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전략적 선택’이 승패 관건, ‘문재인이냐, 아니냐’가 화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후 정태호 후보와 함께 재래시장을 방문했다.<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제공></div>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후 정태호 후보와 함께 재래시장을 방문했다.<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제공>
[폴리뉴스 정찬 기자]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4.29재보궐선거는 지난 2.8 전당대회에 이은 두 번째 ‘죽을 고비’이다. 2.8 전대 이후 야권 내에선 일찌감치 이러한 판단을 해왔고 문재인 대표 스스로도 피할 수 없다고 봤던 부분이다.

문재인 지도부 출범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야권지지층은 혼란스럽겠지만 야권의 대표주자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라서는 것은 자연스런 정치과정이다. 모든 것이 무난하게 갈 수 없는 것이 야권 리더십 경쟁이며 전임 안철수 전 대표가 시험대에서 당내 경쟁에 시달린 것과 마찬가지로 문 대표 또한 ‘야권 리더십’을 두고 당내외의 ‘도전’을 피할 방법이 없다.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 관악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광주 서을 출마는 예고된 것이었다. 출마선언 전 실랑이는 정치과정의 일부였을 뿐이다. 내년 총선 전에 ‘문재인’으로 고정화되는 ‘야권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재고(再考)토록 독촉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 ‘4.29 재보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번 ‘4.29 재보선’의 장을 회피한다는 것은 ‘정치적 항복’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 대표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 지난 2.8전대 막판인 2월5일 문 대표는 성명을 통해 당권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며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다. 마음 다 비우고 정도(正道)대로 가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세 번의 고비’는 지난 2.8전대와 이번 4.29재보선, 그리고 차기 총선이다. 4.29 재보선에서의 결과가 차기 총선 전 야권재편의 소용돌이로 진입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며 ‘문재인의 야권 리더십’이 계속 유지되느냐, 끝나느냐의 중요 분기점이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 민심’의 향배가 광주와 서울 관악을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에 ‘호남정치 복원론’을 내건 정동영, 천정배 전 장관이 4.29재보선을 자신의 시험대로 삼으며 ‘문재인’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야권 경쟁구도에서 필연이다. 정 전 장관은 자칫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줘 자신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했다. 정 위원장과 천 전 장관은 진영 내 구도가 ‘문재인 대세론’으로 굳어지기 전에 호남에서 ‘야권 재편’ 바람을 일으켜야만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4.29재보선은 여야 대결의 장 성격보다는 야권 내 ‘리더십 경쟁’이 더 부각되는 선거가 됐다. 이처럼 ‘야권재편 경쟁의 장’이 된 데는 문재인 대표가 호남 민심으로부터 자신의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한 후과(後果)이다. 이는 지난 대선 때부터 이어져온 문 대표의 오래된 과제이다. 지난 2.8전대에서도 문 대표는 배수의 진을 치고서도 박지원 의원에게 당심(권리당원과 당원 여론조사)에서 밀렸다. 이것이 ‘호남민심’을 두고 ‘진검 도전’을 받는 배경이 됐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승패 관건, ‘문재인이냐, 아니냐’가 화두

이번 재보선의 승패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호남 민심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고 이는 꼭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야권은 비로소 차기 총선과 대선을 향한 내부 의사결정을 매듭짓고 대오를 정비할 수 있다.

또 호남 민심은 지금부터 4.29 투표일까지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요동치며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 한 달 동안의 ‘전략적 선택지 결정’에 따라 차기 총선과 대선구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정치과정은 격렬할 수밖에 없고 논란 또한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여론조사 지표는 그야말로 ‘참고자료’ 이상은 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선거운동이 본격 전개되면서 선거지형은 변화를 겪을 것이며 여기서 모든 상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여론조사 지표가 한 달 후 재보선에 그대로 반영되기보다는 변화의 폭에 따라 승패도 갈릴 것이다.

광주 서을의 경우 <광주타임즈>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선거여론조사에서 천정배 후보가 37.2%의 지지를 얻어 29.9%를 기록한 조영택 후보를 오차범위를 벗어나 7.3%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야권재편론’에 대해서는 ‘새정치연합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가 51.1%, ‘신당창당’이 25.3%를 기록해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은 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위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이 조사에서 천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이 호남정치 복원론에 기반한 ‘야권재편’에 대한 의견부분과 연결돼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광주 서을에서 ‘야권재편’을 둘러싼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와 천 전 장관 간의 치열한 정치대결의 결과가 이곳의 판세를 가르는 핵심요소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휴먼리서치>가 지난 21일~22일 2일간 유권자 7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지지도가 38.4%로 1위, 국민모임 정동영 전 장관이 28.2%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 2위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는 24.4%의 지지도를 보였다(신뢰수준 95% 허용오차 ±3.7%, 응답율 1.63%).

인지도가 높은 정 전 장관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시점에 국민모임 신당 창당에 대한 질문과 연계해 조사됐고 정태호 후보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임을 감안할 때 이곳 또한 투표일까지 한 달 동안의 변화에 따라 판세는 요동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의 기준은 ‘문재인’이다. 지난 2.8 전대에서도 대선주자로서의 문 대표의 가능성이 당권 장악의 밑거름이 된 것과 비슷하게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 선거의 승패도 호남 민심이 ‘문재인’을 ‘선택’하느냐의 여부가 달렸다. 이를 두고 호남민심을 들끓을 수밖에 없다.

광주 서을엔 조영택 후보가, 서울 관악을에는 정태호 후보가 각각 천정배, 정동영과 겨루지만 유권자 층인 호남 민심이 바라보는 지점은 ‘문재인’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대응능력이 호남 민심에 한 발 더 다가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 두 곳의 판세도 부침을 겪을 것이다.

4.29 재보선은 정동영-천정배의 도전에도 일정한 의미가 부여되지만 이보다는 문재인 대표가 호남 민심으로부터 ‘전략적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선거로 나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 2.8전대처럼 이번 재보선도 ‘문재인이냐, 아니냐’의 이슈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