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두 개의 태양을 인정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30퍼센트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갤럽의 1월 셋째주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 주보다 5%P 추가 하락한 30%로 나타났다. 집권 이후 최저치가 갱신된 것이고, 이러한 추세라면 30%대 지지율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지율 하나로 버텨왔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이다.

이런 시점에 ‘이완구 총리’ 카드가 등장했다. 당초 예상되었던 원 포인트 개각을 넘어 총리까지 교체된 것은 작금의 위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출신 총리를 기용함으로써 정치적 역할을 통한 민심수습을 기대해 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정홍원 총리와는 다른 여러 힘을 갖고 있다. 총리로서의 존재감 자체가 없었던 정 총리와는 달리 이 후보자는 여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그 정치적 힘을 보여왔다. 기본적으로 ‘박심’에 맞추는 행보를 하면서 당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고, 대야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도 이 후보자는 야당에게 판정승을 거둔 협상의 주역이었다.

후보자가 되자마자 그의 입에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총리가 되겠다, 소통하는 총리가 되겠다, 야당을 존중하겠다”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전 총리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정치인 총리다운 말들이다. 이 후보자가 실제로 이런 말들을 이행한다면 박 대통령의 소통부재, 공감부재라는 치명적 결함을 임시방편적으로라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이제까지의 박근혜 정부 사람들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들을 이 후보자가 꺼낸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일단은 진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바뀐 것은 총리이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이야 ‘이완구 효과’에 힘입어 박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 진정될 수 있겠지만, 결국 민심은 총리가 아닌  대통령을 보고 지지여부를 판단하게 되어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과 요구는 결국 대통려을 향하게 되어 있다. 그 사이에서 ‘이완구 총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될 것인가. 아마도 이 후보자는 정홍원 총리에 비하면 자신의 정치력을 폭넓게 발휘하며 ‘소통 총리’의 모습을 보이려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박 대통령이 그어 놓은 선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일 수 없다고 믿는 박 대통령이다. 그런 박 대통령이 야당이나 민심의 요구에 밀려 자신의 고집을 꺾고 총리의 뜻대로 하게 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한 원칙은 이 후보자가 대망에 대한 야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에 강조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중용하지 않는다. 그가 김기춘 실장을 “보기드물게 사심없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듯이, 오직 자기만을 위해 충성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박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의 총리감을 기용한 것은 상황이 다급해서였지, 정치인 출신 총리에 대한 경계를 풀어서는 아닐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 자리를 발판으로 자신의 인기를 키워가고 차기 대망의 꿈을 키워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사심을 허용하는 순간, 대통령이 총리의 뒷전으로 밀려버리는 진짜 레임덕이 오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심회복에 있어서 이완구 총리의 역할은 결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를 구해내는 공신이 되기 보다는, 그 업보를 함께 지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충청권 대망론을 내거는 대권주자로서 도약하기 보다는, 박 대통령과 함께 동반 추락하는 운명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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