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재보선 전열 정비, 새정치의 야권지지층 동원력이 승부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단독회동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처리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청와대)
▲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단독회동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처리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사진=청와대)
[폴리뉴스 정찬 기자]이완구 국무총리가 21일 사퇴의사를 공식화함에 따라 4.29 재보궐선거 판세 흐름 또한 ‘이완구 효과 변수’에 영향을 받게 됐다.

지난해 7.30재보선을 한 달 앞두고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문창극 사태’가 보수 및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불러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겼듯이 이완구 총리 사퇴 또한 비슷한 효과를 낳을 지 여부가 주목거리다.

이 총리 사퇴의사 표명이 있기 직전인 지난 20일 CBS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7일~18일에 조사한 4.29재보선 여론조사 결과와 지난 3~5일 같은 조사결과를 비교해보면 수도권 3곳(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인천 서강화을)의 판세흐름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새누리당 후보는 정체 내지 하락세가 뚜렷했다.

반면 ‘정권심판 정서’에 힘입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여야 후보 간 격차가 크게 줄어 모두 오차범위 내의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러한 추세 흐름대로라면 수도권 3곳 중 2곳 정도는 29일 투표일 전에 ‘골든크로스’ 상황이 올 것이라는 예견도 가능했다.

‘성완종’ 파문 전만해도 새누리당은 성남 중원과 인천 서강화을 2곳 뿐 아니라 야권이 텃밭인 관악을에서의 ‘야권분열’ 효과까지 챙겨 수도권 전승을 노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완종 파문이 박근혜 정권의 ‘부패’, ‘비리’ 문제로 확대되자 전승(全勝)은커녕 전패(全敗) 시나리오까지도 검토해야할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의 전격적인 사의표명으로 4.29 재보선 수도권 3곳의 판세는 또 한 번 요동치게 됐다. 이 총리 사퇴가 ‘성완종 파문’으로 소극적으로 관망하던 여권지지층이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투표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할 명분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30재보선 ‘문창극 효과’가 리플레이(반복)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이 총리의 사퇴가 여권지지층에게 박근혜 정부 3년차 조기 레임덕 ‘위기감’을 발동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수층의 역결집이 개별 선거구에서 5%포인트 내외의 효과만 발동해도 수도권 3곳 모두 전승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이완구 사퇴’, 제2 ‘문창극 효과’ 노린 여권의 4.29재보선 전열 정비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약 한달 전에 사퇴한 문창극 후보자 파문은 야당인 새정치연합에게는 ‘호재(好材)’, 새누리당에게는 ‘악재(惡材)’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정반대였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무능과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에 대한 비판여론은 드높았지만 선거결과는 15곳 승부에서 ‘새누리당 11 대 새정치연합 4’였다.

당시 상황은 ‘세월호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7.30 투표일 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부정평가가 역전되면서 새정치연합에게 유리한 선거지형이었다. 문창극 후보자가 사퇴한 6월 넷째주(24-26일) <한국갤럽>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지 42% vs 반대 48% vs 무응답 10%’였다. 게다가 당시 재보선 승부처인 수도권에서의 박 대통령의 지지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은 수원 영통 단 1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거물급인 손학규 후보가 출마한 수원 팔달지역의 경우 시종일관 여론조사 지표에서 우위를 나타냈지만 ‘문창극 효과’에 기인한 보수층의 ‘역결집’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문 후보자의 사퇴가 박근혜 정부 실정에 대한 ‘심판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박 대통령 조기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읽히면서 여권지지층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심리기제를 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4.29재보선에서도 이완구 총리 사퇴가 ‘문창극 효과’를 다시 재현할 것인지의 여부가 최대변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한 기미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된 4월 3주차(13~17일) 박 대통령 및 새누리당 지지율에서 밟히고 있다. 당청 지지율을 성완종 파문으로 주초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성완종 전 회장의 로비대상에 야당 의원들도 포함됐다는 이른바 ‘물타기’ 보도가 나오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부분이다.

‘성완종 파문’으로 위축된 여권 지지층이 ‘위기감’으로 결집할 명분을 찾는 흐름의 일단이다. 이러한 현상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동영 노인 폄하 논란’ 등이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 매개가 됐던 것과 같이 과거부터 있어왔던 현상이다. 따라서 이완구 총리 사퇴도 보수층의 심리기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이완구 총리 사퇴는 여권의 4.29재보선 전열 정비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 3곳에서 최소한 2곳은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담아 향후 8일 남은 선거기간 중 야권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제2의 ‘문창극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보수 역결집은 ‘상수’, 새정치연합 야권지지층 동원력이 승부처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지난 7.30재보선과 선거환경에서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 집권 3년차이기 때문에 여권지지층이 지난 1~2년차보다 ‘역결집’의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의 진영정치로 인해 여권지지층의 피로도를 높여온 것 또한 부담이다. 따라서 이번 4.29재보선에서 ‘이완구 효과’는 지난 7.30재보선에서의 ‘문창극 효과’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야권이다. 성완종 파문으로 ‘정권심판’의 고리를 잡았지만 이를 어떻게 선거승리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선 남은 8일 동안 보수층의 ‘역결집’에 대응하면서 야권지지층을 최대한 동원해낼 수 있는 뒷심이 얼마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선거국면에서 보수의 ‘역결집’은 항상 존재해온 ‘상수’라고 보면 ‘역결집’ 완화전략은 새정치연합 자신이 주도해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여권지지층의 결집을 덮을 수 있는 야권 지지층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능력을 새정치연합이 연출해내느냐의 문제이다.

지난 7.30재보선 당시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실패한 것은 ‘보수의 역결집’에 대한 대응을 잘못한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야권 지지층이 투표장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에 실패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전략공천과정이 호남민심과 호흡하지 못해 이들의 투표참여에 대한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세월호 정국’에도 ‘정권심판론’으로 정면대응하지 못하면서 ‘심판정서’가 강한 야권지지층의 에너지마저도 수렴하지 못하면서 패배했다.

이번 4.29재보선에서도 야권은 텃밭에서의 분열상황 때문에 야권지지층 에너지를 온전하게 동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광주 서구을은 예외로 놓더라도 서울 관악을에서의 분열상황은 다른 수도권 2곳에서도 야권지지층의 에너지를 결집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4.29재보선의 승부처는 여권이 ‘이완구 효과’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야권이 ‘정권심판’의 기치로 야권지지층을 동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 결과에 따라 수도권 3곳에서 새누리당의 ‘전승(全勝)’이냐 아니면 새정치연합의 2승이냐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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