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대형마트 불허’ 승인 조건 무시하고 계약…졸속행정 비난 여론

코스트코 입점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LH 인천지역본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코스트코 입점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인천지역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사진=코스트코 입점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div>
▲ 코스트코 입점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LH 인천지역본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코스트코 입점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인천지역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사진=코스트코 입점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재선·서울 노원을)은 지난 3월 24일 경기 부천시 오정물류단지를 찾았다. 부천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상희 의원(재선·부천 소사)과 김경협 의원(초선·부천 원미갑)도 우원식 의원과 동행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정물류단지 내 미국의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 입점 예정 부지를 살펴보고, 코스트코 입점 후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챙겼다. 오정물류단지를 조성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장사무소에서 LH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들로부터 설명도 들었다.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과 삼정동 일원에 45만9987㎡ 규모로 조성 중인 오정물류단지에 대해 LH는 인구밀도가 높고 수도권 교통요충지에 위치했다면서 첨단 물류시설과 함께 대규모 점포, 전문상가, 중소유통센터 등이 입주하는 복합물류단지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한다.

LH는 지난해 7월 25일 코스트코와 오정물류단지 입점 계약을 맺었다. 코스트코에 상류시설용지 2만6764㎡를 분양하고 651억8100만 원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부천시상인연합회와 부천시슈퍼마켓협동조합, 경기도상인연합회 등은 코스트코 입점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렸다. 인천 부평구·계양구상인엽합회, 서울 강서구상인연합회, 김포시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인근 지역 상인들도 힘을 보탰다.

대책위는 지난해 11월 부천역 광장에서 코스트코 입점저지 집회를 열었고, 올해 1월 8일 감사원에 ‘코스트코 입점 계약 철회’ 공익감사청구를 했다. 2월 4일 오후에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 LH 인천지역본부 앞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코스트코와 계약한 LH 규탄 집회를 열고, 코스트코 입점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인천지역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책위에 참여한 상인들뿐 아니라 경기도의원, 부천시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대책위는 “오정물류단지 내 대형마트 허용은 경기도 승인조건 위반”이라며 “공기업 LH는 대기업과 결탁하지 말고 서민경제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꼬집는다. 지난 9일 밤 <폴리뉴스>와 만난 박기순 대책위 상임대표는 “LH가 코스트코와 계약한 것은 졸속 행정”이라는 주장을 폈다.

박 대표는 “오정물류단지 안에 대규모 코스트코 점포가 들어서면 부천뿐 아니라 서울 강서·양천구, 인천 부평·계양구, 경기 김포시 상인들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정물류단지가 수도권 교통요충지에 위치했다”는 LH의 설명처럼, 인근 지역과 쉽게 연결되는 요지에 자리해 중소상공인들의 큰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정물류단지 조성 사업은 2016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LH가 서둘러 입찰을 진행하고 코스트코와 계약한 것은 명백한 승인 조건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미분양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는 데도 LH가 불과 20일 사이에 1, 2차 입찰을 한 뒤 미분양으로 해석하고 서둘러 3차 입찰을 실시해, 입찰 공급예정가격이었던 529억9272만 원 보다 약 122억 원 많은 651억8104만 원을 받아 챙겼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애초 경기도는 오정물류단지에 대형마트 입점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는데, LH가 이를 뒤집어 ‘미분양시 지구단위계획에서 정한 허용용도로 변경 후 재공급’이란 단서를 적용하는 ‘꼼수’를 두어 영세 상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달 24일 오정물류단지 내 코스트코 입점 예정 부지를 살펴봤던 우원식 의원은 “LH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우선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한다. 공공기관이 먼저 공익을 저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희 의원도 “대형마트 불허라는 경기도 승인 조건을 무시한 채 서둘러 코스트코와 계약한 것은 심각한 졸속 행정”이라며 “LH가 지금이라도 코스트코와 계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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