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주장하면 더욱 안풀려”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비례대표)은 7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과 관련, “사회보장제도가 안정되면 노동시장 유연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분신(焚身)한 전태일 열사의 누이로도 유명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능구 <폴리뉴스>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이 문제해결방안은 아니며 그것만 주장하다 보면 더욱 안 풀리는 점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영국유학 시절 경험을 이야기하며 “학위논문을 위해 조사를 했는데, 당시 조사한 영국 여성 86%가 비정규직 파트타임 직업을 선호했다”면서 “육아를 위해 4시간 선택적으로 근무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사회보장이 되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정규직을 고용하면 마치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 같아 오히려 고용을 꺼려한다”며 “그러나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정책을 믿고) 비정규직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기업이 고용부담을 갖지 않으니 오히려 고용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보장제도가 안정된다면, 즉 사람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데 어떤 직업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면 말 그대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953년 대구 출생인 전순옥 의원은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란 수식어로 유명하다. 오빠 전태일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며 분신한 1970년, 당시 16살이던 그녀는 22살까지 오빠의 뒤를 이어 동대문 봉제 공장에서 ‘시다’로 일했고,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함께 이 땅의 민주화 및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1989년 35살의 나이로 홀연히 영국유학을 떠난 그는 2001년 영국 런던 워릭대에서 한국의 70년대 여성 노동운동사를 다룬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s)’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노동학 박사’가 돼 귀국한 전 의원에게 정치권과 학계의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그의 선택은 동대문 노동현장이었다. 아직도 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해 그는 동대문구 창신동에 ‘참여성노동복지터’를 개설하고 사회적 기업 ‘참신나는 옷’을 창립했다.

평생을 노동운동과 함께한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1순위로 공천되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인 그는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노사관계의 질적인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예산안 편성권이 국회로 오는 것이 정치혁신”

-최근 내년도 예산안 문제로 공무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 자주 드나드는 것 같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예산안은 정부가 대부분 편성하고 국회가 일부 수정만 하는 것 아닌가.

그게 국회의원들의 일종의 아킬레스건이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는 우리가 정부의 문제점을 큰소리로 지적했지만, 이제 예산안을 심의할 때가 되니 우리가 예산문제로 공무원들에게 굽실거리게 됐다. 갑과 을이 바뀐 셈이다. 최근 여야가 앞 다퉈 정치개혁을 하고, 정치혁신을 한다고 한다. 어제 본회의장 앞에서 동료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저는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만이 정치혁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기본이다.

정말 정치혁신을 하려면 저는 우리 국회의 예산결산위원회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예결위에 의원들이 구성되는 것을 보면 전부 지역의 대표들이다. 그런 식으로 지역 예산을 나눠먹기 하는 거다. 어떻게 하면 지역 예산을 더 따내느냐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소위 쪽지예산 그런 것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각 지방에 예산을 가져가서 하는 게 뭔가. 소위 SOC(사회간접자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걸로 다리나 길을 놓고 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소리도 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그렇게 지역예산을 따내는 것이 지역을 위해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 것이 아닌, 국가예산을 전체 국민을 위해 국민의 눈으로 과연 그게 조세정의에 맞춰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우리가 제대로 감시하고 들여다봤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결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370조가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런데 그 막대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하는데 우리가 그런 것을 제대로 못보고 있다. 그걸 그냥 덮어놓고 예산안 막바지 협상에서 2~3조 원을 두고 여야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가져가느냐를 두고 힘겨루기를 한다. 그런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걸 위해선 예산 편성권이 국회로 넘어와야 한다. 그 예산 편성권이 정부로부터 넘어와서 국회가 책임을 가지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오히려 공무원들이 자기들이 차지할 예산들을 이미 부서별로 움켜지고 앉아있고 공무원들이 자기 부서와 관련예산을 어떻게 해야 더 따내는지 생각을 하고 있다.

