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최대 분수령…文 ‘정치력’이 관건

사진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 사진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9일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은 적잖은 의미를 담은 그의 정치적 승부수였다. 그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함께 당선된 최고위원을 비롯해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소속 의원들과 현충원을 참배했다.

문 대표는 이전에 전대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라고 못 박은 바 있지만, 그간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였다. 

하지만 현재 문 대표에게 총선을 겨냥한 외연확장이 당면과제다. 문 대표는 과거사, 특히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 문제를 어떻게든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박 대통령 지지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겨냥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는 좋은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격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의 성인 10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5%의 인원이 문재인 대표의 묘역 참배를 잘한 일로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12%였고 23%는 응답을 거절했다.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중도층의 지지를 겨냥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문 대표의 외연 확장은 단순히 묘역 참배에만 그치지 않았다. 

文의 경제단체 방문, ‘경제정당’으로의 변화 시도 ‘본격화’ 

문 대표는 취임 후 처음 방문하는 경제단체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선택했다. 문 대표는 13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박용만 회장과의 만남에서 “실제로 우리가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려면 우리가 좋은 정책대안들을 많이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우리가 경제계 쪽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간 우리 당과 경제계 사이의 대화들이 단편적으로 있었다”며 “이제는 정례적이라 할 정도로 자주 만남을 갖자”고 말해 경제계와의 적극적 소통을 약속했다. 

이는 취임 이후 첫 경제단체 관계자들과의 회동으로 2·8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공약한 ‘경제정당’으로의 변화 시도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에 적대적이라는 일각의 인상을 불식하고 경제·민생 정책에 대안을 내놓는 모습을 부각해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는 행보이다. 

문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경제 문제에서도 균형잡힌 모습을 부각시켜 보수층의 불안감을 덜어내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 당시 부딪힌 ‘48%의 지지’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날 함께 있었던 일정 중에 50대 가장들과의 ‘타운홀 미팅’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 역시 중도층을 포용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일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50대는 20~30대에 비해 야당 지지 성향이 약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연말정산 사태를 주제로 직장인들과 대화하면서 연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민생 챙기기’로 정부와 차별화하는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 사진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文의 ‘노심
(老心) 잡기’, ‘효도정당’ 탄생의 신호탄? 

문 대표의 외연 확장은 이것만이 아니다. 문 대표는 1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중앙회를 방문, 노인 정책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르신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들”이라며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 두 가지를 모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어르신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우리나라를 세계적으로 우뚝설 수 있는 나라로 발전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저희가 야당이 된 이후 여러모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당이 어르신들을 정말 제대로 모시는 그런 ‘효도 정당’이 되도록 각별하게 노력을 기울이겠다. 저도 효도하는 정치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 대표의 정성에 노인회도 문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적극 협조해줘서 저희들 조직이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문 대표와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국회에서 대한민국을 좋은나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주셨음 감사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표는 17일에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배식봉사를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센터에서 40여분간 800인분의 식사를 배식하며 장노년층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명절을 명절답게 보낼 수 없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며 “세월호 유가족분들처럼 명절이 오히려 더 아픈 분들과 소외된 어르신들과 외롭게 명절을 보내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분들과 우리가 정을 좀 더 나누는 따뜻한 명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이른바 ‘노심(老心) 잡기’를 통한 중도 포섭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취임 이후 잇따라 노인 관련 단체를 방문하며 야당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장노년층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대한상공회의소 방문, 대한노인회 방문 등이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의 이런 행보 때문인지, 당과 자신의 지지율은 지난 8일 전당대회 이후 ‘문재인 컨벤션 효과’와 겹쳐 상승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2월 3주차 조사에서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3%포인트 상승한 27.5%를 기록했다. 문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1월1주차부터 7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2.0%포인트 상승한 33.8%로 나타났다. 

이번 집계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2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4·29 재보선, 文 ‘정치력’ 보여줄 무대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국민의 짧은 기대감으로 그칠 지, 아니면 대안정당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지는 4·29 재보선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은 올해 유일한 선거로, 내년 총선국면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다. 

하지만 현재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재보선이 여당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데다 정의당과 국민모임이 단일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표 분산 우려도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지역밀착형 후보를 조기에 공천하는 등 재보선 승리공식을 착착 밟아나가고 있는 상태다. 

더군다나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 친노 인사이기 때문에 이들이 후보로 나설 경우 문 대표는 바로 친노 공천이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공천 문제가 다시 드러나는 것이기에 과연 이것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문 대표가 난관을 뚫고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며 확실한 미래권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이번 재보선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