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나은 환경서 맞춤형 수업 통해 미래에 대한 꿈의 씨앗 품도록 하겠다”

민병희 강원교육감 (사진=이은재 기자)
▲ 민병희 강원교육감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2월 17일 민병희 강원교육감을 모시고 인터뷰를 가졌다. 민병희 교육감은 강원도가 지역은 넓고 인구는 적지만 교육환경은 나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선진교육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쟁력을 살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집단의 경쟁력, 나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희 교육감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 불평등 구조 문제가 해결돼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병희 교육감은 재선 교육감으로 목표를 교실복지로 잡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수업복지, 시설복지, 진로복지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맞춤형 수업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고 미래에 대한 꿈의 씨앗을 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교육감은 강원도가 서울에서 1시간 권역으로 수도권의 일원이라고 말하면서 수도권 교육감들과 교류를 통해 상생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원도 정서에 비추어 상당히 진보적인 교육감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지난 6.4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어떤 점이 평가를 받았다고 보나.

강원도가 지사와 교육감 빼고는 보수적이다.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도의원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거의 그렇다.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진보라는 말을 쓰면 아닌 쪽을 퇴보라고 써야 하는데 기분이 나쁠 것이다. 보수의 반대 개념은 혁신이다. 구분을 하자면 혁신과 보수가 맞는 표현 같다. 혁신, 보수가 다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훌륭한 가치는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하니까 보수를 해야 한다. 또 가치가 변질돼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새로 개혁을 해야 하니까 혁신도 필요하다.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지난 선거 때 저는 ‘98.1%’를 내세웠다. 98.1%는 지난 4년 공약이행률이다. 약속을 지킨 교육감이라고 강조하고 다녔다. 약속을 지킨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본다. 약속을 지킨 것 중에 굵직한 것들이 있었다. 강원도민들의 오랜 숙원인 평준화라든지, 무상급식이라든지,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게 하는 교육행정사업 도입, 비정규직의 안정화 등을 해냈다. 그런 것을 포함해 약속을 지킨 교육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것을 좋게 봐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지난 선거를 되돌아보면, 다른 지역에서도 혁신적인 분들이 많이 됐다. 보수 쪽 진영 후보가 나뉘어서 된 지역이 많다. 강원도에서는 보수가 단일화돼서 일대일로 정면승부를 했는데도 승리한 것이라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선거 중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어서 가슴 아픈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께서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안전을 굉장히 강조했다. 지금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안전은 일상을 깨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침에 집에서 푹 자고 아침밥을 먹고 편안하게 등교해서 아이들과 더불어서 수업을 받고 학교생활을 한다. 체험학습을 하고, 스포츠와 동아리 활동을 한다. 학교생활을 마치고 다시 귀가할 때까지 일상이 깨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는 즐겁고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게 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본질대로 가야 한다. 교육이 본질대로 가서 아이들끼리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은 자신과만 하고 다른 아이들과는 협력하고 화합하면서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면 안전이 깨지지 않는다. 물론 행정적으로는 안전과가 있고, 또 그런 안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계획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들까지도 학교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 교육감 선거의 결과에 대해 기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강원도, 광주와 전라남북도 쪽은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재선이 돼서 이번에는 책임감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시각을 어떻게 불식시키고, 또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에는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 그 큰 방향을 어떻게 잡고 계신가?

지난해 6․4 지방선거는 큰 혁명이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바뀐 것보다 교육의 큰 방향을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이기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앵그리 맘들이 더 이상 이런 교육으로는 안 되겠다는 표심도 작용했다고 본다. 또 한가지는 스칸디나비안 맘이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교육을 통해 개인의 경쟁력이 아니라 집단의 경쟁력, 나라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교육 선진국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합해져서 민들레 홀씨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1기 때 했던 것에 대한 평가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일치단결해서 우리 교육을 선진국 수준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우려하는 분들은 혹시나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게으르게 하지 않을까’, ‘이념적 편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하면서 교육 주체인 학생들과 학부모들, 주민들 뜻에 어긋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분들에게 비판을 크게 받은 적이 없다.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 불평등 구조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 함께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 일선 교사로 시작해서 전교조 운동에도 참여하고 해직을 당하는 아픔도 맛봤다. 지금은 강원도 교육의 수장이 되셨다. 교육운동의 한 길을 걸어오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과 보람된 일이 있으셨다면 말씀해 달라.

