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가 필요했던 ‘국민모임’, 서울 관악을의 복잡한 내부사정

4.29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사진=폴리뉴스 DB)
▲ 4.29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사진=폴리뉴스 DB)
[폴리뉴스 이성휘 기자]4.29 보궐선거 서울 관악을 출마를 고심하던 ‘국민모임’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결국 출마에 나서면서 서울 관악을 지역이 요동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제가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기득권 보수정당 체제를 깨는 데 제 몸을 던지겠다”면서 출마의 변을 밝혔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정 전 의원의 출마에 새누리당은 야권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막판 야권연대 가능성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 “결코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관악을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단 한 차례도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 없는 ‘야권의 텃밭’으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서울 25개 구 중 관악에서 최저 득표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현역의원이었던 김희철 전 의원이 야권단일화에 불복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28%를 획득했지만, 야권단일후보였던 이상규 옛 통합진보당 후보가 38.2%의 지지율로 33.2%를 얻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즉 야권이 분열해도 야권이 승리할 정도로 야성이 강한 지역으로, 야권 지지층과 여권 지지층이 각각 약 65:35의 비율을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에서 35%의 고정표를 가진 새누리당에선 오신환 후보가 단독으로 나선 반면, 65%의 야권은 새정치연합 정태호, 정의당 이동영, 노동당 나경채, 무소속 이상규 후보 등이 나서 지지율을 갈라먹는 구도다. 여기에 정 전 의원까지 야권후보로 등장한 것은 야권 표심을 더욱 분산시켜 새누리당의 승률을 높여주는 결과가 된다. 

만약 정 전 의원이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를 거둘 경우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추락하던 정치적 위상을 반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배할 경우 ‘야권분열’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혀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져도 좋다’ 존재감 과시가 필요한 국민모임

그간 출마를 완강히 거부하던 정 전 위원은 이날 출마기자회견에서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인재 영입에 실패했다”며 “네 곳 모두 후보를 내지 못했다. 한 달 뒤 재보선에서 빈손으로는 제대로 된 대안 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라며 자신이 직접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내부사정을 토로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으로 양분된 우리 정치토양에서 제 3당이 성공하긴 극히 어렵다. 소위 ‘안철수 현상’의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마저 양당체제에서 벗어나는 제3세력 형성에 실패하고 제1 야당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민모임’의 경우 안철수 의원과 같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구심인물이 존재하지 않기에 결국 실력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한다. 그렇기에 그나마 지명도가 있는 정 전 의원이 재보선에 나서 일정성과를 거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정 전 의원이 승리한다면, 이는 국민모임과 정 전 의원의 입장에서 최고의 결과로 국민모임은 당장 야권재편의 핵으로 떠오르게 된다. 새누리당에 이어 2등만 기록해도 준수한 성과다. ‘무능한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 발목을 잡아 패배했다’는 논리로 대안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설사 3등이 되더라도 15% 정도의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역시 내년 총선에 대비할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크게 참패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번 재보선 출마는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국민모임에게 있어서 꼭 가야하는 길인 셈이다. 

또 다른 변수 ‘1년 시한부 국회의원’ 

시민일보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16일 양일간 지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9.6%의 지지를 얻어 34.5%에 그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에 5.1%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 통합진보당 출신인 무소속 이상규 후보는 5.6%, 정의당 이동영 후보는 4.2%의 지지도에 그쳤다. (유선전화 100% 자동응답조사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앞서 언급했지만, 관악을 지역은 65:35의 야권우세 지역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 후보의 경우 자기가 얻을 수 있는 최대치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생각만큼 오르고 있지 않다. 

물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야권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몇몇 이유들로 인해 야권 지지층이 끝까지 결집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우선 이번 선거가 임기 1년의 시한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는 점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의 기적을 만들었던 “속는 셈 치고 2년만 써보시라”는 선거구호가 위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새누리당 역시 “27년간 야당 국회의원만 배출해 지역이 발전은 없이 낙후만 거듭했다”며 “오 후보가 당선되면 ‘오신환 특별법’을 만들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 투입시키겠다”라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아울러 이 1년이라는 기한은 새정치연합 내부 조직을 느슨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재보선은 기본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경향을 보이기에 조직표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조직표라는 것은 보통 차기 총선의 공천을 노리는 이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1년 남겨놓고 지역 조직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새정치연합 내 차기 공천 지망자들이 20대 총선에도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정태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인가.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지역 내 친노-비노 갈등도 있다. 지난 14일 경선에서 노무현 참여정부 대변인 출신인 ‘친노’ 정태호 후보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구 민주계의 지원을 받은 ‘비노’ 김희철 전 의원에게 불과 0.6%p 차이로 승리했다. 

승부가 치열하면 할수록 그 후유증은 깊게 남는 법이다. 특히 서울의 호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호남’ 출신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 관악을에서 부산출신이자 ‘친노’인 정 후보가 선거기간동안 어느 정도 경선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오신환 후보자가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 그리고 거기에 대해 범야권의 위기감이 얼마나 형성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여기에 정동영 후보자가 야당이 제기할 ‘배신프레임’을 극복하고 탈당과 출마의 명분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을지에 승부가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선거 과정에서 두 후보자 가운데 누가 더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막판 지역 유권자의 전략투표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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