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위층 복지 혜택으로 재원 선순환 가능…‘대한민국’형 복지모델 만들어야”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14일 새로운 복지 모델로 “대한민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제안했다.

오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에 위치한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가진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복지와 관련해서 롤모델은 찾기 어렵다. 한국이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현재 우리나라 복지재정은 OECD 복지국가들에 비해 굉장히 작다.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런 면에서 워낙 현격한 격차가 있다 보니 어디로 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와의 격차 이유로 노동시장 문제를 언급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3분의2가 사회보험 바깥에 있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사회보험 바깥에 있다. 사회보험 바깥에 있으면 나중에 사회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며 “한국처럼 노동시장이 지극히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서구 모형의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국가 체제가 종합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복지논쟁에 관한 해법에 대해 “우선 보편 복지가 돼야한다. 보편 복지로 인해 중상위계층이 복지를 받게 되면 복지체험을 이루게 되고 복지체험을 이뤄야 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을 납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다”며 “중상위 계층의 조세 동의를 이끌기 위해서 보편 복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일부가 노동시장을 독과점하는 방식은 안된다. 노동시간을 나눠야한다”며 “일자리 나누기,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서 청년과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배분해야 한다. 각각의 안정된 일자리 속에서 노동에 맞게 세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아직도 보편적인 복지 논쟁을 하고 있고 노동시장은 아주 황폐화돼있고 증세는 다들 피하는 분위기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안된다”며 “고령화는 한발, 두발 계속 오고 있지 않나. 더 오기 전에 빨리 복지전략, 노동시장 전략, 증세 전략에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과 생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건호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복지논쟁, 이제 비로소 본격화된 것”

-앞으로 총선이나 대선에서 복지 문제가 쟁점이 될 것 같다. 복지 논쟁이 폭발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복지 논쟁이 거의 정리되지 않았나하고 국민들이 생각했다가 뚜껑을 열고 보니 하나도 정리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가 일하고 있는 ‘내가 만든 복지국가’ 단체가 2012년 총선 직전에 만들어졌다. 2012년 2월에 발족했는데 저희가 발족했을 때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공약이 굉장히 활발히 제안되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현실화되는 문제에 대해 저희 몇몇 사람들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두 가지인데 복지는 결국 재정 투입이 핵심이다. 그런데 여야 양당 가릴 것 없이 말로는 화려한 복지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행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제도 개혁 프로그램도 그렇고 재원 마련 프로그램도 없었다. 총·대선이라는 정치적 국면에서 후보들에게, 그리고 캠프한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촉구가 단순히 언론의 힘이나 정치권의 힘이 아니고 복지를 바라고 있는 입장에서 직접 당사자들이 복지를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따져 보려고 한 것이다.

사실 2년 반전에 저희가 출범할 때 거품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부에서 복지공약의 한계를 우려했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든 문재인 후보든 복지재정 공약이 부실하다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봤다. 그 이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는데 결국 저희가 우려한 바대로 가게 됐다. 박근혜 후보 공약이 문재인 후보보다 수위는 낮았지만 그래도 꽤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낼 수 있는 큰 공약을 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원 조달에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때부터 ‘4대 중증질환 비급여 약속했던 것 아니었다, 기초연금 다 주는 것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코미디다. 취임도 하기 이전에 공약을 뒤 바꿨다. 그런 일이 진행됐던 이유가 결국은 재원을 중심으로 한 이행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복지 논쟁이 그 당시에 정리가 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 다 합의 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실행과정 속에서는 이 모순이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했다.

저는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복지 논쟁은 이제 비로소 본격화 된 것이라고 본다. 이제 여기서부터 재원 조달 방안을 중심으로 해서 이행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면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던 복지가 내실있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만약에 그러지 못하면 현재 정치권이 약속한 복지가 그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보수 진영 혹은 보수 언론에서는 프로그램 재검토요구가 나오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이제 복지 논쟁이 본격화됐고 복지를 조금 더 강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뒤로 후퇴할 것인가하는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무상복지, 능력 없거나 의지 부족 때문”

