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나 우선순위를 조절하고 조금은 우회할 수도 있지만 교육 개혁의 큰 방향은 지켜나갈 것”

김석준 부산 교육감은 1월 23일 <폴리뉴스> <폴리피플>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오랜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교육을 혁신하는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역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에서 진보정당의 시장 후보로 출마한 경력으로 우려의 시각이 있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시장, 시의회와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고,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만나고 듣는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애기가 통한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재정난과 지방과 서울의 교육 격차 심화 등 부산 교육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쉽지 않다는 표현으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길을 찾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은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제도 개선, 교과과정 개선 그리고 교과서 개선 등의 사안들이 필요한데 교육부가 이를 책임 있게 하고 있지 않은 조건에서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힘을 합쳐 그 방안을 연구하여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직선 교육감은 이번이 몇기인가. 

부산에서는 설동훈 교육감이 보궐선거로 잠시 한 텀을 했고, 전국적으로는 교육감 선거가 2010년에 있었다. 애매하다. 민선 2기라고 할지, 3기로 할지 애매하다. 부산에서는 직선으로 뽑힌 세 번째 교육감이다. 

- 진보정당 후보로 시장선거에도 도전하신 경력이 있지만 역시 교육 분야가 전공인 것 같다. 사범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으셨다. 교육행정을 맡으면서 포부나 목표가 있었을 것인데.

2002년, 2006년 진보정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적이 있다. 그때도 만약 교육감을 직선으로 선출했다면 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고 교육감 후보로 나섰을 것이다. 사범대에 31년을 재직했다.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도 사회학과 교육학이어서 지금까지 대학에서 연구해 온 것을 바탕으로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실천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원래 선택을 하라고 했다면 교육감이 더 맞지 않나 싶다. 2002년, 2006년의 경우 진보정당에서 시장 후보가 꼭 필요해서 나섰다. 살아온 인생을 볼 때 교육감이 더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정치와 경제가 다 어렵지만, 교육도 전국 제 2도시라는 부산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역량이 취약한 상황이다. 정치, 경제 등에서 전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은 편차가 있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비교적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다. 교육 역량에서는 부산이 침체된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에서만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으로 바로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 진보정당으로 시장에 도전했던 이력이 있고 또 과거 유신헌법 긴급조치 시절 대학에서 학생운동에도 참여했다. 부산 지역이 상당히 보수적이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을 것이다. 교육을 맡으면 과도하게 속도 있는 변화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을 것 같다. 서병수 시장이 새누리당 쪽인데 당선된 후부터 협력하기로 하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교육에는 진보나 보수가 따로 없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누가 더 좋은 정책을 마련하느냐로 판단해야지 진영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얘기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제가 받은 표가 35%다. 물론 35%를 받았지만 교육감으로 저를 지지하지 않는 65% 사람들이 저에게 바라거나 요구하는 것들까지도 같이 보면서 해야 한다. 그래서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합리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해야 하고,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교육행정을 하려고 보면 시와의 협조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조례, 예산 등이 다 시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부산은 압도적인 다수가 특정 정당이라서 시의회와의 관계에서 굳이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 서로 협조하고, 공감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접근하자고 생각했다. 시의회와는 아직 큰 마찰은 없는 상태다.

서병수 시장이 내세운 것이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이었다. 사람이 곧 인재이고, 인재는 교육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시장께서 교육에 관심도 많고 열의를 갖고 있어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하자고 했고, 지금까지는 큰 갈등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단지 제가 했던 공약 중에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의무급식을 확대하려고 했던 것이 있다. 거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150억 원 가량이다. 시에 50억 원 정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시와 비교했을 때 부산시의 학교급식 지원이 상당히 낮은 편이기 때문에 50억 원 정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에서는 비법정 전입금을 조금 늘리기는 했는데, 그것을 급식용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중학교 1학년까지 의무급식 확대를 무리해서 추진할 경우에 우선 시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었던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예산이 많이 줄어들어서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공약했던 의무급식 사항을 공약이라고 밀어부쳤다 가는 초반에 너무 필요 없는 긴장과 갈등이 심해질 것 같아서 1년 유예를 하고, 그 예산을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를 확대하는데 사용한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한 측면이 있다. 