-국회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입법과 예산 편성인데, 예산은 실제로는 정부가 짜서 국회에 보내니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흔히 말해 관료집단에 휘둘린다는 것이 있다. 바로 이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혁신이라는 것인가. 제가 볼 때 여야가 이미 알면서도 그냥 묻어가는 듯하다.

그러니까 정치가 욕을 먹고 있다. 그런 관료들의 기득권에 얽혀서 묻어가면서 자기 지역 예산만 챙기려고 한다. 그러니까 여야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이고, 국민 보시기엔 국회의원 세비가 아까울 지경이다.

“을지로 위원회 균형 갖고 할 것...갑을 상생해야”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 ‘을(乙)지로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성과지만, 역으로 을지로 위원회가 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반기업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

저는 기업의 입장에선 일종의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을지로 위원회를 활동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정치권에서 그동안 을을 위한 활동들이 없었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의미에서 을지로 위원회는 상당히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그걸 하면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완전히 그 누구의 편에서만 서서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이미 위원회를 1년 정도 해오고 있으니, 그런 부분도 잘 수용해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해야 할 것 같다. 갑인 기업이 살아야 일하는 을도 살고, 또 을이 있어야 기업도 있지 않겠나. 그런 식으로 균형감과 밸런스, 또 양쪽을 상생하도록 하는 그런 쪽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도시형소공인 지원법’으로 소상공인 살릴 것”

-당 정책연구원 부설기관인 ‘소상공인정책연구소’ 소장이시기도 하다. 그런데 상공인은 일반 기업가라고 이해가 되는데, 소상공인은 어떤 것인가.

소상공인은 아주 작은 상공인으로, 인원으로 하면 10인 미만의 기업체를 뜻한다. 흔히 자영업자를 말할 수 있는데 상인은 전부다 영업을 하는 것으로 식당, 가게 등등 뭐를 파는 것이고, 공인은 악세사리나 수제화 등등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요즘은 인원은 작아도 매출은 몇 백억 원이 되는 회사들도 있어서 매출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의 큰 문제로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금 자영업자가 약 580만 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자영업자의 수를 100만은 줄여야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 빼내진 100만 명은 어떻게 해서 먹고살게 할지 방향제시가 없다.

일각에서는 일단 빼내고 최저 생계비 지원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래서 그것에 대비한 법안을 냈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매출 부진 등 부득이한 사유로 폐업을 하면 4대 보험을 내는 일반 고용 노동자들처럼 실업급여가 제공된다. 노동자가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받는 것처럼, 자영업자가 사정이 있어서 문을 닫으면 3개월에서 6개월 간 실업급여를 받아, 사업을 정리할 여유를 주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자영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신 것 같다.

현장에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고 있다. 답은 현장에 있고 노동이 답이다. 또 제가 발의한 것 중 하나가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해서 올해 5월 공포됐고 내년 4월말까지 시행령이 제정될 예정이다.

소상공인에 상인이 있고 공인이 있지만, 그간의 법은 주로 상인들만을 위한 법으로 공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었다. 그런데 공인들이 물건을 잘 만들어야 상인들도 잘 팔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정책이 상인과 공인을 위해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공인에 대한 정책은 없었다.

그래서 제가 2년간 준비했다. 각종 공청회와 간담회, 토론회를 열고 공인들의 각 공장들을 다 찾아다녔다. 그분들을 국회로 초대로 하고 현장을 누비며 의견을 들어 만든 것이 바로 이 지원법이다. 즉 도시에 있을 수밖에 없는 공장들을 돕는 법안이다.

-도시 내 인쇄소와 같은 것이 대상인 것인가.

물론 인쇄소도 들어간다. 또 문래동에 있는 수백수천 개의 소규모 공장들, 이른바 ‘마찌꼬바’로 불리는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대상으로 옷, 수제화, 가방, 안경, 악세사리 등등을 만드는 조그마한 공장들도 대상이다.

그래서 그 법안이 통과가 됐고, 저는 그 법안을 여야 의원 총 88분의 서명을 받아 공동 발의했다. 더 많은 의원님들이 서명을 하시겠다고 했지만 저는 88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두고 끊었다. 중소기업은 ‘9988’, 즉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라는 말도 있지 않나.