-홍준표 경남도지사 같은 경우에는 재정 뒷받침 없이 복지파티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두고서 엄청나게 뜨거웠다. 그 때 정리가 됐다고 사람들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재정문제에 맞닥뜨려지니까 별로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이렇게 비유를 한다. 선별적 복지는 1차방정식이고 보편적 복지는 2차방정식이다. 다 방정식으로서 자신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선별 복지는 변수가 하나인데 ‘어떻게 지출할래? 어려운 사람 중심으로 지출하자’고 답을 쓰면 맞다. 그런데 보편 복지는 고차방정식, 2차방정식 이어서 ‘어떻게 지출할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라고 하면 돈이 더 많이 든다. 두 번째 변수에 ‘이러이러하게 돈을 마련하겠다’고 해야 보편 복지의 논리가 맞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애초 출발은 보편적 복지는 아니었지만 선거 과정 속에서 보편 복지로 수렴화 되면서 지금 보면 보편과 선별의 중간정도, ‘준 보편’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준 보편’ 복지를 하고 있는데 재원방안에서는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괴리 때문에 복지논쟁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도지사께서 파티라고 하는데 파티가 나쁜 것인가. 우리도 파티를 하면서 살아야 되지 않나. 그런데 문제는 능력을 벗어나는 파티가 부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논의 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는 급식, 보육, 기초연금 3개 있다. 무상급식은 이번에 논란이 되기 전까지 지자체하고 교육청을 통해 주민이 동의하는 선과 지방재정이 허락하는 선에 맞춰서 서로 속도조절을 하면서 진행되고 있었다. 경남지역은 조금 천천히, 수도권은 좀 빨리, 이런 식으로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 제기된 것은 보육과 기초연금이다. 보육 누리과정에서는 교육청이, 기초연금에서는 지자체에서 대형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디폴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 않나. 그럼 이것의 총량이 큰 것인가. 대략 보육에서 두 배늘고 기초연금에서 두 배정도 늘은 것이다. 두 복지를 합쳐서 지방 몫이 약 10조원 정도 된다. 기초연금이 5조원 조금 안됐지만 내년에 5조원 더 늘어서 10조원이 된다. 과연 대한민국 경제력이, 혹은 대한민국 재정이 복지 예산을 감당하지 못하느냐. 감당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임기 5년동안 135조 조달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고 공약가계부도 그렇게 짰다. 그렇게 마련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공약 가계부가 부실 가계부로 점차 확인되고 있다. 저는 돈이 없고 재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재정을 마련하는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누리과정 예산, 실행 주체는 교육청…하지만 정부 재정 지원 없어”

-특히 보육문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재미 좀 많이 봤다. 젊은 엄마들에게 지지가 낮았었는데 보육문제 때문에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제가 데이터로 확인했었다. 그런데 중앙정부에서 이것을 담보하는 것이 맞다했는데 실제 예산과정에서 전혀 편성을 안 하고 지방정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문제가 터진 것 아닌가.

지금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에서는 ‘교육청의 법적의무다, 너희가 하라’고 하고 교육청에서는 ‘중앙정부에서 재정 책임이 있는데 돈을 제공하지 않느냐. 예산편성 못한다’고 해서 서로 싸우고 있다. 심지어는 지금 법률해석도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복지의 실행주체는 지방이다. 지자체가 기초생활보장생계급여를 지급하고 보육예산을 지급하고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제공하고 의무교육을 제공한다. 중앙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것은 안보, 외교, 경제 사업 등 이런 것이지 대민 서비스는 하고 있지 않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서울시민이기 때문에 서울시를 통해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고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을 통해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이 교육청에 있다는 말은 당연한 말이다. 실행주체는 지자체, 교육청이다. 그리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재원 조달 주체는 중앙 정부라는 것이다. 따라서 누리과정 예산도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 보면 3~5세 누리과정을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그것에 필요한 예산을 증액해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적어놨다. 그런데 이전에 유치원이 수행하는 것은 교육청이 돈을 대고, 어린이집이 수행하는 것은 복지부, 지자체가 돈을 댔다. 그런데 내년부터 어린이집도 교육청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청 입장에서는 어린이집 보육료 누리과정 사업이 자기들에게 넘어왔으니까 그 사업만큼 돈을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렇게 하기로는 2012년에 중앙정부에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 말년에 김황식 총리,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 4개 부처 장관이 결정한 것이다. 그때 교육청에게 매년 3조원씩 더 내려가니까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전체 맡아라라고 해서 교육감들이 우리가 합의한 사항은 아니지만 돈을 내려만 준다면 안할 이유는 없다고 해서 정리가 됐다. 그런데 2012년에 중앙에서 교육청에 내려준 교부금이 39조이다. 내년에 내려다 주는 교부금 또한 39조원이다. 3년이 지났지만 교부금이 하나도 증액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누리과정 사업을)못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실행 주체는 교육청이 맞고 예산 편성도 교육청이 해야 된다. 하지만 편성된 돈 중 증액된 만큼 정부에서 내려보내줘야 하는데 내려보내주지 않는 것, 이것이 결정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중앙정부를 좀 변호하면 중앙정부도 내려줄 돈이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 당장 재원 현실화 어려워”

