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사진=폴리뉴스DB)
▲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폴리뉴스DB)
전직 대통령이 최소한의 금도도 지키지 않다니

자신의 임기 중에 벌어졌던 자원외교 실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하여 자신의 대표적인 실정이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상공인들과 만찬도 가졌다고 한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국의 초점이 친박 비리 쪽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벌이는 후안무치한 행보인지 모르겠다.

MB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최대 규모인 대구시 달성군의 강정보를 찾아 방명록에 “21C 인류에 가장 주요한 것이 물입니다”라면서 “이곳이 물 관리 중요성을 알리는 훌륭한 문화관이 되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수행한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4대강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다 했다”면서 4대강사업은 법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담합을 벌였던 토건업체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앞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할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원도 이미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사실들을 모를 리 없는 MB와 그 측근들이 이처럼 4대강 사업이 마치 성공한 사업이고 엄청난 업적인 양 설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 매일신문>은 대구지역의 경제인들이 만찬 석상에서 “다른 지역으로 사실상 내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대구에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 또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 할 것이다. 특정 지역 출신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연고 지역에 특혜를 주었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지역 편가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직 대통령과도 연관된 지역에서 이렇게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특혜를 거론하는 것은 타 지역을 크게 자극할 수도 있는 지극히 위험한 행태이다. 이런 말들이 오가는 자리에서 MB가 버젓이 앉아서 그런 말을 듣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전직 대통령으로 금도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치기어린 오기만 부리고 있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구를 찾아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긍정적인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던지는 말인지는 짐작은 되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고 기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치졸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의 칼날이 종내는 자신을 향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노심초사 하던 MB와 그 측근들이 지난 정부의 실정을 파헤쳐서 바로잡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저런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냐”며 다른 지역들도 다닐 것이라고 호언하는 MB를 보면 자신이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임에도 나라의 품격 운운하던 이완구 총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자신의 측근들을 동원하여 국회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으려 하면서 대구에 가서는 “놀러왔으니 잘 놀고 가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것은 참으로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자신이 집권했을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다면 국민 대다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에 대해서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특정 지역의 기업인들에게는 은혜를 갚아야 할 너무도 고마운 대통령인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평가는 훨씬 냉정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등 지난 대선 시기의 국가기관 선거 개입 등의 문제로 설사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있었던 부패와 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밝히지 못한다고 모든 것이 묻힌 채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또한 역사 앞에 겸손한 자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따져보고 같은 과오와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정부에서 벌어졌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파헤쳐서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자는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적 실패도 따져야 하지만 부패와 비리는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들은 친박 핵심들이지만 MB정권 핵심 관계자들은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라 믿는 국민들은 많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가 지금처럼 큰 소리를 치면서 정국의 한복판에 등장하는 속내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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