했지 시골변호사였던 저는 컷오프 단계에서 배제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민경선을 하니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점이 평가를 받아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만약 실제로 현역이 끼어있었다면 어땠을까.

현역이 있다면 신인이 돌파하기는 어렵다.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게 좀 어려운 것 같다. 공심위로 진행하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점이 있고 계파가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과감하게 신인들을 등용하고 현직의 기득권을 내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는 민주주의 원칙에는 충실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해 신인들이 돌파하기 어렵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우리당의 여러 문제들을 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국민경선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룰을 정하면 신인들도 거기에 맞춰 열심히 지역 활동하면서 현역을 돌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에서도 현역 기득권을 가진 사람 중에 큰 흠이 있어 도저히 선출직 공무원으로 공천하기에 부적절하다 판단하면 일단 과감하게 걸러주는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

-현직의 공천 참가 시 당이 일차로 걸러주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신인들에게 보다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현행 선거법상 예비후보자 제도를 보면 후보가 선거 120일 전에 등록해서 뛸 수가 있는데 최근 선관위가 제출해 놓은 법은 상시등록제로 출마의사가 있으면 언제든지 신고하고 뛸 수 있게 해놓은 것 같다.

그런 것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면 상시등록제를 도입해 신인들이 언제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에서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그 점을 제일 싫어한다고 하더라.

만약 풀어주지 않는다면 현역은 평상시 의정활동을 하면서 실질적인 선거운동을 하는데 신인들은 못하게 된다. 그런 장벽이 있으니 균형 있게 없어주는 것이 맞다.

“원내대표 경선, 계파 아닌 세월호法이 가를 것”

-내일(9일) 원내대표 선거에 4명의 후보가 나서고 있다. 한 쪽에서는 단일화나, 추대론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원내대표 선거는 제가 현직 당직자라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좀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재밌는 점이 구도가 좀 혼란스럽다. 기존에 보수 언론들이 설정해놓은 친노-비노 프레임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언론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는 분들을 소위 ‘친노 강경파’라고 싸잡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분들이 모두 친노는 아니고 오히려 이번엔 ‘비노’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나 ‘콩나물 모임’(콩나물국밥집 회동 모임)의 입장에서는 그 노선과 경향이 ‘친노’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원과 맞는다. 즉 순수하게 언론이 분류하는 당내 계파 측면에서 보면 맞지 않는 점이 있고, 세월호 특별법 여야협상만 놓고 보면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그래서 혼전이 예상된다.

다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 법 협상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협상내용에 대한 평가, 또한 앞으로도 협상은 계속해야하고 중요 과제인데, 그걸 어떻게 유능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니 의원들의 표심이 그 점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문재인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완전히 새누리당에 패배했다는 발언을 했다. 문 의원은 어떻게 보시나.

세월호 협상은 진 것이고 잘못된 것이 맞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1차 협상을 제대로 유도하지 못해서 그런 식의 족쇄가 채워졌고, 두 번째, 세 번째 협상도 잘못돼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번 3차 협상의 경우 제 개인적인 생각에 일단 손절매(損切賣, 손실관리)를 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이뤄진 것 같다. 우리가 세월호 협상과정에서 일종의 수렁에 빠져버렸고, 그 어떤 이슈를 제기하고 몸부림을 쳐봐도 손해만 보는 상황이었다. 즉 협상을 잘못해서 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기 위해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럼 첫 단추는 잘못 끼웠다고 해도 이제는 새롭게 협상에 나서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물론 기존 여야 합의 틀을 완전히 뒤집지는 못하겠지만,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협상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에서는 유족의 특별법 참여는 절대 안 된다고 완전히 선을 그은 것 같은데.

사실 ‘유족 참여’의 의미도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직접참여, 간접참여 등 여러 가지 참여방식이 있을 수 있으니 그렇게까지 벽을 쌓아 막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이번 참사에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니 조금은 특별히 봐야한다. 일반 사건으로 치부해 그런 잣대로 보면 안되고, 정부여당이 마음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협상을 새롭게 할 측면은 분명히 있는 것 같지만, 누가 원내대표가 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최악의 불통 무능한 박근혜 정권, 현대판 유신”

-이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장외투쟁’이나 ‘국회공전’과 같은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공유된 것 같다.

기본 기조는 그렇다. 사실 의원 그 누가 장외투쟁을 좋아하겠나. 국회에서 일하라고 국민들께서 뽑아주셨으니 가능하면 국회 내에서 절차를 통해 투쟁을 하고 이야기하려고 하지...그렇지만 오죽하면 장외로 나가겠나. 그런 입장이다. 가능하면 의회 내에서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세월호법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서 그 문제로 장외로 나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가능하면 국회 내에서 하면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선명한 파이팅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긴 하지만 지금의 정부여당이 잘하면 모를까 역대 정권 중 현 정권만큼 불통하고 무능한 정부가 없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우리가 ‘가장 나쁜 정권’,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현 정권은 초기부터 너무나 기대 밖의 낙제점 운영을 하고 있어서 야당으로서 정말 할 일과 할 이야기가 많고, 또 그렇게 활동할 영역도 많이 확보됐다. 그런데 우리가 정치이슈에 많이 매몰되다보니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상하게 반대로 됐다. 작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장외투쟁에서도 그랬는데, 기존에는 보통 야당이 정치의제를 제기하고 여당이 민생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작년 국정원 투쟁 과정에서는 여당이 자꾸 정치이슈를 던져 민생문제를 가리는 그런 정국운영을 했고 금년 세월호 특별법 협상도 그런 것들이 있었다. 사실 민생이슈나 경제 살리기 이슈를 국회에서 더 많이 논의해야했는데 그게 되질 않았다.

물론 그 책임에 야당도 자유롭지 않지만 결국 여당이 세월호 문제에 좀 더 전향적인 대책을 세우고 이슈를 경제살리기와 민생으로 끌고 가야했는데 아쉽다. 어떤 면에서는 여당이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치이슈에 정국을 매몰시켜 자신들의 무능이나 불통을 감추고 그것들이 국민들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는 묘한 모습이다. 그래서 야당도 세월호 특별법을 중요한 이슈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타 민생문제에 있어서 현 정부여당이 잘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좀 더 부각시키면 지금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했지만 이번에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가이드라인을 치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를 이야기하며 새누리당 대표가 된 김무성 대표도 청와대에 호출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시나.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 제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이미지는 좋았다. 의회주의자로 활동하면서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 대선 과정에서도 경제민주화나 과거사 문제 등에 전향적으로 말씀해 ‘이제 이명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향후 한국 정치가 복원되고 한 단계 발전을 하겠구나’라고 기대를 했는데 이건 너무나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생활도 오래해 국회를 잘 아시는 분인데도 너무 기대이하로 하고 있다. 사실 지난번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국회가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 반납해야 한다’ 등의 비판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발언이다. 우리가 봐서는 오히려 대통령이 먼저 월급을 반납해야 한다. 대통령이야말로 자기가 할 일을 하면서 국회에 이야기해야지 ‘자신은 옳고 국회는 잘못했다’ 식의 발언은 너무나 일방적인 발언이고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말 어떻게 보면 70년대 유신시절이 다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에 대통령 발언에 즉각 검찰이 사이버검열에 나선 것도 그렇고... 지금 대통령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이건 정말 현대판 유신이다. 속은 공안통치고 겉만 21세기인 척하는, 사실상 70년대 공안통치로 돌아간 것 아닌가하는 그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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