-135조를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걸면서 여러 가지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개혁을 통해서 하기로 했는데 잘 안됐던 것인가.

작년 5월에 공약 가계부를 냈는데 지출개혁을 어떻게 했는지 발표를 안하고 있다. 하고 있다면 국민들에게 자랑했을 것이다. 우리가 공약 가계부대로 얼마씩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을텐데 재정 점검 위원회에서 지출개혁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SOC를 줄여야 하는데 원래 공약 가계부에 따르면 올해에 비해서 내년에 2조 7000억의 SOC 지출이 줄어야 한다. 그래야 복지에 지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 비해 7000억이 늘었다. 복지에 조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지하경제 양성화는 지금 숨어있는 세원을 발굴하는 것이니 굉장히 좋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얼마가 숨어있는지도 모르는 미래 지원이다. 그래서 이것은 당연히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야 되기는 하지만 당장에 재원으로 현실화 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믿었다. 지하경제 양성화해서 임기 첫해부터 기초 연금 20만원 드리겠다는 것을 믿었다. 어제 수능이 있었는데 이것은 영어문제로 치면 시제 불일치 때문에 오답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은 굉장히 먼 미래의 시제이고 임기 첫해에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현재 시제이다. 이것이 어떻게 매칭이 되나.

그런 면에서 지출개혁이 부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제도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또한 증세는 안한다고 못을 박아놓았고 이 상황에서 돈이 어디서 나오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기초 연금도 2배로 오르니 자신들이 지원해야 될 돈도 2배로 오르게 됐다. 그런데 국가보조금을 더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자기부담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교육청에서 누리과정과 함께 모두 맡음으로 해서 돈이 더 늘어야 되는데 늘어나지 않았다.

“지자체 디폴트 선언?…엄살 아냐”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이번에 예산 편성이 되지 않으면 디폴트 선언까지도 할 생각인 것 같은데.

저는 그저 엄살이 아니고 실제 현실이라고 본다. 만약에 디폴트를 하지 않고 지급하게 되면 인건비 동결해야 된다. 그것 외엔 방법이 없다. 임금 지급을 중지하든지 아니면 디폴트를 하든지 해야한다. 심각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기초연금은 세입 권한이 없다. 지방세법 개정도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한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주차비 벌금 많이 매기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다.

지금 우리가 국세, 지방세 비율이 8대 2다. 우리가 세금에서 중앙세 몫을 많이 배정한 이유는 중앙에서 많이 거둔 다음에 지방에 나눠주라는 취지이다. 지방세가 많아버리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다. 부자 지역은 많이 걷어서 많이 쓰고 가난한 지역은 조금 걷어서 조금밖에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세 비중이 높은 이유가 일단 중앙이 걷어서 그 대신 내려보낼 때는 그 지역 형편을 봐가지고 하후상박으로 내려보내라는 것이다. 그런 취지로 국세의 80%를 몰아준 것이다. 내려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려보내 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부자감세 철회도 안하고 있고 지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거꾸로 경기 부양한다면서 SOC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돈이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조간에 나온 것인데 새정치연합에서 신혼들에게 집을 한 채씩 주겠다고 했다. 재원마련은 좀 있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셨나.

잘 모르겠다. 신혼부부들에게 임대주택으로 우선 배정해 주겠다는 것인데.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이 처음 발의했다. 어떤 분들은 신선하다고 하면서 이런식으로 적극적인 대안을 내는 것이 야당이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고 지난번에 대통령에 출마하신 허모씨 있지 않나. 그 분식 공약이다고 이야기하신 분들도 있다. 글쎄 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저는 사실 주거 빈곤층이 있다면 주거 빈곤의 절박성에 따라 줘야지, 신혼부부라고 해서 주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은 든다.