“대기업 세액공제 좋지만 과연 국내 일자리 만들고 있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에 편중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통해 재벌 감세의 실체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R&D 연구·인력개발 세액공제로 2013년에만 1조3600억 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추정하셨는데, 이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부자감세와도 연관 있어 보인다.

저는 대기업의 세액공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의 대기업 세액공제와 각종 금융지원에는 그 목적이 있지 않나. 만약 정부의 목적을 잘 따라가 준다면 모르겠지만 과연 기업들이 그런 정부의 의도를 잘 따라주고 있는지 살펴봐야한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의 국내 고용은 별로 늘지 않았고, MB정부 기간을 보면 약 5% 정도 늘었다. 그런데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고용은 9만5천명에서 19만 명으로 정확히 2배 늘어났다. 반면 국내고용 비중은 2008년 52%에서 작년에 33%까지 줄어들었다.

정부가 그런 각종 지원을 대기업에 하는 것은 국내 일자리도 만들고 내수시장을 좀 활성화시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안하고 다른 나라 경제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니 문제제기를 안할 수가 없지 않나.

-대기업을 권위적으로 대했던 역대 정권과 달리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에 사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이런 저런 혜택을 주면서 투자유도를 부탁하지만 기업들은 이윤이 없으면 안 움직인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대기업에 이미 외국자본들이 많이 들어와 기업이 맘대로 못 움직인다는 말도 하던데.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실제로 외국자본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봐야할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외국자본이 들어와도 외국자본이 삼성을 붙잡고 운영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 알리바바그룹은 손정희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가 37%에 달한다. 오히려 마윈 사장과 초창기 창업멤버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 그런데 알리바바를 손정희 회장이 경영하나? 4%를 가진 마윈 사장이 하고 싶은 것 한다. 만약 기업들이 외국자본을 핑계로 댄다면 아마추어고 기업운영을 잘 못한다는 말밖에 안 된다.

사진출처: 전순옥 의원 홈페이지
▲ 사진출처: 전순옥 의원 홈페이지
“미래세대에 남길 것, 예산이 아니라 인구”

-최근 이슈로 들어간다면 공무원 연금개혁과 복지예산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경우 여야 모두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방식과 시기에 이론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필요성에는 다들 동의는 하지만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것은 ‘내가 왕이다’는 식이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소통은 없이 일단 해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면 국무총리 이하로 그냥 움직이게 한다. 큰 덩어리를 억지로 꾸겨서라도 작은 병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한마디 내리면 알아서 척척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만약 제대로 안되면 ‘사회악’이라고 할 것 같다. 이 문제를 공무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 공무원들을 ‘사회악’으로 규정할 것 같다. 소통을 하면 할 수 있다고 본다. 소통을 해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설득을 해야 한다. 정부와 국가가 해야 한다고 하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이야기는 일단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있는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미래세대에 남겨 줘야하는 것이 은행에 있는 돈인가. 저는 미래 세대에 남겨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줄어들고 있는 인구를 늘릴 것인가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출산을 장려해서 인구를 늘릴 것인가가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일이지, 돈 몇 백 조원을 은행에 두고 아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 그거 다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걸 다 쓰더라도 어떻게든 출산을 장려해, 지금 5천만도 안 되는 인구를 50년 후에는 6천만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출산율이 세계최저로 심각한 문제다.

지금 있는 돈을 안 쓰고 미래를 위해 아껴둔다? 저는 성경의 비유를 말하고 싶다. 성경에 달란트(Talent)의 비유가 나온다. 먼 길을 떠나는 주인이 자신의 종들에게 각각 10달란트, 1달란트를 맡기고 떠나는데 한 종은 달란트를 노력해서 늘려놨고, 다른 종은 그걸 땅에 묻어 주인에게 돌려준다. 결국 여행에 돌아온 주인은 묻어놓은 종의 달란트를 뺏어 불린 종에게 준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하려는 것이 바로 달란트를 땅에 묻은 종이 하는 일과 같다. 우리가 돈을 아껴야하니 공무원 연금을 줄이고 그 돈을 은행에 묶어놓고 이자나 늘리자는 것은 마이너스 정책이다.