어려웠던 점은 해직되고 거리의 교사가 된 것을 이념의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가진 자와 기득권자들의 편향적 시선과 언론 보도에 의해 곡해해서 바라보는 시선들을 견디기 어려웠다. 해직의 고통이라고 하는데 당시에 마음은 오히려 떳떳했다. 내가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하지 않고 각서를 쓴다든지 해서 현장에 남아있었다면 해직의 고통을 맛보지는 않을 수 있었겠지만 심적인 부담은 더 컸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심정적으로는 편안했다. 이후 우리 교육의 본질과 올바른 방향을 찾자고 하다보니까 제도권 교육에 들어가서 교육위원회 활동도 했다. 교육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집행 권력을 갖지 못하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교육감에도 도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의 길이지만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 2기 교육감을 맡으면서 청사진으로 수업 복지, 진로 복지, 시설 복지를 꼽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 달라.

교실 복지는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하면서 썼다. 이듬해에 의회 시정연설에서도 썼다. 교실복지는 다른 곳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말이다. 교실복지는 한 선생님이 여러 명의 아이들을 놓고 주입식, 암기식으로 자기 진도에 맞춰 나가는 방식에서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취 속도가 다 다르다. 늦게 배우는 아이들은 자칫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다. 복지라는 개념에는 소극적 복지의 개념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준다는 개념이 있다. 적극적 복지의 개념은 한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인간성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 인간에게 교육을 시켜줄 의무는 국가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무적으로 무상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있다. 적극적 복지의 개념과 결합해 교실 복지라고 했다. 세 꼭지가 있다. 하나가 바로 수업복지다. 수업을 즐겁고 흥미있게 하고 평가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아까 선생님의 진도 얘기를 했다. 어떻게 하면 개별적으로 다른 성취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까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수업복지다. 또 하나는 시설복지다. 시설도 교육의 한 부분이고 복지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존 학교들의 주변 환경이 너무 어둡다. 이것을 바꾸어서 자기 공부방 같은 감수성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 학교폭력 예방 디자인을 통해 학교에 들어가면 아늑하다는 정서적인 느낌을 주자는 것이다. 그것이 시설 복지다. 또 하나는 진로복지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 가슴에 씨앗을 품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 주도적으로 사유하고 학습을 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게 된다. 전국 최초로 강원진로교육원을 설립한다. 다른 이름을 ‘씨앗 드림터’라고 오늘 결정했다. 씨앗을 품게 하자는 것이다. 씨앗을 가슴에 품도록 해드리겠다는 것이다. ‘드림’은 꿈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공모를 했는데 좋은 응모작이 없어서, 그런 의미를 담아서 제가 지었다. 그것이 바로 교실복지다. 교실은 우리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자기 진로를 정하도록 하자는 의미다.

- 1기 교육행정 공약 이행률이 굉장히 높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침 최문순 강원지사와 나란히 매니페스토 대상을 수상했다. 이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고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높은 공약 이행률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고 매니페스토 대상을 수상한 것은 어떤 내용이었는가.

교육감을 맡고 처음 1년이 지난 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소양강에서 겨울에 피는 눈꽃에 비유했다. 그만큼 아주 가슴이 시렸다. 평준화도 교육부에서 개정을 해주면 될 것을 미루면서 안 해주다가 시도의회로 조례를 넘겼다. 시도의회에서도 교육위원들이 반대를 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것을 이겨내고 마침내 평준화를 이뤄냈다. 의회에서의 견제라든지 교육부에서의 훼방을 무릅쓰고 시기를 늦추든 어떻게든 해서 다 해냈다. 오히려 성취감이 남다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어쨌든 처음에 교육감이 됐을 때, 교장 선생님들 중에 상당수가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식으로 냉소적이었던 분들이 이제는 제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한길로 가니까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되겠는데’, ‘되는구나’에서 나중에는 ‘함께 하자’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니까 학교현장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같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려웠지만 그렇게 해낸 결과였다고 본다.

-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전국에서 강원도가 상당히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조건이지 않을까 싶다. 전국 처음으로 고교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하고 추진했다가 시의회와 예산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지금까지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1기 때도 그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다른 지역 교육감보다는 마찰이나 갈등이 자주 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추진을 해서 성취할 수 있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약을 하셨던 만큼 향후 추진할 의향이 있나.