-아까 말씀하신대로 복지 문제는 재정 투입이 문제이다. 그런데 재정 투입이라고 하면 아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약했던 135조를 만들기 위해서 지출개혁이라든지 지하경제 양성화가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지 않나. 결국 증세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처음부터 공약 가계부대로 재정이 조달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다. 예산 정책처도 작년 말에 정부의 공약 가계부 검증 보고서를 냈는데 최대한 해봤자 공약 가계부에서 설정한 60%정도를 걷을 수 있을까 추정했다. 공약 가계부조차도 거품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출개혁해서 새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리 SOC 사업이라도 사연이 있고 명분이 있는것 아닌가. 그리고 최근 들어와서는 기후변화 때문에 꼭 필요한 SOC들도 있다. 뚝도 높여야 되고 하수도관도 넓혀야 되는 등 필요한 것도 있다.

그리고 지하경제 양성화는 당장 하고 싶지만 시간을 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에 대한 민심의 욕구는 커졌다. 또 복지에 대한 권리 의식도 커졌다. 그리고 너무 사회 격차가 커지다 보니 복지를 제공해야한다. 그런 면에서는 증세 이야기를 해야한다. 우리가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면 문제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세금을 덜 내고 있다.

-지금 조세 부담률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나.

세금은 일반 세금하고 사회 보험료를 합쳐서 국민 부담률이라고 한다. 어디가 딱 적정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렵다. 그런데 OECD 평균이 35%정도 된다. 저희가 26%정도 된다. 8~9%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이것을 전체 GDP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 120조 정도 세금을 덜 걷고 있다.

“새정치 ‘부자감세 철회’, 이제 그만해야…정공법으로 증세 논의해야”

-그런데 아무래도 증세문제가 정치권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증세를 이야기하고 선거에서 이긴 적은 동서고금을 통해 없다라고 이야기하다 보니 새정치연합에서는 일단 본격적인 증세논쟁보다는 부자 감세한 부분을 원위치 시켜야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부자감세 철회 슬로건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 안에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감세 철회는 비판적 포지션이다.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면 부자감세 철회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결국 하는 논쟁이 부자감세 철회된 것인가, 안된 것인가로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정공법으로 증세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럼 부자감세 중에서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가 있다면 빼내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 중 소득세는 이미 철회가 많이 됐다. 지금 소득세 최고 구간 세율이 더 올랐다.

관건은 법인세이다. 법인세를 끄집어 내서 논의를 해야한다. 그럼 (정부·여당)저쪽에서는 기업 경쟁력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론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논쟁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 논쟁에서 이겨야 법인세 인상이 되고 재원을 조달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차기에 집권하려면 지금 야당들도 구체적인 세목에 대한 증세안을 내야한다. 자꾸 부자감세하면 사람들이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 정권 비판용으로는 부자감세라는 용어가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2008, 2009, 2010년 했으면 충분하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든지 종부세 인상을 이야기하든지 해야한다. 저희처럼 아예 복지에만 쓰는 세금을 신설하는 것으로 사회 복지세를 도입하자고 이야기하면서 구체적 세목을 제기해야만, 논점이 생기고 반론이 오고 가면서 국민들이 어느 쪽으로 의견을 모이게 되는지 여건이 조성되게 된다. 그런데 부자감세 철회는 진영논리이다. 야당은 철회하라고 하고, 여당은 부자감세는 불가피했고 이제 상당 부분 철회됐다 하기 때문에 진영논리 싸움이 아니고 대안 논리 싸움을 해야한다.

“세금 정당 정치시대, 본격 개막”