-완전히 관점이 반대인 것 같다. 일단 정부여당에서는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보다는 높다고는 이야기하지만, 사실 국민연금도 문제가 있지 않나.

이 정부의 문제가 뭐냐면, 지금 공공기관의 직원들 월급이 높으니 공기업정상화를 이야기하는데 그 높다는 기준은 일반 국민에 비교해 많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일반 국민들은 월급이 적어서 못살겠다고 한다. 그럼 일반 국민들의 월급을 올려 상향조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사람들이 의욕을 갖고 일을 하는데 자꾸 모든 것을 밑으로 끌어내리려고만 한다. 연금도 그렇고 사회가 전체적으로 그런 식으로 가려고 한다. 그게 문제다.

“내년도 예산만 370조 원, 복지예산 충분하다”

-그와 관련해 복지예산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무상급식의 사회적 합의가 끝난 줄 알았는데,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금 지적하고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누리예산을 정부가 아닌 지방에서 편성하라고 한다. 복지에 대한 기본 사회적 합의도 없이 정책들이 나와 혼선이 생긴 것일까.

저는 이건 혼선 문제가 아니라 이념 문제라고 본다. 무상급식 등에 대해 홍준표 도지사가 이야기하고 또 전체적으로 이렇게 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돼 들어온 것에 대한 싸움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건 돈이 없어서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무상보육이나 누리예산들이 다 어디서 나오나. 앞서 말한 370조의 예산을 우리가 잘 들여다보면 다 하고도 남는다. 충분하다. 그런데 우리가 조세정의를 바르게 세우지 못하니 지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중요한 것이 과연 그 370조원이 정말 어떻게 쓰여 지는지 국민의 눈으로 들여다봐 삭감할 것은 삭감하고, 옮길 것은 옮겨야 한다.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노력이 있다면 그런 돈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럼 증세는 필요가 없나.

저는 소위 부자증세만 무작정 이야기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부자만 돈 내라고 하는 것인데 부자가 무슨 죄인이냐. 부자들은 왜 자기들에게만 돈을 내서 복지를 하려고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부자가 왜 돈을 내야 하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는 것도 조세정의다. 세금을 제대로 내면 된다. 증세를 무조건 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과연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면 되는 것이다.

또 국가 예산이 불공정하게 편성되는 것도 공정하게 편성을 한다면 복지도 다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유명한 정치학자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사회에 공정하게 잘 분배해서 모두에게 공정하게 하는 것을 정치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그걸 우리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

“MB자원게이트 핵심은 최경환, 사퇴하라”

-연말 정국에 야당의 소위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 요구가 뜨겁다. 전 의원은 당 ‘MB정부 해외자원 개발 국부 유출 진상조사위’에 참여하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는 저는 완전히 게이트라고 본다. 전 정권 실세들의 게이트로 규정하고 싶다. 우리가 자원이 없는 나라니까 자원 외교가 필요는 하다. 그런데 자원외교를 보면 우리가 주도하고 탐사해서 개발을 하는 것이 있고, 이미 탐사가 된 곳을 우리가 개발을 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런 구분조차 없었다.

그 자원외교를 주도한 사람들은 우두머리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고, 그의 친형으로 정권 실세였던 ‘영일대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냈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인 윤상직 장관이 있다.

