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시스템은 청소년학대 수준

사진 =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11일 서울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가진 <폴리뉴스 14주년 폴리피플 5주년 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교육 시스템은 청소년학대,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서양을 따라잡기 위한 일종의 추격교육 패러다임”이라며, 이제는 “추격교육 모델 시스템에서 창의적 교육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자사고(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대해 “내 자식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돈으로 칸막이를 치고 입시학원처럼 운영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일단 규모축소를 하겠다”며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10월 31일 6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 취소와 2개교의 지정 취소 유예 결정을 확정한 바 있다.

한편, ‘자사고는 폐지하고 혁신학교는 늘릴려고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혁신학교는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그 예산을 활용해 다양한 창의교육을 하도록 추동하는 것”으로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와 같은 학교유형이 아니라고 밝히고, 그렇기 때문에 “두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반갑다. 아마 지난 지방선거에서 가장 극적인 승리를 하신 분 중에 한 분인 것 같은데. 그때 선거 막판에 고승덕 후보 상황도 지켜보고 여러 가지로 급상승해서 당선이 됐다. 얼떨떨 하시기도 하셨을 텐데… 준비는 하고 되신건가?

저는 비판적 지식인, 시민사회적 지식인으로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또 그런 방향을 주로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년 반 동안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라고 민교협 의장을 했다. 대개 지금까지 교육감은 전교조를 포함해서 현장교사 출신이나 아니면 진보적 교수 출신이 출마를 하게 되어왔다. 김상곤, 곽노현 교육감도 다 민교협 의장출신이라 저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있었고 제가 그 압력에 굴복했다.

다행히 준비를 해왔다고 하면 민교협 의장직을 하면서 교육단체들하고 스킨십도 하고 여러 교육현안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고 토론하고 발언할 기회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큰 틀에서의 교육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제가 좀 나름대로 고민하고 체감한 지점이 있다.

그리고 제가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게 교육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 2년 반 동안 교육현장에서 대면했던 고민들이 전부 녹아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부족하지만 약간의 준비는 했고, 그러나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인생의 길로 들어서서 인생의 이모작을 저는 좀 빨리 했다고 생각한다.

- 민교협을 통해서 교육개혁의 전체적인 방향을 짚어보셨다고 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맡고 계신 초중등 과정의 학생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나라가 아닌가?

그래서 저는 이런 표현을 쓴다. “지금 우리 한국 교육 시스템은 거의 청소년학대, 아동학대 수준이다.” 정말 그런 수준이라고 본다. 이건 거의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될 정도의 상황이다. 이것이 60년대 이후 한국의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서양을 따라잡기 위한 일종의 추격교육 패러다임으로서는 일정부분 효율성을 갖는 면이 있었다.

말하자면 성장이라는 목표, 국가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아이들을 닥달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고 앞선 서양의 지식들을 빨리 암기하도록 하는 그런 면에서 압축적으로 아이들을 국가목표와 국가발전과 고도성장에 적합한 인간유형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낡은 패러다임이 되고 낡은 시스템이 되었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지속하다 보니까 거의 쉬지도 말고 놀지도 말고 가급적이면 잠을 줄여서 암기식 입시경쟁에 몰두해야 되는 상황으로 아이들을 몰아넣고 있는 거다. 저는 입시위주의 그러한 암기식 교육, 모든 놀이와 쉼과 잠을 희생하는 그런 교육이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고, 그게 한 시대에는 적합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완전히 낡은 것이고 그것을 새롭게 변화시킬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럼 큰 방향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하시는가?

6,70년대 추격교육 모델 시스템을 이제 창의적 교육 시스템으로 바꿔야 된다. 저는 이걸 모든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고 일등이 되도록 압박하는 넘버원(No.1),일등주의 교육에서 이제 온니원(Only one), 오직 한 사람 교육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력을 창의적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으로 이제 바뀌어야 된다. 그게 저는 변화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 교육감님께서 (서울교육감을) 맡으시고 난 다음에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이 자사고 폐지 문제다. 교육감께서 말씀하신 일반고 전성시대, 모르는 사람은 이게 뭔지 잘 모른다. 혁신고등학교가 뭔지, 자사고가 뭔지, 좀 복잡하기도 한데 수월성교육과 평등교육이 일방으로만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 자사고 문제는 아까 말씀드린 일종의 넘버원 교육시스템의 관점에서 고등학교를 서열화 시키는 거다. 아이들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는 것과 정확히 동일한 방식으로 외고, 자사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일종의 고교 서열화를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가장 응축되어 있는게 자사고다. 그래서 자사고 정책에 일종의 전환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말씀하신 수월성교육을 부정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 저는 수월성 교육을 일정 정도 인정한다. 예를 들면 특목고라든지 과학고라든지 체육고라든지 예술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사실 건드리지 않고 있는 면이 있다. 그것이 건전하게 작동하도록 지도감독은 해야 되겠지만 그것을 존재론적으로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것(자사고)은 과도한 고교서열화이고 과도한 교육불평등이다. 더구나 자사고는 3배의 수업료를 내야 되는 경제적 장벽이 쳐진, 말하자면 경제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그런 학교유형이라는 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자사고 정책에 전환이 좀 있어야 된다고 하는 거다.