어디에 가면 ‘저 멀리 강원도에서 오셨다’고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까지 한 시간이 안 걸린다. 물론 도민 인구는 전국 3%인데 땅은 넓지만 사람 수는 그렇다. 그런 것으로 보면 강원도가 지닌 힘이 약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강원도의 장점이 될 수가 있다. 아이들의 심성이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이점이 있다. 의무급식도 서울이나 경기도는 학생 수가 많아서 전체 예산 범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우리보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리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조금 더 지출을 해도 다른 곳에서 조금 더 아끼고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면 충분히 편성이 가능하다. 돈의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다 됐는데 이상하게 다시 본회의에서 부결돼서 못하고 있다. 현재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 고등학교 중 특성화 고등학교와 작은 고등학교까지는 다 한다. 다만 큰 도시의 일정 규모 이상의 일반 고등학교를 못하고 있다. 올해 다시 개정할 것이다. 의원들을 잘 설득하고 설명해서 올해 모든 학생들에게 모두를 위한 교육을 하고, 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이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

- 그것이 교육감님이 말씀하신 선진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한 것 같다. 민선 2기 취임 후 인터뷰 자료를 보니까, 도내 18개 시군을 순회하면서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학부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주체들과 이런 소통을 지속할 생각인가. 학부모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 연말 쯤에 18개 시군을 다니며 학부모들과 만나서 1시간에서 2시간 넘게 계속 대화를 나눴다. 소통은 뚫을 소(疏)자다. 막힌 벽을 뚫어야 통(通)한다. 계속 대화를 하면서, 학부모들이 오해하면서 질문을 하는 게 있으면 그것은 교육적으로 이렇다고 설명을 하면 ‘아, 그렇군요’라고 했다. 초등학교는 행복성장평가제를 한다. 일제고사식 시험을 보지 않고 가르친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에게 수시로 성적에 관계없이 평가를 한다. 아이들은 평가를 받는지 모르고 평가를 받는다. 즐겁게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일일이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니까 매우 어렵다.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등수를 모르니까 궁금하고 답답해하신다. 그것에 대한 질문이 많다. 그런 질문에 대해 저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합니까. 행복하게 합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즐겁게 한다’고 한다. ‘그러면 된 거 아닙니까. 우리 아이가 성취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보면 되지 왜 다른 아이와 비교하려고 합니까’라고 한다. 그러면 ‘아, 그렇군요’라고 한다. 강원도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아이들이 올라가서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아이들, 학부모,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 대부분 교육청들이 같은 과제나 압박을 받고 있다. 연말 예산처리 과정에서 누리과정과 관련해 교육재정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현안이 됐다. 지역마다 교육청의 재정압박이 심하다. 어떤 해결 방안이 있다고 보시나. 

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서 지난해 중반부터 교육감들이 중앙 정부에 ‘세수 확보를 확실히 하라.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파탄이 난다’고 몇 번씩 얘기를 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전혀 대책이 없었다. 누리과정은 유치원에 있는 것도 있고, 어린이집에 있는 것도 있다. 유치원 교육과 보육이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만 부담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책임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시도에 다 있다. 시도에서 다시 시군으로 내려간다. 그 계통으로 정부에서부터 세수 확보를 해서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고 우리에게 떠넘긴 것이다. 우리는 일반 초중등에 써야 할 재정을 떼서 도로 전출해줘야 한다. 집행도 못한다. 아무런 권한이 없다. 한 학교당 교육경비에서 1억원 이상 씩을 떼서 다시 줘야 한다. 그 정도 규모의 돈이다. 현재 이것은 명백히 법률 위법이다. 위법인 것을 하라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현재 국고에서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을 3개월 이상 정도는 예산 편성을 해뒀다. 그 이후가 문제인 것 같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하든 어쨌든 올해 긴급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보육대란이 발생할 거 같아 안타깝다.

- 지금 중앙정부에서 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교부금도 실정에 맞지 않게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부금이 내국세의 20.27%로 되어 있는데 25.27%로 최소한 5%p 이상 인상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한다. 다른 부분은 계속 증가해왔는데, 교육 예산은 계속 정체 내지 감소가 돼 왔다. 올해도 그렇다. 감소됐다. 학생 수가 감소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학생 수는 줄어도 학급 수와 교사 수는 늘고 있다. 비정규직도 많이 생긴다. 물가 인상에 의해 소요되는 부분도 많다. 재정 문제는 국가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교부해줬으면 좋겠다.  