저는 특히 그중 최 부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그가 지금 높은 자리에 앉아서 우리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 그래서 사퇴하라고 보도자료도 냈고, 비록 불발은 됐지만 제가 소속된 산자위에 이 전 대통령과 최 부총리를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이미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에너지 업체 하베스트 인수건 등등 많이 나온 상황이다. 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하베스트의 요구로 약 1조원을 들여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 날)을 인수했지만 NARL이 매년 1000억 원의 손실을 끼쳐 이를 인수금액의 1/10도 안 되는 가격인 약 900억 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그게 그 가격에 팔릴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자원외교는 ‘먹튀’였다. 비록 아직 증거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뒤에서 얼마나 많은 리베이트들이 가능했겠나. 국고를 유실했다고 본다.

또 다른 예로 지난 2011년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 동서발전의 자메이카 전력공사(JPS) 부실 인수 건도 있다. 자메이카 전력공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전인데 당시 이길구 사장은 약 3000억 원을 들여 그걸 인수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시설이 노후화된 상황이라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했는데 이 사장은 그런 이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단으로 그걸 강행했다. 결국 지금와선 단 돈 10원도 못 건질 상황이다.

그래서 제가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이 전 사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물어 형사고발을 요청했고, 또 이 전 사장의 후임인 장주옥 사장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그냥 인수인계를 받았으니 직무유기로 고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산자위 위원장이 감사원의 감사에서 명확한 혐의가 나오면 고발을 결의하자”고 해서 일단 감사원 결과를 기다렸는데, 이번 10월에 그 결과가 나왔다. 당장 처벌을 하고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결과다.

그런데 왜 MB정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거기에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있다.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 부총리는 공기업들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바꿔서 해외투자를 독려하고 정부가 나서서 관련 예산을 빌려주기도 했다. 특히 투자를 한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떨어지도록 했으니 공기업들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공기업들에게 무리한 해외투자를 압박했던 최 부총리가 이제는 공기업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전 최 부총리가 나와서 책임을 지고, 책임을 못 지겠다면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최 부총리의 꿈이 크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그냥 꿈 깨셨으면 한다.

-최근 경북과 전남지역 여야의원들의 모임인 ‘동서화합포럼’에서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 최 부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야단을 많이 받았지만 지역예산만 책임 져주면 최 부총리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는데...

그 발언에 대해 제가 내용을 몰라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다고 했다면 적절하진 않다. 당이 최 부총리를 이명박 정권의 해외자원 국부유출 장본인으로 찍어 책임을 묻고 있고, 당 차원에서 ‘사자방’ 국조를 요구하고 있는데, 적절한 발언은 아닌 것 같다.

“정치입문, 처음엔 거부했지만...소외된 이들 목소리 대변 하겠다”

-사실 오는 13일은 지난 1970년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다. 국회에 들어온 선택은 잘했다고 생각하나.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부했다. 그렇지만 막상 제가 와서 어렵게 일을 해보니 제가 할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앞으로도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 이 기회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한 쪽으로 밀려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가 대변해줄 수 있다면 그것에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해보니 균형감각과 같은 것이 느껴진다. 노동운동 최전선에서 오래 투쟁하셨는데, 오히려 그래서 균형감각이 느껴진다.

그런 것에 대해 어떤 분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솔직히 기존 노동운동 할 때와 생각이 좀 바뀌었나.

당에 시민사회나 운동권 출신 의원님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분들과 행동을 같이 못하는 것도 많이 있다. 그럼 ‘왜 저럴까’라는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나쁘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 사물이 있다면 자기가 필요한 용도로 우선 보겠지만, 충분히 다른 각도로도 볼 수 있고, 전 그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각자 소통을 통해 다르게 생각하는 것들을 제가 생각하는 좋은 것과 융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번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동행하지 않았나. 대화는 좀 나눴나.

여러 번 나눴고 독대도 했다. 대통령이 그간 못 들었던 이야기들이 많았을 것 같고 대통령 주변 보좌하는 참모들의 이야기들로 한정됐을 것 같아서 듣지 못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드렸다. 소통에 좀 나서라는 이야기를 드렸다.