-그래서 지금 증세 부분에 있어서 결국 이제 조세 정책 문제가 본격화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 비로소 정당 정치가 정상화됐다고 본다. 세금은 모든 정책의 키다. 모든 정책이 세금하고 연관돼있다. 그래서 유럽에서 선거 때 정당정치 쟁점을 보면 세금 쟁점이 가장 크다. 소득세 1%를 올리냐, 마냐, 동결해야 되나 문제가 전통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한국에서는 세금이 정치적 쟁점이 됐던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행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가 세금에 대해서 정의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아마 그전에는 안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공연히 세금 내서 행정부가 돈을 엉터리로 쓰는데 돈을 내줄 리가 없다. 그래서 세금을 가능한 안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우리 사회를 좀 더 충실히 만드는 조력자가 아니고 빼앗아가고 간섭하는 주체였고 그 간섭하고 빼앗아가는 매개가 세금이다. 그래서 제발 걷어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비로소 복지논쟁이 일어나면서 그 효과로 세금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의견이 같이 병존하고 있다고 본다. 여전히 세금을 착취의 수단으로 보고 싫어하는 것과 세금이 싫긴 하지만 복지가 늘어나려면 세금을 조금 더 내고 확대돼야 되지 않느냐는 것 등 두 가지 의견이 있다고 본다. 이제 비로소 세금이 정치 한복판으로 왔고 세금만큼 시민들의 계급적 특징하고 일치되는 것이 드물다. 왜냐하면 누가 내느냐, 누가 얼마 내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계층적 이해관계가 손쉽게 드러난다. 그런데 교육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FTA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보면 전문가들은 이것에 대해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공방을 벌인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이 경제정책에 있어서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전세사는 사람들도 건설 경기가 부양되면 한쪽에서는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또 어느 한쪽에서는 전셋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가 듣다보면 왔다갔다한다.

하지만 세금과 복지는 일반 시민들의 눈으로도 파악이 된다. 이것이 나한테 유리한건가, 불리한 것인가 파악이 된다. 그런 면에서 정당정치가 지역, 학연 등 과거 전통적인 의제가 정치판을 뒤엎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이제 비로소 세금 의제가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됐다는 것은 유권자, 시민들의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을 내고 정치 대변자인 정당들을 자신들과 같은 색깔로 고를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 관련 왜곡된 정보 바로 잡아야”

-금방 말씀하신 세금, 복지 등 이것이 명확해짐에 따라서 지지 계층도 명확해질 수 있을 것같다.

그럴려면 세금에 대한 논쟁이 많이 일어나야한다. 그래야 세금에 대한 실체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은 세금에 대한 정보가 많이 왜곡돼 있다. 헌법이 우리에게 세금을 내라고 의무를 부여해 놓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세금에 대해 공부를 시키나. 국민들이 세금이 몇 개나 있는지 일반 교양으로 알고 있나. 그리고 자신의 소득 중에서 몇 %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지 알고 있나. 전혀 모르고 있다.

대부분의 세금은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상위 1%도 안되는 사람들한테만 해당되는 종합부동산세가 제안됐을 때 종합부동산세와 관련 없는 저소득계층들도 반대하는 이유가 무작정 세금에 대한 저항 때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부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 걷어서 공공주택을 많이 지어주면 자기에게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결국 한국 조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세금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없다. 인터넷 서점가도 세금 교양서는 없다. 다 수험서만 있다. 세금 지식이 아주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금 논쟁이 되면 저는 그 전에 왜곡된 정보들부터 바로 잡아야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자신의 계층적 눈높이에 맞춰서 세금 정책을 보게 되면서 증세 논의가 지금보다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野 세금 회피 안돼…구체적 논점 던져야”

-요즘 개헌 문제도 나오고 야당의 재편 문제도 나오고 있는데 세금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신당 정치 세력화 등 이런 것도 나올 수 있지 않나.