시에서도 상당히 그 점에 대해 필요 없는 긴장이 해소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진보 교육감이 너무 불필요한 긴장을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많이 해소된 것 같다. 반면에 저를 지지해준 분들이 너무 미적지근한 것 아니냐, 맛이 간 거 아니냐고 해서 상당히 불만이 많은 측면도 있다. 이런 정치적 조건 속에서 무리하게 부딪혀 가면서 싸움꾼 역할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이룰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본다. 교육은 싸워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에게 양질의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주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좀 우회할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큰 줄기의 기본방향은 분명히 지키되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조금 속도나 우선순위를 조절하거나 우회해서라도 현실에 맞추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나.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보, 삼보, 사보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아직 7개월도 되지 않았다. 조금 더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 교육은 주체가 다양하게 나눠져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도 있다. 여러 주체들이 각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이 분들과 소통하고 협조를 얻어야 원하는 교육개혁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소통하려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얼마나 성과가 있었나.

일단 우선 교육영역 안에 교사도 있고, 학부모도 있고, 학생도 있다. 교사 안에도 교장과 교감 선생님도 계시고 중간층에 계시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다. 성향적으로는 중도적인 입장에 있는 교사도 있고, 보수적인 입장에 있는 교사도 있고 다양하다. 교장단 모임만 해도 우선 사립학교, 공립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성화교로 해서 워낙 많다. 취임 이후에 다양한 형태로 만남을 가지는 것에 집중해왔다. 일선 학교를 운영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교장 선생님들을 상대적으로 자주 만난 편이다. 그분들이 ‘걱정했는데 안심이 된다’, ‘합리적인 것 같다’는 평가를 주셨다. 그리고 일단 ‘얘기가 통한다’, ‘얘기를 들어주려는 자세가 된 것 같다’는 정도로는 서로 신뢰가 생긴 것 같다. 

실제로 학교 안에는 비정규직으로 계신 분들도 많은데 그 분들의 요구에 비해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너무 적어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농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한 위치에 따라서 만나는 결과나 주문하는 사안들이 받아들여지는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모들도 만나려고 한다. 학생들은 솔직히 아직 자주 만나지 못했다. 학생 회장단 모임이나 무작위로 선출된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원탁토론 등을 한 번씩 했는데 오히려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는 못했다. 우선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듣고 있다. 저는 얘기하기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입구에도 청(聽)자가 있다. 어떤 전문지 모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그것인 것 같다면서 청(聽)자를 주셨다. 듣겠다고 하고 있다.

-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핵심적으로 한 것이 교육청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50년 만에 처음’이라는 말도 있다. 현장 중심으로 행정을 변화시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교육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제까지 조직개편을 보면 수요가 점점 늘어나서 새로 부서를 만들거나 인원을 늘려가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이나 공무원 증원은 학생 수에 따라 조정된다.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교사 수도 줄이고 행정직 수도 줄이고 예산도 줄이는 상황이다. 학생 수는 줄어도 새로운 시가지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학교는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필요한 인원이나 재정을 추가적으로 더 주지 않기 때문에, 있는 예산에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상당한 정도의 인원 재배치가 꼭 필요하다. 솔직히 그럴 엄두를 이제까지 내지 못해왔다. 당연히 반발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제 판단으로는 이것을 이 상태로 더 미루어서는 나중에 더 걷잡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올 것 같아서 조직개편을 하자고 했다. 조직개편 이전에 우선 했던 것은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다양한 정책사업을 하는데, 이 정책사업이 학교 현장에 내려가면 사실 교원들에게는 새로운 업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사업부터 줄이자고 해서 40% 정도의 정책사업을 축소해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 말고는 가능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그것에 발맞춰 조직도 슬림화 하자고 했다. 교육청 본청과 직속기관의 인원을 10% 이상 정원 조정했다. 남은 인원을 새로 만들어진 학교, 아주 작은 학교라서 인원이 적게 배정됐는데 해야 하는 일은 별로 차이가 없는 학교들에 보냈다. 또 너무 규모가 큰데 숫자가 모자란 곳도 있어서 그런 곳으로 직원들을 더 배치했다. 우선 학교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예를 들자면 전문직 TO도 몇 개가 줄어들게 되고, 사무관직도 몇 개 줄어서 공무원들이 내부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힘이 들더라도 건강을 위해 미리 다이어트를 하는 것처럼 교육청도 자체 경영비용을 줄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득했다. 이제 개편안은 만들어졌다. 28일부터 시의회가 개회되는데 시의회에서 조직개편에 따른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조례 개정 작업이 확정되면 조직개편이 확정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규모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본청으로 다 올라와 있던 학생 배치 기능과 감사 기능을 지원청으로 내려 보내는 것이다. 지원청에 학생 수용 배치 권한과 일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대한 감사 권한을 내려 보내려는 것이다. 본청이 갖고 있던 권한 중 상당 부분을 지원청으로 내려 보내서 지원청이 학교와 더 가까이서 지원도 하고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바꿀 생각이다.