- 교육부나 중앙정부와 일선 교육청의 갈등이나 대립 양상이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직선제가 이제 두 번째이다. 폐지 주장은 이번에만 나온 것이 아니다. 첫 번째 때도 몇 달 만에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고로 그랬는지, 시작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아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예전에도 끊임없이 나왔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교육감 선거가 임명제에서 시도의회 간선제를 거치고, 운영위원장들이 뽑는 선거를 거쳐서 운영위원회 감사를 거쳤는데 계속 문제점이 생겼고 비민주주의적인 문제들이 지적이 되어서 직선으로 하자고 해서 된 것이다. 두 번째 직선을 거치면서 혁신적인 교육감들도 많이 생기고, 교육에 관한 화두가 바뀌었다. 지난 선거는 교육을 더 이상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교육의 근본을 바꾸기 위한 투표 혁명이었다. 이것을 보고 다시 간선제나 임명제로 바꾸자고 하는 측은 그분들이 보기에는 불편한 것이다. 그분들의 말을 따르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다. 그분들의 말이 옳지 않기 때문에 따르지 않는 것이다. 바꾸자고 하면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런닝메이트 등은 현재 헌법과 불합치하고 정치적 중립성에도 어긋난다. 매번 나왔다가 들어가는 말인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 6․4 지방선거에서 선진국형 교육복지를 얘기했다. 강원도는 지역 내부적으로 편차가 있는 것 같다.  지역마다 교육에서 부딪히는 현안이나 문제들이 조금은 다를 것 같다. 피상적으로 봐서 그런지, 실체는 어떤가. 선진국형 교육복지를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강원도에 있는 도심은 교육 인프라 등에서 서울에 있는 도심과 많은 차이가 있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도심인 춘천, 원주, 강릉 지역 외의 다른 시골은 더 편차가 있다. 그로 인한 학력 격차도 있다. 예전에도 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극복할 수 없다. 학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학력이라는 개념을 지금처럼 일제고사형으로 봐서 수치화, 개념화해서 그것에 대한 차이만 인정할 것인가. 학력이라는 개념 속에는 정의적 영역, 인간 됨됨이가 있다. 그것을 따진다면 지금 떨어진다고 하는 지역의 아이들이 더 훌륭한 교육의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렇게만 바라보지 말자. 각각이 지닌 특성을 잘 살려서 훌륭한 사람들로 키우면 된다. 하버드대 총장이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든다기보다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고 했다. 목수라고 표현하니까 우리 사회에서 금방 와닿지 않는데 교육은 사람을 검사로 만든다기보다는 검사를 사람을 만든다고 하면 조금은 쉽게 와닿을 것이다. 검사나 의사, 대통령 등 자리에 대한 성취나 계층 상승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그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의 결과라는 것이 도농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도 시골 출신이다. 강원도가 올바른 교육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서열의 상위층으로 올라가는데, 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 의지를 갖고 교육을 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 강원도는 오히려 서울, 경기 수도권보다 인구, 학생 수가 적어서 선진국형으로 다가가는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가 먼저 앞서가면서 할테니 다른 지역들도 따라오라고 하려고 한다.

- 어제도 수도권 교육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교류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있다. 소득 편차도 분명히 존재하고, 교육에서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입시에서의 편차는 분명히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도 학부모들로부터 그런 것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제 그런 문제에 대해 어떤 방안들이 논의됐나.

어제 이 자리에서 수도권,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네 지역 교육감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얘기해보자고 해서 몇 가지를 얘기했다. 그중에 딱 하나만 얘기해보자면 감사를 교체해서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자기 지역을 감사하면 ‘솜방망이다’, ‘봐주기이다’는 얘기를 한다. 강원도가 경기도에 가서, 경기도가 강원도에 와서 감사를 하면 신뢰를 많이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연수도 같이 해보자. 교직원휴양소도 같이 이용하자. 강원도의 체험학습시설을 같이 이용하자. 산촌 유학을 오라는 얘기도 했다. 수월성 교육은 영어로 엑셀런스다. 수월이라는 말은 사전에 없다. 외국어로서 엑셀런스를 번역하면 우월성이라는 것은 있다. 우월성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우월반이라고 편성하면 싫어하고 수준별이라고 하면 좋아한다. 사실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우월 대신 수월성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각 개인마다 수월성이 있다. 어떤 아이는 이 부분이 수월하고, 어떤 아이는 다른 부분이 수월하다. 이것을 똑같은 잣대로 일렬로 세워서 이것이 수월성이라고 하는 것은 실패이다. 각 개인마다의 수월성을 찾아서 그곳에 가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수월성이다.