저는 세금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보니 세금을 화두로 하는 운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저는 여당도 문제이지만 야당이 너무 세금을 회피하는 것 같다. 작년 경우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 1년차에 소득세 개정안을 냈다. 조금 복잡하지만 의료비, 교육비 소득공제를 세입 공제로 바꾸는 것인데 굉장히 하후상박적으로 좋은 개혁이다. 그것은 진보적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제안해야 될 좋은 개혁이었다. 그러다보니 상위 30% 연봉 4~7천만원 버는 분들이 내는 세금이 월 1.3만원씩 올랐다. 그리고 아래 계층은 세금이 깎였다. 하지만 그런 하후상박적 개편을 통해서 세수가 조금 더 생기게 된다. 이것을 왜 반대하나. 작년에 당시 민주당이 이것을 세금폭탄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부추겨서 이른바 반 박근혜로 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전향적인 조치는 받아들이고 미진하다고 하면서 더 전향적이었어야 됐는데 조금이라도 증세 항목이 들어가게 되면 무조건 국민들 부담 키운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국민들은 세금 부담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저는 그런 면에서 세금 정책을 좀 더 전향적인 사회의제로 만들어나가는데 있어서는 야당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절대 야당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진영논리, 정부 비판 때문에 조세 저항에 대해 여당과 편을 짜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당은 또 납세자들이 열 받는 것만 증세해서 나서고 있지 않나. 담뱃세, 주민세 인상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여당은 여당대로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증세만 골라서 하고 있고 그러면서 해야 될 증세는 안하고 있다. 여당은 대단히 계산적이다. 직접세를 올리면 상위계층 대기업들의 조세부담이 커지니까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금 여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중상위계층,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해서 조세 정책을 펴고 있다. 그 대신 담뱃세는 소비세니까 모든 흡연자들에게 가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주민세도 모든 주민들에게 가는 것 아닌가. 결국 이런 것은 역진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조세저항을 부추기고 야당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기업 증세든 부자 증세든 과세를 강화하든 구체적으로 디자인해서 논점을 던져야 하는데 매번 ‘부자감세 철회’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각이 서지 않는다.

“세금은 신뢰 문제…사회복지 목적세 도입해야”

-오 위원장은 사회복지 목적세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반 증세 문제가 잘 안되니까 구체적으로 목적세 도입을 주장하는 것인가.

그렇다. 왜냐하면 복지재정을 충당하기위해서는 아까 지출개혁도 이야기했지만 증세가 불가피하다. 내년도 예산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금 펑크나 있는데 지방채 국채 발행도 한해만 충당할 뿐이지 그 다음해에는 계속 펑크난다. 그리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의료비 지출도 계속 커지게 된다. 그래서 증세는 불가피하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세금을 올려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세금을 내려고 하다보면 갑자기 정부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행정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증세는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호주머니에서 꺼내는 돈의 규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 문제이다. 친구한테 동일한 100만원을 빌려주더라도 신뢰가 있으면 그것을 떼 먹혀도 비로소 우정의 노릇을 했다고 좋아하지만 금액이 얼마 안되더라도 친구 관계가 좋지 않으면 아까울 수 있는 것이다.

똑같이 증세도 신뢰의 문제이다. 지금 행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내가 낸 세금들이 쓰이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별로 투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재원은 필요하고 그래서 소득세를 내지만 다른 곳에 쓰이지 않도록 확신을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을 내도 이번에 내는 세금은 무조건 복지에 쓰는 것으로 못을 박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목적세인 것이다. 옛날에 방위세라고 있었다. 세금을 내면 무조건 국방비로 간다. 지금 교육세가 있다. 내가 무엇을 샀을 때 거기에 조금씩 교육세가 붙어서 무조건 교육청으로 가듯이 이제는 복지가 필요하면 복지에만 쓰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소비세에 매기지 말고 저희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 증여세 등 누진도를 가지고 있는 4개의 세금에 지금까지 내는 세금의 20%씩을 더 걷어서 조성된 연 20조원을 복지세로 포장해서 복지에 쓰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월 만원씩 소득세를 내고 있다면 2천원 정도를 더 사회복지세 명목으로 내는 것이다. 그리고 2천원은 무조건 복지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현재 정부의 재정 지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우회해서 복지 재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을 야당에서 직접 국민투표라도 하자고 해야한다. 정치적인 의미에서 한번 지역별로 국민들 모아놓고 투표를 해봐야한다.

-결국 공무원연금 문제하고도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나.

공무원연금도 현재 재정지출 항목 중에 하나이다. 현 재직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만으로 퇴직 공무원들이 연금을 다 주지 못해서 매년 적자액을 안전행정부 일반 예산에서 보전해 주고 있다. 누리과정도 돈을 못대고 있는데 또 공무원연금도 들어가다 보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지출 대상으로 보면 어르신들,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비해 공무원연급 수급자들은 상대적으로 평균 220~230만원 받아서 현금 소득이 그 정도 되면 노인들 중에는 상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서 재정 지출을 줄일 필요는 있다고 본다. 나는 개혁에 동의한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할까가 문제일 것이다.

