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주용 기자]4·29 재보궐 선거가 약 한달여 남은 가운데 지난 30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서울 관악을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여야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여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으로 광주 서을이 꼽히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곳의 선거 판세는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광주 서을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정승 후보,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 정의당 강은미 후보 외에 천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야권분열로 인한 선거 구도이지만 다른 재보선 지역과는 다르게 야권 내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천 전 장관의 인지도가 다른 후보를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결국 무소속 후보인 천 전 장관과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가 일대 결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천 전 장관은 단순히 이번 재보선에서의 승리가 목적이 아니다.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한 본격적인 야권재편이 목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단순한 승리가 아닌 ‘완승’, 즉 완벽한 승리를 따내야 한다. 그래야만 야권재편의 신호탄으로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이 국민모임을 포함, 다각화된 상황에서 천 전 장관의 압도적인 승리는 장담키 어렵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완승을 위해 천 전 장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다른 야권 진영과의 단일화다. 

천 전 장관과 국민모임의 단일화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정의당 강은미 후보와의 단일화다. 천 전 장관의 정치 지향점은 합리적 개혁이다. 그리고 정의당의 지향점은 진보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민주 세력’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정 전 장관의 국민모임은 ‘민주진보 세력’을 지향하며 정의당과의 접점이 존재해 단일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천 전 장관 쪽과도 ‘민주개혁 세력’으로서의 단일화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천 전 장관과 정의당은 각각 ‘개혁 세력’과 ‘진보 세력’이라는 전체 야권의 양 끝단에 놓여 있기 때문에 단일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천 전 장관은 진보세력이 아닌 합리적 개혁 세력으로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대안야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진보재편의 방향에서 단일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특히 4자협의체(국민모임,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4자 연석회의 정무협의회)를 강화하는 방향의 단일화를 원한다. 

현재 천 전 장관과 정의당이 일치하는 부분은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대안야당이 되길 원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떤 대안야당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이 두 세력의 길이 다르다. 한마디로 천 전 장관은 진보정당이 아닌 합리적 개혁정당으로서의 대안야당이 되길 원하는 것이고 정의당은 진보정당 깃발의 대안야당을 원하는 것이다. 

천 전 장관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 재보선 출사표가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대안야당을 목표로 나선 것이라면 과감히 정의당과의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시민사회·재야를 대표한 개혁후보’ 타이틀을 얻은 천 전 장관으로서는 정의당과의 단일화만 이뤄진다면 천 장관 본인이 희망하는 ‘시민후보 천정배’로서의 ‘로드맵’이 완성된다. 특히 광주 서을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과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비(非)새정치민주연합’ 전선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