- 지방 같은 경우에는 취업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에서도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자녀들을 많이 진학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욕구도 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우리가 진로 교육을 지금 감수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진로를 정하게 하자, 씨앗을 품게 하자. 그러면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인문계로 갈지, 특성화고로 갈지 이미 정해서 가는 것이다. 특성화고가 예전에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데 그게 아니라 꿈을 찾아가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곳이라고 인식하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해줘야 한다. 특성화고에 가서 취업을 잘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임금 문제라든지 사회적인 문제가 같이 해결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진로교육이 이뤄진다. 강원도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아주 형편없었다가 점점 높아져서 44%까지 갔다. 절반에 못 미치는 아이들이 취업을 한다. 이것을 해마다 10%씩 올리자고 했다. 2018년에는 7080, 70% 취업률과 80% 취업유지율 정책으로 취업지도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성화고가 그런 진로지도의 올바른 산물로 갔으면 좋겠다.

- 현장 교사 출신이다.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신년사에서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표현은 민선 1기 당선 후 한 달 정도 인수위를 꾸렸는데, 최고 슬로건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고 계속 토론하다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 슬로건을 결정한 뒤 얼마 후에 보니까 유네스코에서도 세계적으로 ‘에듀케이션 포 올’을 내세웠다. 똑같다. 그것도 모두를 위한 교육이다. ‘누가 보면 따라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한 달 동안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다가 한 것이라 ‘우리가 틀리지 않았구나. 맞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말한 것이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앞서가는 아이들대로 그것에 맞는 교육, 늦게 깨우친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 맞게 하는 교육이다. 수우미양가의 원래 뜻이 수우는 엑셀런스이고, 미는 아름다울 미(美)자를 쓴다. 아름다운 점수라는 것이다. 양가가 중요하다. 양가 받으면 양가집 규수라고 놀림을 받고 했는데, 가는 가능성이다. ‘너는 지금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기다릴게’라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다. 이게 왜 변질됐나. 여기에 점수를 부여해서 한 줄로 세웠다. 양이나 가를 받으면 ‘너는 공부해. 너는 가능성이 있어’라고 기다리고 격려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는 왜 양이나 가 밖에 받지 못했어. 너는 실패자이고 낙오자야’라고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 인터뷰하려고 오면서 검색을 해보니 이번에 파격적인 인사를 했다는 보도를 봤다. 그동안에는 초등학교 쪽에서 교육국장을 했는데, 어느 쪽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중학교 쪽에서 하고 젊은 사람들을 많이 하는 인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인사의 취지는 무엇인가.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되나.

초등학교 출신 교육감이 있을 때에는 중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중등 출신을 국장으로 모셨고, 저는 중등 출신이라서 초등 출신을 국장으로 임용했었다. 가급적, 이왕이면, 같은 값이면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렇더라도 그런 도식적인 것으로만 하지 말자, 사람을 보고 하자는 것이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저를 대신해서 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흐름을 갖고 있고, 교육철학이 뚜렷하고 강원 교육의 미래를 향한 같은 정책과 같은 길을 갈 수 있고, 의회를 잘 존중하면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마땅하다. 초등이든, 중등이든 그런 능력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자는 의미이다. 또, 교육장이나 과장을 발탁할 때도 다 떠나서 사람만 보자는 것이다. 출신, 성별 안배도 좋지만 우선 사람을 보자고 해서 사람만 보고 인사를 한 결과이다.

- 어떻게 보면 민선 2기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것으로 보인다. 2기까지 하면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교육의 청사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그때 강원 교육이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이라고 보나.

하나는 제일 관행을 깨기 힘든 게 학교 현장이다. 제일 바꾸기 힘든 것이 교육 현장이다. 고정관념을 깨기 힘들다. 그것을 어느 정도 깨는 게 1기였다면 2기부터는 그것을 어느 정도 정착시켜 가야 한다. 또 한 측면에서는 ‘1년을 보고 농사를 짓고 10년을 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보고 교육을 하라’고 하는데 100년까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20년은 바라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느 정도 정책이 실행되어서 안정되려면 같은 정책을 최소한 20년 동안 유지해야 한다. 핀란드가 그렇다. 핀란드의 교육정책 중에 보통학교 정책이 있다. 핀란드도 규정학교, 평균학교가 있었는데 그것을 깨고 누구나 같이 갈 수 있는 보통학교를 만들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그 정책을 바꾸지 말자고 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들어서서 20년 동안 꾸준히 해서 성공했다. 우리도 이것을 변화시켜서 20년만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제대로 될 것 같다.

- 바람대로 우리 교육이 새로운 모습을 바로 서서 상당기간 지속돼 뿌리도 튼튼히 되고 변화의 열매도 맺기를 바란다. 그동안 어려운 조건에서 애써왔는데 큰 성취가 있기를 기대하겠다.

혼자 꾸면 한낱 꿈이지만 모두가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폴리뉴스를 보시는 분들도 교육 선진국을 위해 함께 꿈을 꿔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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