-국민연금 자체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의 쟁점은 무수히 많다. 제가 연금 주제는 계속 다루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이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사실 내용이 많이 다른 것도 있다. 연금 논의가 굉장히 힘들다. 공무원연금을 내리면 낮은 국민연금으로의 하향 평준화 아닌가라는 지적을 아까 했다. 형식적으로는 하향 평준이다. 높은 급여률를 가진 공무원연금을 40%를 낮추니까 하향 평준화인데 그러면 왜 국민연금이 40% 급여률 밖에 못가지고 있느냐를 보면 보험료가 작기 때문이다. 지금 40년 가입기준으로 40%의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국민연금인데 현행 급여률을 보장받기 위해서 우리 가입자들이 내야할 적정 보험료는 자기 소득의 16%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 9%이다. 만약에 후세대 부담을 남겨주지 않으려면 지금 9%가 아니라 16%를 내야한다. 절대적 수위로 보면 국민연금 40%가 충분치는 않지만 사실 이것을 감당할 만큼의 재원도 우리는 안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에 국민연금이 낮다고 생각해 이것을 높인다면 보험료를 엄청 올려야 된다. 이러한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에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하향평준화한다? 이런 말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국민연금도 돈이 부족해서 개혁해야한다. 국민연금은 계속 후세대로 전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보험료를 내든지 세금을 내든지 해야한다. 단지 국민연금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뿐이다.

“복지 롤모델?…‘대한민국형’ 복지 모델 필요”

-과연 국민들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위원장께서 생각할 때 우리와 비슷한 나라 중에 롤모델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복지와 관련해서 롤모델은 찾기 어렵다. 한국이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지금 복지국가라고 칭하면 20여개 나라들이 있다. 이 국가들이 모두 7~80년전 20세기 중반부터 4~50년 거치면서 20세기 후반부에 복지국가로 진입한 나라들이다. 복지국가 1세대다. 2세대가 아직 없다. OECD의 신규 국가 후보 중에는 멕시코, 터키, 한국 등 이러 나라들이 있다.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은 진입하기 힘들다고 본다. 이제 한국이 가보려는 중이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복지재정은 OECD 복지국가들에 비해 굉장히 작다.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복지제도도 많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워낙 현격한 격차가 있다 보니 어디로 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리고 격차가 있더라도 그 경로와 모델을 따라갈 수 있지 않나 이야기 할 수는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노동 시간 문제이다. 전통적인 서구 복지 국가 모델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동시장을 갖추고 있고 설계돼 있다. 대부분의 복지국가의 기본 기둥은 사회보험제도이다. 우리나라도 사회보험이 기본 핵심이다. 그래서 왠만한 복지는 사회보험이 커버를 해줘야 하는데 현재 우리 4대 사회보험도 형식적으로는 보편적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3분의2가 사회보험 바깥에 있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사회보험 바깥에 있다. 사회보험 바깥에 있으면 나중에 사회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것이다. 즉, 한국처럼 노동시장이 지극히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서구 모형의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국가 체제가 종합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형 복지국가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한국형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진짜 한국형은 필요하다. 진짜 한국형은 불안정한 노동시장 구조를 넘어서서 기본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복지체제를 말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세금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보험료 기반인데 저는 세금 기반의 복지체제로 가야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노후 복지도 국민연금보다는 기초연금 중심으로 가야한다. 국민연금으로 하다보니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과 가입하지 않은 사람으로 딱 두 집단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아까 낮다고 비판받은 국민연금도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3분의2는 국민연금 바깥에 있다. 노후가 되더라도 못 받는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당신이 노동시장에 있는지 없는지, 보험료를 냈는지 안냈는지 따지지 않고 65세 이상 대한민국 노인이면 지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불안정한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일단 소득은 층위별로 있으니까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거두고 세금 기반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어느 나라보다도 세금기반의 복지체제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형 복지국가 모델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서 초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저출산 문제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21세기에서 지구적이면서 시대적 과제가 2개가 있는데, 생태와 고령화 문제이다. 자연은 우리가 계속 캐먹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무궁무진하고 그들을 무조건 많이 캐는 것이 선이었다. 이제 그 임계점을 넘다 보니 생태 문제도 굉장히 심각해졌다. 또 하나는 장수하면 인류의 축복이고 그랬는데 인간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 또 역습을 하는 것이다. 저는 그런 면에서 생태문제와 고령화 문제는 아직까지는 종합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시대적과제라고 본다. 양극단의 문제이다. 고령화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출산율은 낮다.