-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많이 당선됐다. 그런 한편으로 지지율을 보면 대부분이 30%대이다. 보수 쪽 후보가 나뉘면서 당선된 경우도 많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많이 당선된 이후 중앙정부와 긴장관계가 상당히 만만치 않다. 그렇다 보니까 교육부 등에서 차제에 교육감 직선제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얘기도 일부 나오면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교육 자치에 역행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직선제를 하지 않으면 자치를 하지 않는다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조금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냉정하게 대통령제가 좋으냐, 내각제가 좋으냐는 문제에서도 제도 자체만 가지고 어떤 것이 좋을지는 규명하기 어렵다. 토양이나 그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 정도를 감안해서 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교육감을 따로 직선으로 뽑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일찍 지방분권이 돼서 분권이 된 조건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 역할을 하는 분을 임명하거나 또는 런닝메이트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제도를 떼어놓고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수준, 지방자치나 분권의 수준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사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돼 20년 정도 흘렀지만 아직도 20% 자치라고 할 정도로 중앙정부에서 권한이나 재정, 사람까지 다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치가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교육 자치를 하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직선제를 통해서 주민이 직접 교육수장을 뽑는 제도이다. 교육자치를 위해서도 그렇고, 아직 상대적으로 크게 발전되지 않은 지방자치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교육감 직선제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지방자치와 분권화가 높은 상황이 되면 그 시점에서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갈등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검토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지방자치의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를 보완하기 위해서, 중앙정부의 교육에 대한 독점적인 규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자치가 꼭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교육감 직선제가 유용하다고 본다.    

- 공약 사항으로 중학교 의무급식을 내걸었는데 재정 문제로 유보한 상태라고 했다. 교육청 예산 전체가 줄어들면서 교육 재정이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사업들이나 여러 가지 교육 개혁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은 상당히 많을 것인데 객관적인 상황은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답답하다. 우리 헌법 3조 3항에 의무교육은 무료로 한다고 돼 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돼 있어서 무상으로 하고 있으면 급식도 중요한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학교까지는 무상으로 의무급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17개 자치단체장 중 10군데 이상에서 중학교까지는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 제2 도시인 부산에서 그것을 못할 이유가 없다. 제 임기 중에는 그것을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재정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올해에는 누리과정까지 지방 교육청에서 예산을 떠맡는 구조가 되면서 재정난이 심각해졌다. 