창조경제를 통한 ‘제2의 한강의 기적’과 같은 것을 위해선 옛날식이 안 되니 방법을 바꾸시라고 했다. 창조경제의 주체는 사람이다. 노사가 현재는 갈등만 있지만 관계를 형성하게 하라. 노조도 청와대에 불러 마치 예전에 기업인들과 했던 규제완화끝장 토론처럼 노조 대표들도 불러서 토론을 하고 들어봐라. 그럼 안이 나올 수 있다. 또 그 과정에 노동자들의 마음도 열려 정부에 신뢰를 가져 파트너십이 형성돼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노사와 만나 관계를 맺으라는 말을 대통령이 이해하셨나.

관계라는 말을 이해를 하시고 그래서 불러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또 말씀드린 것이 우리 소공인들의 상황에 대해서다. 우리 소공인들의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그게 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산업화 과정에서 나온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대기업 중심으로 가다보니, 각자 먹고 살기에도 벅차하는데 그 사람들이야 말로 ‘진흙 속에 진주’라고 했다.

대통령께 진주를 꺼내 닦으면 보석이 된다고 하니 대통령은 ‘그게 바로 창조경제’라고 호응했다. 또 당시 배석한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전 의원 말에 중요한 것들이 많으니 같이 이야기해보라’고 해서, 안 수석이 제 의원실에도 오고 공장도 같이 가고 그랬다.

-그런 것이 자주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저는 당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사실 저는 당에서 가라고 하니 가겠다고 했다. 당이 대통령과의 소통을 원하고 그걸 위해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하니 제가 가는 게 좋다고 했다. 그 소명을 가지고 박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내부에서 반대도 있었다. 왜 제가 박 대통령을 만나러 가야하느냐는 비판도 받았다.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라는 상징성 때문이었나.

그렇다. 그렇지만 인간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가 아닌가. 당의 소통을 위해 당 소속의 국회의원이니 당에서 원하는 것을, 그 기조를 따라갔다. 제 개인 철학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소명의식을 갖고 만났다. 만나서 소통을 해야지 안 만난다고 일이 되나.

“복지만 되면 노동문제도 해결...朴대통령 주도했으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다.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비정규직은 참 어려운 문제다. 그렇지만 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이 문제의 해결방안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것만 주장하다 보면 더욱 안 풀리는 점이 있다. 그래서 모두가 같이 풀어야한다. 정부나 대기업, 그리고 사회가 어떤 대합의를 해야 한다.

전 영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영국의 경우 비정규직이면서 생활을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그건 사회 보장제도와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해서 그렇다. 비정규직이지만 일만하면 아이들 학교에 다 보내고 임대주택에서 3~40년 거주할 수 있다. 또 아프면 병원도 간다.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일만 열심히 하면 60세 정년퇴직 후 국가의 연금이 나오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일정 연금이 보조된다. 그렇게 노후 보장이 되고 기본적인 삶이 보장이 되니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등 자기가 원하는 고용 형태로 근무할 수 있다.

제가 영국 러스킨 칼리지에서 학위논문을 위해 조사를 했는데, 당시 조사한 영국 여성의 86%가 비정규직 파트타임 잡을 선호하는 결과가 나왔다. 육아를 위해 4시간 선택적으로 근무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사회보장이 되니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우리도 그런 제도가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복지가 중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정규직을 고용하면 마치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고용을 꺼려하지만, 그렇게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기업이 고용부담을 갖지 않으니 오히려 고용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지금 그게 안 되니 기업이 정규직은 줄이고 간접고용, 위탁, 용역 등과 같은 편법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럼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세금을 더욱 제대로 내고, 사회공공에 필요한 부분에 대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사회보장제도에 대기업들의 기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사회보장제도가 안정된다면, 즉 사람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데 어떤 직업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면 말 그대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생산의 코스트를 줄이기 위한 ‘노동자를 옭죄는 유연화’만 생각해서 문제다.

-공무원 연금도 큰 틀에서, 비정규직 문제도 큰 틀에서 보시는 것 같다. 국민들의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능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일을 꼭 주도해주셨으면 한다.

사진출처: 전순옥 의원 홈페이지
▲ 사진출처: 전순옥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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