-그러면 복지에서도 미래세대가 짊어지는 짐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아닌가.

결국 재원은 세금이다. 지출 합리화는 연금 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세대들의 부담을 생각해서 사회적 합의 방식의 합리적 토론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세금 문제, 연금 문제에 대해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지식과 정보도 대단히 왜곡되서 돌아다니고 있다. 굉장히 안타깝다. 제일 큰 책임은 국정운영자에게 있다고 본다. 세금과 연금문제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만들고 정보도 차곡차곡 제공해서 이해관계자들의 조정 작업에 충실하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너무 투박하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터프하게 하고 있다.

“우선 보편적 복지돼야…노동시장 개편도 필요”

-위원장께서 해법을 제시한다면 어떤 것이 있나.

우선 보편복지가 돼야한다. 선별복지가 보편복지보다는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복지지출에 필요한 예산의 양만 따지다 보니 선별 복지를 강조하는 것인데 보편복지를 중상위계층이 복지를 받게 되면 복지체험을 이루게 되고 복지체험을 이뤄야 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을 납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비로소 그들이 지갑을 열게 된다. 그들이 지갑을 닫게 되면 선별 복지에 끝마치게 된다. 이후에는 선별복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라는 엄청난 수요가 있다. 고령화는 연금과 의료 등의 복지 수요를 아주 빠른 속도로 늘게 하는 것이다.

즉, 중상위 계층의 조세 동의를 이끌기 위해서 보편 복지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초고령화 사회를 위한 재정이 많이 필요한데 재정 확보에 어떤 것이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인가에 대한 측면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일부가 노동시장을 독과점하는 방식은 안된다고 본다. 노동시간을 나눠야한다. 필요하면 8~10시간 노동하는 것을 6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서 청년들과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한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을 늦출 수 있다. 지금의 노인의 정의가 65세인데 꼭 65세일 필요가 있나. 65세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데 70세로 바꿔야 한다. 수명은 90~95세로 자꾸 올라가는데 왜 65세로 잡는가. 70세까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면 70세까지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거꾸로 그들이 보험료를 내게 된다. 그럼 이 돈을 받는 5년이 돈을 내는 5년이 되면 10년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 방식으로 가고 노동시장 정책에서 획기적인 일자리 나누기,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서 청년과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배분해야 한다. 각각의 안정된 일자리 속에서 노동에 맞게 세금을 내야한다. 보편주의적 복지, 그리고 일자리 나눔, 안정된 형태의 일자리, 누진적인 증세가 합쳐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보편적인 복지 논쟁을 하고 있고 노동시장은 아주 황폐화돼있고 증세는 다들 피하는 분위기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안된다. 고령화는 한발, 두발 계속 오고 있지 않나. 더 오기 전에 빨리 복지전략, 노동시장 전략, 증세 전략에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과 생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그것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분들이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해야 된다고 보나.

주요한 의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층이 나와야 한다. 지금 재정부담에 있어서 미래 세대 몫이 크니까 청년대표들,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되고 연금 지출을 일부 개혁해야 돼서 어르신 대표들도 들어와야 되고 부자 대표들도 들어와야 된다. 전문가들도 들어오고 또한 정권을 넘어서 연속적으로 갈 수 있는,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들도 참여해야 한다. 이 상태에서 국가의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도출되는 결론에 여야가 가리지 않고 제도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진짜 큰 틀의 타협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다음 대선에서는 그런 공약들을 가진 후보들이 나와서 공약들이 제기되면 국민들의 관심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국민들께 복지와 세금 문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저는 이제 우리 시민들이 세금에 대해서 전향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세금하면 착취수단이었다. 그리고 정부가 밉기 때문에 우리가 조세 저항을 많이 했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바꿔야 한다. 또 한편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긍정적인 면으로 바뀌는 것이 있다. 바로 복지 영역이다. 이 복지가 제대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재원이 확보돼야 하고 상당수는 세금을 통해서 이뤄진다. 만약에 복지로만 쓰이는 세금이라면 정부의 불신을 우회해서 재정을 충당하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방식의 지혜로운 논의를 통해서 세금이 전향적으로 쓰이고 우리가 누리고 또 다시 세금을 내는 세금과 복지가 선 순환하는 그런 대한민국 재정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세금과 복지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주시기를 요청 드린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도 그 방향으로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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