2015년도 예산규모는 3조3,781억원으로 2014년도 당초 예산에 비해 765억원이나 증액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교육부에서 오는 교부금이 1,812억원이나 줄어들었는데도 지방교육채가 3,065억원이나 급증하여 나타난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예산운용상으로는 교직원 인건비가 1,600억원 이상 증가한 반면 교육사업비가 1,122억원이나 감소하였다. 실질적인 가용예산으로 본다면 교육청 예산이 많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교육사업비가 많이 줄어들어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단 교육재정을 확보하자면서 교육감들이 계속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금 내국세의 20.57%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주고 있는 게 제일 큰 재원이다. 이 재원을 갖고는 지금 현재로도 아이들을 위한 투자가 사실 모자란 상황이다. 누리과정까지 맡아서는 도저히 감당이 어렵다. 특히 경제 때문에 내국세가 줄어든다. 부산만 해도 순수하게 2,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이라서 누리과정을 중앙정부에서 책임을 지든지, 교육청으로 넘기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5% 상향해서 25.57%로 해주면 거기에서 누리과정 등도 충당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조건 속에서 결국 제한된 자원을 갖고 안정적으로 배분을 잘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교육재정의 경우에는 70%가 인건비다. 선택의 폭이 좁아서 고민 중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리는 방안을 위해서 힘을 모아가야 한다. 그런 노력 후 주어진 범위 안에서 어떤 식으로 배분을 잘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우리가 과거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시험을 쳐서 중학교도 뽑고, 고등학교도 뽑고 했다. 그때는 지방 명문학교에서 서울 소재 대학에 많이 갔다. 지금은 평준화 자체를 되돌려야 한다는 문제는 아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점점 심화되는 것 같다. 경제적 격차나 문화 사회적 격차도 그렇지만 교육에서도 그런 것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부산대에서 오래 교편을 잡으셔서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난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지방의 교육 수장을 맡으시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이 드실 것 같다.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나.

실제로 답이 어렵다. 예를 들어서 우리 세대가 대학에 진학했던 1970년대 중반만 해도 부산대라고 하면 서울대 빼고 연고대를 갈까, 부산대를 갈까 할 정도로 몇 손가락 안에 들었다. 요즘 대학 평가지표가 적절한가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부산대는 15~16위 정도로 내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서울이 모든 것을 독점하다 보니까 서울 소재 대학은 다 서울대학이 되는 반면에 지방 소재 대학들은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커져서 대학도 떨어졌다고 본다. 중고등학교 교육도 서울과 지방간 격차가 커지면서 이전에는 입시제도의 틀도 있지만 지방에서 좋은 대학에 가서 나름대로 지위 상승을 할 수 있는 통로들이 열려 있었다면, 서울과 지방간 격차가 커지고 우리 사회 계층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의 사다리가 걷어차여 버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격차는 점점 커진다. 

평준화는 됐다고 하지만 실제 평준화를 허물어트리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특목고나 자사고다. 부산 지역의 경우에도 중학교에서 이미 최상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이미 다른 지역으로 상당수 빠져나간다. 그 학생들이 빠져나간 다음에도 지역에서는 특목고나 자사고로 간다. 나머지 일반고가 정말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면 평준화가 유지되는 것 같지만 평준화를 허무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고 평준화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일반고의 역량을 키워서 교육력을 높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애초에 특정한 목적으로 설립된 특목고나 자사고는 자기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고,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정비를 한 바탕에서 일반고의 역량을 키우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솔직히 아무리 노력해도 입시제도 자체가 지금처럼 대학 서열화를 하고 줄을 세우는 구조에서는 고등학교의 노력만으로는 교육 정상화가 어렵다고 본다. 

지난 번 교육감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 중 하나가 교육감들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크게 보면 세 가지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대학입시제도 개선방안을 연구해서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는 방안을 제시해서 교육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그런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으니까 교육감들이 연구비를 동원해서라도 제대로 된 입시제도 개선 방안을 제출해서 하나의 사회적인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는 교육과정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아래로 내려 보내는 틀은 교육을 굉장히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적인 교육과정 연구를 본격화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는 교과서 작업이다. 교과서도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만들어진 교과서들이 교육부 지침에 따라 만들고, 통과가 되면 검증을 받고 인증을 받는 구조다. 전반적으로 너무 어렵고, 너무 집필자 우선이다. 저도 교과서를 써봤지만 자기 전공을 다 집어넣다 보니까 양도 많아지고 어려워진다. 꼭 필요한 교과서이냐에 대해 굉장히 걱정이 많기 때문에 교과서 체계도 대안적인 모색을 해보자고 결정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교육부에서 이런 변화에 대한 자기 책임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지만 교육감협의회에서 재원을 마련해서라도 대안적인 방안들을 제안해서 교육부에 제출하자고 하고 있다.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것을 지방에서라도 준비된 교육감들이 뜻을 모아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것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면 교육부와 상당히 갈등이 생길 소지가 생기겠다.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지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 부산에서도 김석준 교육감께서 혁신학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상당히 정착된 지역도 있다. 부산은 어느 단계인가.

