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20%대 지지율과 20대 총선, 새누리당의 선택은?

사진: 폴리뉴스 DB
▲ 사진: 폴리뉴스 DB
청와대가 23일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막을 올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가 PK(부산·경남) 이주영 의원(4선, 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과 TK(대구·경북) 유승민 의원(3선, 대구 동구을)의 양자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여기에 ‘신박(新박근혜)’ 이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친박핵심’ 홍문종(3선, 경기 의정부을)의원을 선택했고, ‘탈박(脫박근혜)’한 유 의원은 ‘비박’으로 분류되는 원유철(4선, 경기 평택갑) 의원과 짝을 이뤄 ‘친박’과 ‘비박’의 정면대결 구도 역시 완성됐다. 

이주영 의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낸 법조인 출신 정치인으로, 당초 계파색이 옅은 ‘비박’으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입각해 ‘세월호 참사’ 수습을 도맡았고,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신박(新박근혜)’으로 편입됐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료한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고, 지난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원조친박’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박 대통령과 멀어져 ‘탈박’ 혹은 ‘짤박(짤린친박)’으로 분류된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한 오는 2월 2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3년차 국정운영 방향과 현 청와대 우위의 당청관계 그리고 20대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 모두 출마선언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 성공’과 ‘20대 총선 승리’를 약속했다. 그렇지만 이 의원은 ‘소통과 화합’을 키워드로, 유 의원은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주영-홍문종 “‘쓴소리’보다 ‘옳은 소리’” vs 유승민-원유철 “당을 국정 중심에” 

이 의원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기자회견을 갖고 “당내에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내대표로서 소통과 화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면서 여권 내 결속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많은 분들이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나라에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우려도 한다”면서 “당을 혁신하고 당청이 힘을 합쳐야 한다. 쓴 소리가 필요하지만 쓴 소리보다 더 강한 것이 바로 ‘옳은 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의 운명을 가르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공정한 무게 중심추가 되어 합리적 조정자가 되겠다”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감동정치의 견인차가 되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런닝파트너인 홍문종 의원도 28일 “국민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지만 우리에게 더 이상 시간이 없다”면서 “새누리당과 우리가 만든 박근혜 정부의 치어리더를 자임하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정책위의장 출마의 변을 밝혔다. 

홍 의원 역시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여의도와 청와대를 잇는 다리를 불사르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며 “쓴소리보다 되는 소리, 청와대와 여의도가 이 모든 것을 공동 책임지고 하나가 돼야 돌파한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당청관계를 강조했다. 

반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기자회견을 가진 유승민 의원은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면서 더 이상 당이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는 없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새누리당이 성공하는 것”이라면서도 “안타깝지만 지난 2년간 대통령과 정부는 성공의 길을 걷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원내대표로 선출해주면 당을 정치의 중심에,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면서 “변화냐 정체냐, 선택의 순간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짝을 이룬 원유철 의원도 28일 “민심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당이 중심에 서야 한다”며 “유승민-원유철 조합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원하는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시작”이라고 유 의원을 거들었다.

원 의원은 “지역 편중을 탈피하고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돼 모든 국민의 마음을 담아 내년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 의원과 힘을 모으겠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당·정·청 관계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불가의 팽팽한 맞대결, 승부의 향방은 朴대통령과 20대 총선에 

일단 두 후보가 ‘친박’과 ‘비박’이라는 명확한 전선을 구축했고,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당청관계에 명확한 변화가 올 것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지만, 두 후보의 승부를 단순히 친박-비박의 계파적 틀에서 바라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먼저 이주영 의원은 이번에는 ‘친박’진영을 대표하게 됐지만, 과거 ‘친박’계 의원들에게 밀려 두 차례나 원내대표 경선에서 좌절한 ‘비박’계 의원이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원조친박’이었지만, 지금은 김무성 대표와 함께 ‘청와대 문건유출 K·Y배후설’의 주인공이 되는 등 ‘비박’으로 분류돼, 어떤 면에서 양자 모두 친박계와 비박계 의원들에게 표를 호소할 여지가 있다. 

또한 두 의원이 각각 PK와 TK를 대표하는 상황이 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PK인 이 의원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참된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아 친박계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김무성 대표 역시 PK인 상황에서 당 서열 1, 2위를 모두 PK에 몰아줄 선택을 의원들이 할지는 미지수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TK로 지역 내 ‘포스트 박근혜’로 손꼽힌다. 그러나 과거 ‘공천학살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이 ‘K·Y’(김무성, 유승민)에게 당권을 몰아줄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두 후보의 인물경쟁력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승부의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최근 급락한 지지율이 ‘월말정산 파동’ 등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의 신호탄인지에 대한 의원들의 판단에 승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있는 권력’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3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당과 지지율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그 중심에는 박 대통령 특유의 타협하지 않는 ‘소신’ 혹은 ‘불통’의 통치스타일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영 의원의 주장대로 청와대에 ‘옳은 소리’를 해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낼지, 아니면 유승민 의원의 말처럼 ‘당이 중심’이 돼 청와대를 리드해 나갈지, 20대 총선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7일 ‘리얼미터’의 발표에 의하면 26~27일 양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날보다 0.4%p 떨어진 29.7%를 기록하면서 취임 후 최초로 20%대로 추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날보다 0.6%p 높아진 62.6%를 기록하면서 또다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35.4%로 전날보다 불과 0.1%p 빠졌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전날보다 2.0%p 추가로 상승, 29.6%를 기록하면서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5.8%p로 크게 좁혀졌다. 

양당 간 격차가 이처럼 좁혀진 것은 새정치연합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게 실망한 무당파 민심이 야당 지지세로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를 혼합해 조사했다.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은 19.0%, 자동응답 방식은 8.1%로,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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