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조선산업, 남북한 대립의 ‘이념 정치’가 ‘경제’를 옥죄는 현장

한국 조선산업의 상징 현대중공업의 위기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이 20143분기 매출 124,040억원, 영업손실 19,346억원, 당기순손실 14,606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부문에서 11,45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도 3분기 18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지만 지난 1분기에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전 분기와 비슷한 1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보였지만 정체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장기 전망은 어둡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화되는 추세경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한국 조선산업이 사양산업으로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선행지수인 주가를 보면 이들 조선 대표주들의 주가는 2009년 대비 1/3토막 수준이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수주는 급감했다. 중국에게 밀리고 엔저로 무장한 일본에게 치여 조선산업은 벼랑 속에 몰린 지 오래다.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일반상선 분야에서 중국에 일감을 빼앗겼다. 중소 조선소들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수주량은 131CGT, 전년 동기 대비 30.2% 급감했다. 특히 3분기에는 전체 수주량이 단 7척에 불과하다. 세계경기 부진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형조선업계가 무리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플랜트와 발전설비 등으로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생존을 도모하는 실정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7일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에 대한 안건을 승인한 것도 조선산업의 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국 조선산업이 1970년대까지 번영을 누리던 영국, 스웨덴 등 북유럽 조선산업이 몰락했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임에 기반하던 중국이 이제 기술력까지 갖춰 우리 조선산업의 목줄을 바짝 조이는 상황이 몇 년 더 가속화할 경우 버틸 수 있는 조선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10.4 남북 조선협력단지 합의는 한국 조선산업 미래 활로 찾기 

문제는 이러한 조선산업의 위기는 이미 10년 전부터 예견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됐음에도 남북 대결주의의 부상과 업계의 안이함이 이를 외면한 점이다. 2005년 당시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한국 조선전문가들은 인력과 부지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조선협력단지를 구상하고 이를 정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200710.4 남북공동선언이었고 여기서 남북은 남포 남북조선협력단지 조성에 합의했다. 이는 우리 조선산업의 큰 숙제였던 중국 조선산업의 값싼 노동력에 대한 대비책과 함께 저렴한 조선부지 확보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지금 곤란을 겪고 있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은 선종(저부가가치선중형선)이나 수리조선분야에 대한 시장점유율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닥쳐올 미래의 위기에 대응한 조선산업의 활로 찾기의 결과가 10.4선언이었던 셈이다.

당시 정상회담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조선협력단지 건설사업은 대북 지원사업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우리 조선기업의 요청과 제안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쪽 관계자들을 어렵게 설득해 이뤄낸 성과라고 입을 모았었다. 조선업계도 당시에 북한이 세금과 인건비 등에서 매력을 갖춘 투자처라고 반겼다.

조선업계는 남북조선협력단지 조성으로 인건비, 해상운송비 등 제조원가 절감 효과가 노동집약적인 조선블록 과정에서 톤당 약 18만원이나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무산됐다. 그 이후 불과 6년 만에 우리나라의 조선 블록공정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됐고 지금은 조선산업을 위기로까지 내몰고 있다. 자칫하면 조선강국이란 우리의 자랑은 과거의 일이 될 처지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2년까지 지난 7년 동안이 한국 조선산업이 계속 발전하느냐 아니냐의 중요한 고비였음이 이번 현대중공업의 충격적인 실적에서 귀납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번 위기의 극복도 문제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 방치될 경우 한국 조선산업은 회복불능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기가 회복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과실은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이 가져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조선산업 회생의 골든 타임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형조선소들이 보유한 현금 덕이 체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2-3년 더 지속되면 남아있던 체력마저 바닥난다. 체력이 그나마 남아있는 2-3년이 최대 고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보면 앞으로 2-3년 내 우리 조선산업의 활로가 될 수 있는 남북조선협력단지 사업 추진은 요원해 보인다. 2014년 한국 조선산업은 남북한 대립의 이념의 정치가 우리 경제를 옥죄는 현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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