좋은 대학 보내려고 돈으로 칸막이 치고 입시학원처럼 운영되는 자사고

- 자사고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지 않나?

그것도 저의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전국에 자사고가 49개 있는데 서울에만 25개가 모여있다. 나머지 24개가 전국 16개 시도에 나뉘어 지더라도 (각 시도별로) 1~2개다. 그러니 크게 문제가 없다. 고등학교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 거다. 서울의 경우는 일반고가 180개 정도 되는데 (자사고가) 25개 되니까 굉장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사고생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특목고처럼 수월성교육을 표상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돈으로 칸막이를 치고 입시학원처럼 운영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자사고의 성격에 있는 것이다. 원래 목표는 설립목적에 맞는 자율적 특성화된 교육을 한다는게 목적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효과적으로 달성되지 않았다.

- 그런데 자사고 폐지는 교육감 권한이 아니지 않은가? 할려면 확실하게 하든지… ‘지정취소까지’라고 해서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말장난 같기도 하고 그렇다. 법적으로 그런건가?

말하자면 초중등교육법이 있는 거고, 법 상에 자사고가 범주적으로 있는 거고, 자사고나 특목고, 국제중도 마찬가지로 5년마다 운영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운영평가 권한을 교육감이 갖고 있는데 마침 2010년에 설립된 자사고가 2014년 올해 5년이 돌아와서 운영평가를 한 거고, 시행령상에 따르면 운영평가를 해서 설립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입학부정이라든가 회계부정을 한 경우에는 지정취소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조취를 취한 거다). 저희는 평가를 해서 문제가 있는 자사고에 대해 지정취소를 하는 정도의 권한밖에 없다. 정확히 폐지권한이 있는건 아니다.

- 지정취소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일반고가 된다. 그러니까 학교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고가 되는 거다. 자사고는 이렇게 되어 있다. 지금 현재 사립고등학교는 전부 교사인건비와 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사실상 준공립 학교인 셈이다. 그런데 자사고는 이 지원금을 안받는다. 한 학년당 13억 정도, 전체 3,40억 정도를 국가지원을 안받고 대신에 높은 수업료로 이 3,40억 원을 충당한다.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만큼 선발과 운영에 자율권을 갖는다.

그런데 이 선발과 운영의 자율권을 입시명문이 되기 위한 자율권으로 악용해서 (문제다). 그 다음에 일반고에 있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대거 유치해감으로 해서 모든 일반고가 그런건 아니지만 일반고는 훨씬 더 공부 못하는 학생이 오는 학교처럼 (여기지는) 그런 폐습과 부작용을 낳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단체에서 (문제의식을 가져왔고) 이번에 문제제기가 있었다. 저는 일단 규모축소는 좀 하려고 한다.

혁신학교는 교육청이 지원해 학교가 다양한 창의교육 하도록 추동하는 것

- 자사고에 대립되는 것으로서 혁신학교를 주창하고 계시는거 같다. 임기동안 혁신학교를 200곳 정도로 늘리겠다고 하셨는데 혁신학교는 어떤 개념인가?

(자사고와 혁신학교를) 대립시키는 분도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학교유형이 아니다. 혁신학교는 학교를 활성화 시키고 수업지도나 생활지도에 있어서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교사들이 하도록,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청이 일정한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그 예산을 활용해 다양한 창의적 교육을 하도록 추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사실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처럼 학교유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연구학교, 시범학교, 이런 것처럼 일종의 정책학교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얘기하면 자사고가 혁신학교도 될 수 있는 거다.

혁신학교는 학교를 혁신하고자 하는, 특히 앞서 얘기한 것처럼 넘버원 교육에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혁신을 실행하기 위한 개별학교의 노력을 교육청이 예산지원을 통해서 격려하고 추동하는 그런 거다. 그렇기 때문에 왜 자사고는 폐지하려고 하면서 혁신학교는 늘릴려고 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사고는 문제가 많으니까 우리가 좀 개혁을 하려고 하는 거고, 혁신학교는 학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지원하는 거다.

- 자사고도 근본 취지 자체는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그러면 사실은 특목고라든지 그런 학교도 우리 사회에서는 목적이 변질되어서 거의 입시위주로 가는 부분이 많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교육감께서 조취를 취하셔야 되는데 일각에서는 자녀분들이 외고를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좀 관대한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특목고가 설립목적이 잘못되면 당연히 지도감독을 해야하고 거기도 5년마다 운영평가를 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지정취소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단지, 그렇게 하려면 광범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되는데 외고의 경우는 지금도 사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에 약간의 외고 입시개혁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주로 뽑는다. 옛날에는 영어 수학 국어 전부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조금 제한이 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당연히 지도감독을 해야 되고 조치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과학고 같은 경우도 의대로 대거 가는 문제를 저희가 지도감독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외고와 자사고 중 자사고는 충분히 정착한 학교 유형이 아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자사고가 고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출현을 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우리처럼 교육평등주의가 강한 사회에서 이렇게 수업료 차이를 가지고 차별하는게 과연 정당한가 하는 논란도 있었다. 그래서 자사고는 국민의 마음에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5년밖에 안된 학교이고, 또 5년간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정당하게 개혁이 이뤄져야 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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