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소멸시효’ VS 보험가입자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지난해 ING생명을 비롯해 국내 15개 생명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진 이후 최근 법원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첫 판결을 냈으나, 보험사가 법원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어서 지리한 법정다툼이 예고 됐다.

당초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재해보험금 지급 약관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에 따라 소송의 승패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험업계서는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험사 측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주장’과 보험가입자 측의 ‘부당이득 주장’의 법적다툼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자살보험금 분쟁의 새로운 국면을 전망했다.

■ 보험사, 약관규정 아닌 ‘소멸시효’

5일 보험업계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사건의 법적 다툼이 약관의 해석이 아닌 ‘소멸시효’와 부‘당이득반환’ 등의 법리싸움을 예상했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행사를 일정기간하지 않으면 권리소멸의 효과를 생기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상법규정상 보험금 청구권, 보험료 또는 적립금의 반환청구권은 3년간, 보험료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개정법안이 공포된 후 1년이 경과한 때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시행 전까지는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는 아직까지 2년이다.

이 같은 법적논리라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한 자살보험상품의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는 이미 완성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단, 보험사마다 상품판매기간이 다르고 가입 상품이 다를 수 있어 소멸시효기한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자살재해보험 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2011년에 자살을 했다면 이 사람은 2013년 이내에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2013년이 지나게 되면 2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보험금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다시말해 보험금지급사유가 언제 발생했느냐에 따라 보험사는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약관상의 해석 쟁점은 법정싸움에서도 소비자와 보험사간의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법정싸움으로 간 이상 보험사가 먼저 내세울 법리가 소멸시효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법리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피해자 ‘부당이득반환청구’로 ‘소멸시효 주장’ 배척할 수도

반면 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대로 보험금을 청구할 기한이 지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부당이득반환청구란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하게 재산적 이익을 얻고 이로 말미암아 타인에게 손해를 준 자에 대해 그 이득의 반환을 명하는 제도다.

즉 보험사가 보험약관규정에도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부당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원인이 되는 행위(자살면책기간이 지난 시점부터)가 발생한 시점 부터 10년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보험사의 보험금청구소멸시효에 맞서 주장할 수가 있다.

손해사정업계 한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한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주장한다면 피해자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과 보험사 중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주목된다며”면서 “법원의 최종판단이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보험사들이 이번 사건을 총력전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 윤은식 기자 eunsik8009@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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