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홍정열 기자] 오는 13일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 전남 목포지역 만학도 6명이 응시해 눈길을 끈다.

수험생들은 목포 제일정보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어르신들이다.

만학도 김영옥(57·남)씨는 4년 전 무안 현경에서 농사를 짓던 평범한 농부였다. 그는 이번 수능시험을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공부에 열중이다.<사진>

“어쩜 내 인생에 이런 좋은 기회가 왔을까요?”

김씨의 만학도 인생은 4년 전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현실은 그를 외면했다.

객지를 떠돌며 공장생활을 할 때도 공부에 대한 미련은 떨치지 못했다. 겨우 향토재건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이어갔다.

그는 교복입고 학교에 가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골목길로 몸을 숨겼다. 학력 콤플렉스가 발동해 스스로 움추렸던 것이다.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영어, 수학만 중요한 과목인 줄 알았는데 막상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 한 과목도 필요치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문화나 한국사, 경제, 법과사회 같은 과목도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유용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김씨의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은 아플 시간도 없이 지나갔다. 학교 다니기 전에는 밤늦도록 술자리를 즐겼는데 입학 후부터는 시간이 아까웠다.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80세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하나라도 더 배워 활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책과 친해지니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내였다. 2년을 지켜보던 아내는 김씨가 고등학교 진학하던 해에 제일정보중학교에 입학(중3·이경순)했다.

“아내와 같이 학교에 다니니 한 달에 40여만원 들던 기름 값도 아깝지 않고 얘기꺼리도 많아 부부사이도 더 좋아졌습니다.”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한자급수 3급, 컴퓨터 활용능력시험인 ITQ, 한국사 5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생 배우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했던 그는 학교 생활을 즐기며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을 보냈다.

그러나 시련은 찾아왔다. 지난달 10월 11일 저녁, 목포대 지적학과 입학을 꿈꾸던(수시합격예비순위 3위)  그는 자전거를 타다 수로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뇌출혈 사고였다. 후유증은 잔인했다. 그날의 사고는 외우고 기억하는 모든 감각 세포들을 앗아가버렸다. 하지만 배움의 의지는 그를 다시 일으켰다.

[다음은 김장식, 김정애,  김수연, 장선우 배움 일기]

김장식 씨(49·남)는 3남1녀의 장남이다.

로타리클럽 회원인 그는 목포에서 섹소폰 연주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목포대학교 무역학과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김정애(61·여)씨는 미혼으로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교회 그룹 홈에서 결손가정 아이들 8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수연(50·여)씨는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수시 합격했다. 그녀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토대로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꿈꾸고 있다.

장선우 (21·남)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20세에 제일정보고교에 입학한 그는 “인생에서 몇 년 늦는 것 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대학 진학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홍정열 hongpe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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