시작 단계다. 혁신학교와 유사한 초등학교가 한 곳 있기는 했다. 자율학교 범위에서 진행돼 왔던 것이다. 이번에 10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한다. 어제까지 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은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들이 모여서 집합연수를 열심히 했다. 그전에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서 상당히 분위기들이 마련된 것 같다. 올해에는 10개 학교가 학교다운 학교로 자리를 잡아가고, 이런 것이 주변에 전파돼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차적으로 10개 학교씩 확대해서 학교를 살릴 수 있고, 학교를 통해서 변화의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인터뷰를 준비하며 상당히 놀랐다. 부산 교육청이 작년에 전국 교육청 중에 첨령도가 꼴찌에서 2등이었다. 2015년에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들을 계획하고 계신지 또 바로 잡힐 것이라고 보시는지.

2011년부터 14등, 15등을 하고 있다. 제 중요한 공약 중 하나가 청렴도를 1급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일단 2013년보다 2계단이나 내려와서 저도 매우 당혹스럽다.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어제 교육청 전체 간부들이 모여서 서울의 한수구 전 정부합동복지부정신고센터장을 모셔서 특강도 듣고 내부의 개선방안에 대한 집중토론도 했다. 아시다시피 한번 떨어진 신뢰를 하루아침에 올리기는 어렵다. 강조했던 것은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선 학교와 교육과정 모두가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부정이나 비리가 있다 없다는 문제를 떠나서 교육 수요자에 대해서 교육 가족들이 제대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청렴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체적으로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자기 자녀의 입시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런 서로 다른 요구를 충족시키고, 그런 속에서 교육 전체가 새로워지고 바꿔내야 하실 것 같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입시가 교육에 대한 규정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고등학교가 학력 내지 입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입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중학교나 초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말 그대로 미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솔직히 시험 잘 풀고 점수 잘 받는 것은 대학에 들어갈 때에는 필요한 것이지만, 이 아이들이 대학을 나와 사회에 나와서는 그 능력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는 긍정적으로 답하기 정말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두 가지 대응을 같이 해야 한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여태까지 노하우나 축적된 것이 있어서 가지만, 일반고는 정체돼 있다. 일반고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 실제로 학부모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진학교육과 관련된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한편에서는 필요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미래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서 문예체 교육을 활성화하거나 수업 방식에 토의나 토론 방식을 도입해서 아이들이 협력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이렇게 가더라도 고등학교에 가면 또 벽에 부딪힐 수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서 창의적인 능력, 협동하는 능력, 함께 문제를 푸는 능력 등 미래 역량을 키워온 아이들은 수능으로 표현되는 학력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 당장은 대학입시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그것은 그것대로 필요한 맞춤형 대응을 해야 한다. 투 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

- 어떻게 보면 작년 선거에서 교육감에 좋은 분들이 많이 됐다. 수도권 자치단체장들 인터뷰도 많이 한다. 수도권 단체장의 경우는 민선5기에 좋은 분들이 많이 되셔서 민선6기에도 많이 재선이 됐다. 지역에서 많이 바뀌고 신뢰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치의 미래가 바로 지역에서 싹 틀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교육 쪽에서는 작년 선거를 계기로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학부모들이나 교사 등 교육 주체들이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실감하면 이후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책임도 클 것이다.

교육감들의 경우에도 강원도나 전남, 전북, 광주 분들은 재선을 했다. 진보 교육감이면서도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분들은 이번에 새로 됐다. 실제로 교육감협의회를 가서 봐도 그 분들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 분들의 고군분투가 있었기 때문에 진보 교육감들이 확대될 수 있었다. 저희들도 그런 책임감을 느낀다. 교육 영역에서도 새로운 문제의식과 접근 방식을 갖고 바꿔가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그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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