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식탁 해결사’ 노릇…‘산들애·명품골드’로 업그레이드

기술·맛·마케팅 버무려 2세대 천연조미료 시장 개척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그래, 이 맛이야.” CJ제일제당 ’다시다‘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국민엄마’ 김혜자씨의 멘트다. 우리 국민에게 ‘고향의 맛’으로 각인된 다시다는 1975년 1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국내 조미료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하며 최근 10년간 매해 2만5000톤가량 생산되고 있다.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3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국내 조미료 시장을 주도하던 제품은 ‘1세대 조미료’로 분류되는 ‘미원’이었다. 1963년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은 ‘미풍’으로 도전장을 던졌지만 미원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발효조미료가 아닌 종합조미료로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풍미조미료에서 힌트를 얻어 1972년부터 쇠고기, 생선, 양파 등 천연원료를 섞어 가장 이상적인 혼합비를 찾는 연구에 돌입한 것. 원재료와 부재료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액체 원료를 분말로 만들어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랐지만, 천연원료의 이상적인 혼합비를 찾기 위한 연구 시작 2년 만인 1975년 드디어 다시다가 탄생했다.

75~80%가 천연원료에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등이 더해진 다시다는 국, 찌개, 국수, 장국, 조림 등 어느 음식에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탁의 해결사였다. 특히 경제 상황이 어려워 값비싼 쇠고기로 국물을 낼 수 없었던 서민들에게 다시다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출시 2개월 만에 20t에서 200t으로 생산량을 늘릴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덕에 다시다는 기존 화학조미료와 전혀 다른 천연조미료를 표방하며 ‘2세대 종합조미료’로 입지를 다졌다.

40년 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며 조미료를 대표하는 일반명사처럼 굳어진 다시다란 이름은,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는 말에서 따온 순우리말로 사내공모를 통해 탄생했다. 미원이나 미풍 같은 한자 이름과 달리 다시다는 주부들이 한결 친숙하게 부를 수 있었다. 제조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음식에 대한 반사적 행동 패턴을 상품명에 반영한 것으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네이밍 전략’이었던 셈이다.

다시다의 성공에는 기술력과 맛뿐 아니라 치열한 마케팅이 큰 몫을 했다. 다시다 출시와 함께 시작한 다시다 광고는 ‘그래, 이 맛이야”를 대표 카피로 내세웠다. 쇠고기 국물 맛과 다시다를 연결 지은 광고는 다시다를 조미료의 대명사로 각인시켰다.
 
1980년대 후반 들어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자 CJ제일제당은 어머니의 그리운 손맛을 표현한 ‘고향의 맛’ 캠페인을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1987년부터 혀에서 느껴지는 일차적인 맛을 뛰어넘어 고향의 맛을 낸다는 ‘맛의 상징화’를 통해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에 힘입어 다시다는 우리 국민에게 가공식품을 뛰어넘는 의미를 가진 존재로 자리 잡게 됐다. 다시다 하면 떠오르는 김혜자씨가 25년 간 광고 모델을 하면서 한국 최장수 CF모델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고향의 맛’ 광고는 1990년까지 시리즈로 선보였다.
 
3세대 웰빙조미료 변신…글로벌 시장 공략 시동

다시다는 2007년 또 한 번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국내 최초 3세대 조미료로 불리는 웰빙 조미료 ‘자연재료 산들애’를 출시한 것이다. 보다 자연스럽고 담백한 맛을 원하는 트렌드에 맞춰, 한우, 다시마, 양배추, 대파, 무, 마늘, 표고버섯 등 엄선된 9가지 자연재료에 자체 개발한 발효성분을 버무려 음식의 감칠맛을 높일 수 있도록 한 조미료가 산들애다.

2011년에는 조미료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원물 산들애’까지 선보였다. 쇠고기, 멸치, 해물 등 주재료에 표고버섯, 다시마 등 자연재료만 말리고 갈아 만든 원물 산들애는 멸치나 쇠고기, 해물 등의 육수를 내고자 할 때 육수 베이스 대용으로 사용 가능한 ‘원물 맛내기 제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최근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어나자 CJ제일제당은 2012년 11월 다시다 프리미엄 제품인 ‘명품골드 다시다 쇠고기’를 출시했다. 한우 10% 함량과 천일염 사용으로 원료의 차별화를 꾀한 명품골드 다시다는 멸치, 조개, 해물까지 4종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프리미엄 조미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CJ제일제당은 조미료의 본 고장인 일본에 ‘한국의 맛’ 다시다를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역국, 볶음밥, 숙주볶음, 김치찌개 등 다양한 음식에 다시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일본 코스트코 전 매장에서 시식행사를 열고, 매장 내 영상물 상영, 레시피 카드 배포 등 다시다 인지도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안혜선 CJ제일제당 다시다팀 부장은 “다시다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맛의 비법에 있다”면서 “장수 제품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인들의 식문화 연구에도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중국,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대표적인 조미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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