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차원의 개헌논의, 더 이상 막아서는 안 될 것

현행 헌법의 문제점이 거론되면서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내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후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임기 초기에는 지나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드러냈고 대통령 임기 말로 접어들면 소위 ‘식물대통령’이 되는 심각한 레임덕 현상이 반복되었다.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열망과 독재권력의 장기집권에 시달렸던 국민적 반감이 어우러져 탄생한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당시의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드러나고 있는 폐해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현 시점의 개헌논의는 필요하고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던 개헌논의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번번이 논란으로 그치고 만 것은 임기 초기에는 개헌논의로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현직 대통령들의 거부감이 작용했고 임기 후반에 접어들어 차기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 새로 등장한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현행 대통령제를 흔드는 개헌논의 자체에 반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개헌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근저에는 지난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 저질러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그리고 방위산업 부정 등의 엄청난 비리와 부패에 대한 분노와 현 박근혜 대통령의 반복되는 공약파기와 독단적인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개헌논의가 대체로 현행 대통령제에서 나타나는 제왕적 대통령의 지나친 권력독점 현상을 제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데 집중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반증일 것이다. 1987년에 현행 헌법으로 개정된 이후 지난 30여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는 양과 질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시대적 과제도 그때와는 상당히 달라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둘러싼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의회의 기능과 권한은 강화하되 국회의원이 갖는 특권은 줄이는 방안도 모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적, 물적 자원의 지나친 중앙 집중 현상을 바로잡을 자치와 분권 시대로의 방향성도 분명히 담아내야 할 것이며 당면한 국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로의 지향을 반영할 수 있는 내용도 빠트려서는 안 될 것이다. 대의민주주의가 보다 실질화 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혁신도 헌법개정 논의와 더불어 진행되어서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과대대표 되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과소대표 되는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제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정한 것도 개헌논의를 미룰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모든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진행이 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이를 가로막거나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위헌적 행태라 할 것이다. 또한 국회에서 진행되는 논의과정에 학계, 법조계 그리고 시민사회 등이 폭넓게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반기문 현상, 심각한 정치 불신의 반영

최근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야에서 차기 대통령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차기 주자군으로 반기문 총장의 이름을 넣을 경우 상당한 지지가 나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집권 새누리당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면서 급격하게 부상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소위 친박진영이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이을 마땅한 차기 주자감이 없어서 고민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려하는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가 있다.

새정치연합의 권노갑 고문 등이 반기문 총장을 거론한 것은 유력한 차기 주자감을 새누리당에게 선점당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총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남북관계와 외교정책을 담당했고 지금도 대북정책에서는 현 야권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충청권 출신인 반 총장이 야권 주자로 나설 경우 신 DJP 연합 같은 구상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총리 그리고 안철수 의원 등과 같이 역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인사에게 상대적으로 국민의 기대가 쏠리는 현상이 있었지만 이들이 현실 정치에서 성공을 거둔 적은 없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반기문 총장이 2년가량 남은 자신의 임기를 끝마치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여권에서부터 차기 주자가 거론되는 것은 임기가 2년도 지나지 않은 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야의 차기 주자군 중에 국민적 희망과 기대를 집중시킬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또한 위기를 일시 봉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본적 수술 없이는 회생이 어렵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뼈를 깎는 내부 혁신의 노력은 방기한 채 차기 대권 주자 운운하며 다시 권력게임에만 골몰한다면 대선에 이르기도 전에 당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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