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게 혹은 과거에게, 사상이 자유롭고 인간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서로 고립되어 살지 않는 시대에게. 획일성의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축복이 있기를.” <동물농장>과 스페인 내전 참여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역작 <1984>에 나오는 말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빅 브라더가 모든 것을 감시하는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 세계의 언어와 제도조차도 논리적으로 서술함으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세상을 완전하게 문학적으로 구축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로 오마쥬하기도 한 <1984>는 일종의 풍자이다. 이런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5년 우리의 현실은 조지 오웰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빅 브라더 대신 우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웹 브라더’이지 않을까. 지난해 카드사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웹을 통한 개인정보 노출, ‘웹 브라더 시대’의 도래는 결코 쉽게 보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올해 2월 메리츠화재의 고객 상담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해커들에게 유출됐으며, 국내 모 리조트 업체의 이용객 명단에 포함된 박근혜 대통령 주민등록번호 등의 검색도 구글에서 가능했다. 서울YMCA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경품행사를 하며 얻은 고객정보를 판매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와 국내 유명인사들의 개인정보 검색이 가능했던 이유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52년 2월 2일, 박근혜’라는 박 대통령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면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 풀 13자리 검색이 모두 가능했다. 이 정보는 국내 한 리조트에서 2000~2002년 이용객 정보를 관리해둔 것이었다. 이 리조트는 한 IT업체에 고객관리 전산 시스템 구축을 맡겼다. 이 파일이 저장된 곳은 여러 명이 네트워크를 통해 파일 공유가 가능한 FTP 서버였다. 2010년 구글은 FTP 서버까지 검색이 가능하도록 검색엔진을 강화했고, 이 업체는 FTP 서버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아 익명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권이 경영진을 중심으로 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 보안 인력을 충원하는 등 내부 통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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