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현실 모르는 정부..국민은 고달프다

[폴리뉴스 김종화 기자] 정부가 괜찮다, 괜찮다 하는데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괜찮지 않다. 저물가 상황인데도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은 계속되고, 기업들의 실적은 괜찮은데 고용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우선 물가.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35(2011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상승하는데 그쳤다. 15년7개월만에 최저치다. 담배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다.

흔히 물가가 덜 올랐으면 서민들이 살기 편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가가 적정선으로 오르지 않으면 기업활동의 위축과 고용불안, 내수침체 등의 사이클이 이어져서 경기 전반의 상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집세와 사교육비 등은 오히려 크게 올랐기 때문에 서민들의 아우성은 더한 것. 

전세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올랐고, 월세는 0.4% 상승했다. 중학생 학원비는 같은 기간 2.9%, 고등학생 학원비는 3.4%나 폭등했다. 주류와 담배 49.6%,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1.6%, 음식과 숙박 1.6%, 의류와 신발 1.8% 등 생활밀접 품목의 물가는 거의 다 올랐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통계지표를 들이대며 "우리 경제는 이상없다", "아직은 비상수단을 강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외쳐봐야 국민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부에 대한 불신만 쌓여가는 꼴이다.

고용의 질도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운 통계수치는 화려하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수는 53만명이 늘었고, 고용률은 사상 최고인 65%를 돌파했다.

 

꼼꼼히 살펴보면 질적으로 형편이 없다. 지난 1월 전체 실업률은 3.8%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고,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로 0.5%포인트 상승했다. 청년 10중 1명은 백수인 시대가 본격화됐다.

문제는 청년실업 뿐 아니다.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각종 세제혜택과 규제개혁, 최근 몇년간 법인세 동결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대기업을 지원했다. 그 덕분에 실적방어에 선방한 대기업들이지만 불안한 경영환경 등을 이유로 무자비한 감원을 감행하면서 청년백수에 이어 중장년백수도 함께 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SKC 등은 매출과 이익이 늘었는데도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감원을 단행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런식으로 백수가 된 사람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에서만 2만명이 넘는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기대하던 낙수효과가 나타날 리 없다. 내수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도 내수부진의 이유에 대해 가계부채 부담과 실질임금 정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3일 내놓은 `경제동향·이슈`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고용률 상승, 최저생계비 인상, 유가하락 등 가계가 소비할 여력이 많았음에도 전년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2013년 2.0%보다 0.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예산정책서는 지난해 1~3분기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2년 3.1%, 2013년 2.5%보다 낮은 0.7%에 불과했고, 취업자수가 늘었지만 소비할 만큼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가계대출 증가로 원리금 상환규모가 늘어나 소비할 수 있는 여력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비판은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광명을)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값 폭등이 경기침체의 주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높은 전세가를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받아 매매시장으로 내몰린 서민과 중산층은 오른 주거비, 담보대출 이자를 감당하다보니 속옷도 못 사입고, 외식비까지 줄여서 골목경제, 서민경제가 얼어붙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거래량이 늘었다.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착각하고 좋아하고 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제전문가들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실물지표에만 의지해 경제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접어들기 직전의 단계와 흡사하다"고 우려했다. / 김종화 기자 justi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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