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대한민국 입맛 사로잡은 ‘황금 비율’…4년마다 새 맛·향으로 업그레이드



동결건조 커피 ‘맥심’의 첫 파생 브랜드로 출발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원두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국내 커피 시장의 넘버원은 바뀌지 않았다. 1989년부터 26년 동안 ‘국민 커피믹스‘ 노릇을 한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커피 시장에서 20여 년 간 단 한 번도 커피믹스 판매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은 맥심 모카골드의 비밀은 언제 어디서나 누가 타도 맛있는 ‘황금 비율’에 있다. 설탕과 크리머를 비롯해 엄선한 콜롬비아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버무린 것이 황금 비율의 열쇠다. 이처럼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의 기술력으로 맥심 모카골드는 대한민국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커피와 크리머, 설탕이 배합된 커피믹스는 1976년 12월 세계 최초로 동서식품에 의해 탄생됐다. 커피와 크리머, 설탕을 이상적으로 배합한 고급 방습포장 1회용 가용성 커피믹스는 인스턴트커피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커피믹스는 휴대가 간편하고 보관하기도 쉽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더운 물만 있으면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품이다.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한국 고유의 모델이 커피믹스인 셈이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식물성 커피 크리머인 ‘프리마’ 덕분이다. 물론 유럽 등 선진국 문화와 다른 한국 문화의 특성,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와 같은 민족의 특성도 한 몫을 했지만, 기술적 측면에선 동서식품이 프리마를 자체 개발한 게 커피믹스 탄생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는 분무건조 공법으로 생산된 ‘맥스웰하우스’ 커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서식품은 국내 커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최고의 커피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1978년 동결건조(FD) 커피 개발에 도전하게 된다. 동결건조 공법은 분무건조 공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설 투자·가동비가 많이 든다. 일본에서도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동결건조 공법 커피가 생산될 정도였다.

동서식품의 동결건조 커피 개발 결정은 소비자 조사를 거쳐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 트렌드가 동결건조 커피로 변할 것이라는 흐름을 미리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한국 커피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영하 40도 이하에서 커피를 농축·분쇄하고 건조해 향의 손실을 극소화하는 동결건조 공법은 고도의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했다. 동서식품은 동결건조 공법을 통해 가열 공법과 차원이 다른 고급 커피를 생산할 수 있었다. 1980년 국내 최초의 동결건조 커피이자 오늘날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인스턴트커피인 ‘맥심(Maxim)’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동서식품의 ‘맥심 오리지널’은 원두커피에 버금갈 만큼 향이 진하고 맛이 강해 커피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반면 경쟁사 제품은 맥심과 같은 동결건조 공법으로 생산됐지만 향이 약하고 맛이 부드러워 커피의 쓴 맛보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 더 잘 맞았다.

이에 동서식품은 부드러운 커피 제품 개발을 목표로 볶음의 강도, 커피추출 공정 등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89년 풍부한 향의 부드러운 커피 맥심 모카골드 개발에 성공했다. 모카골드는 향과 맛을 차별화한 맥심 커피의 첫 파생 브랜드였다. 이후 맥심 모카골드는 국내 첫 스틱 커피믹스로 탈바꿈하고, 개인의 입맛에 따라 설탕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리스테이지’로 브랜드 이미지·품질 개선 효과

동서식품은 1996년 맥심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을 개선해 시장점유율 회복을 목표로 ‘리스테이지’에 돌입했다. 리스테이지는 맛과 향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까지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동서식품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커피의 속성은 바로 향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마침 동서식품 연구소에서 향 회수 공법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해, 좋은 향만을 골라 제품에 투입할 수 있었다.

동서식품은 맛 개선 등 소비자에게 다양성을 제공하는 리스테이지를 통해 브랜드 우위의 전략적 터전을 마련했다. 특히 ‘향이 좋은 커피, 맥심’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하는 전략이 통했다. 싼 커피와 비싼 커피로 나뉘던 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향이 풍부하고 좋은 커피’와 ‘그렇지 않은 커피’로 바꾸면서 제품 열세 이미지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틀을 닦은 것이다.

1990년 동서식품 기술연구소에 신규사업팀이 새로 꾸려졌다. 이후 연구소의 중심이 신규 사업 연구로 옮겨지면서 기존 공정을 활용해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됐다.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사업에 대한 연구도 이어졌다. 특히 동서식품 기술연구소는 기술력을 통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연구 방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기존 제품에 대한 품질 향상과 공정 개선 등의 연구가 강화됐다.

동서식품은 소비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와 분석을 실시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맥심 모카골드는 4년마다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개선하고 있다. 이 리스테이지 작업은 맥심의 브랜드 가치 향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1996년 리스테이지가 처음 진행된 이래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3년 실시한 ‘맥심 5차 리스테이지’에서는 고급 원두로 평가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배합 비율을 더욱 높이고 최적화된 로스팅 기술과 추출 공법을 적용해 커피 품질을 업그레이드했다.

동서식품은 소설가, 의사, 언론인 등이 등장해 맥심의 우수성을 증언한 신문광고가 큰 반응을 거두자 TV 광고에서도 ‘명사 시리즈’를 선보였다. 명사 시리즈는 각종 국내외 광고상을 수상했으며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1983년 동서식품과 전속 계약을 맺은 ‘국민배우’ 안성기를 비롯해 2000년부터 10년 넘게 맥심 모카골드 모델을 맡은 이나영 등 장수 모델을 통해 브랜드의 전통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좋은 원두 좋은 커피’ 라는 슬로건과 함께 ‘커피라는 행복’이란 감성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캠페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감성적 메시지와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도 선보였다. 지난해 가을 타는 남자 김우빈의 ‘커피 탑니다’라는 멘트로 화제를 모았던 맥심 모카골드 ‘가을 남자’ TV 광고에 이어, 올 봄에는 봄을 타는 이나영과 김우빈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시선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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