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격 될 가능성 커”, “표 분산돼도 野 이길 수 있는 지역”

사진 출처 국민모임 홈페이지
▲ 사진 출처 국민모임 홈페이지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진보정당 창당을 표방하는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고민 끝에 결국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 카드를 선택했다.

정 전 장관은 30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악을 선거는 중대 선거다.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 간의 한판 대결"이라며 "저는 저를 도구로 내놓겠다.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 기득권 보수정당 체제를 깨는 데 제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 그리고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진정한 심판이 될 것이다. 왜 진정한 심판이냐. 지금 우리는 야당다운 야당이 없기 때문"이라며 "국민모임과 정동영이 승리하면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창당에 참여한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 지도부로부터 관악을 출마를 권유받고 처음에는 출마 의사가 없다고 거부했으나 지도부의 거듭된 설득 끝에 결국 출마의 길을 선택했다.

국민모임으로서는 창당 선언 후 정치판을 크게 흔들만한 위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 지역 1곳에서라도 승리해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국민모임은 관악을이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지역이고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에 비해 대선후보, 장관, 당 의장 등을 지내 인지도가 높은 정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그동안 많은 번민이 있었다"며 "제 스스로 무엇이 되기보다는 밀알이 되겠다는 제 약속, 그 약속의 무거움을 알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정동영 “야권혁신과 정권교체 위해 정면에서 승부”, 야권표 분산 현실로...

정 전 장관은 "어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기도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제가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저는 제 몸을 불사르겠다고 결심했다.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03년 구 민주당을 선도 탈당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었고 지난 2009년 4월에는 공천 갈등 끝에 탈당해 전주 덕진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도전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그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여당으로부터는 '철새 정치인', 친정인 새정치연합으로부터는 '야권 분열' 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후보 난립으로 인해 결국 선거에서 패배하고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승리를 안겨줄 경우, 국민모임은 물론이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에서 출마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국민모임의 존재감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모임의 인재영입위원장인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은 광주, 성남, 인천 강화에도 후보를 내지 못하는 등 인재영입에 실패했다"며 "한 달 뒤 재보선에서 빈손의 결과로는 제대로 된 대안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거 같다는 판단이 저를 던지게 만들었다"고 출마 결심 배경을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야권 분열'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야권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해 정면에서 승부하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만일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거세게 불어닥칠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정치생명을 건 '아슬아슬'한 승부수를 던진 정동영 전 장관. 그가 결국 웃게 될지 울게 될지 판가름 날 운명의 날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정치학 박사는 <폴리뉴스 칼럼>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악을 선거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 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야권에서 새정치연합의 정태호 후보, 옛 통합진보당 의원이었던 무소속의 이상규 후보의 출마 속에서 야권 표가 분산되어 새누리당에게 유리했던 상황인데, 여기에 정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의 승리를 굳혀주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 박사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출마는 자살공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이 죽으면서 상대를 죽이는 출마이다. 문제는 그 자살공격의 대상이 새누리당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라는 점이다"라고 비판했다.

유 박사는 "자칫하면 새정치연합이 죽기 전에 정동영 전 의원이 죽게 되었다. 그가 표방하는 야당의 노선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자들의 편에 서려는 그의 노력은 의미있는 것이었다"며 "국민모임은 아직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을 사지(死地)로 등떠밀어 보내는 무리를 범했다. 내 눈에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길을 택한 것 같다"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정치컨설턴트 (주)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의원은 아마 더 이상 막다른 길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만약 정 전 의원이 서울 관악을에서 선전하게 된다면 광주 서을의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것 못지않게 상당한 영향을 미쳐 야권재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정 전 의원의 출마로 관악을이 폭풍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자세하게 보면 1여3야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상당히 유리한 국면으로 보이지만 관악을은 지난 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의 후보가 공천이 안 되고 야권연대로써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이상규 전 의원(38.2%)이 단일 후보가 되면서 무소속 출마를 한 김희철 전 관악구청장이 28.5%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28%까지 분산되더라도 야당이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라며 "다른 곳 같으면 5% 정도만 분산돼도 분산된 여야는 지게 되어있는데 관악을은 그 정도로 야권 우세지역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권표 분산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와 마주하게 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의 출마로 관악을 선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고 당황스러움을 표출했다. 문 대표는 "이렇게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태들이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국민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관과 당 의장을 지냈고,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이제 또 지역구를 옮겨 재보선에 출마한다고 한다"며 "목적지 없는 영원한 철새 정치인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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