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야권재편’ 2개 전선서 ‘3승’이 가이드라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5일 오후 4.29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와 함께 관악구 삼성동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폴리뉴스DB)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5일 오후 4.29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와 함께 관악구 삼성동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폴리뉴스DB)
[폴리뉴스 정찬 기자]4.29재보궐선거의 승부는 두 개의 전선이 난마처럼 얽히면서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파문으로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여야 대치전선이 형성됐다지만 막상 야권 내부를 보면 문재인이냐 아니냐는 망설임이 바닥민심을 관통하고 있다.

인천 서강화을과 경기 성남 중원 선거구 2곳은 박근혜 정권 심판구도가 주전선이지만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은 야권재편구도가 고착된 형국이다. 2.8 전대로 당권을 장악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두 개의 전선을 맞이해 살얼음 같은 승부를 벌이는 상황이다.

인천 서강화을과 성난 중원에서의 승부는 집권세력이 필승의 각오로 나선 곳이다. 이곳 2곳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박근혜 정권 레임덕은 불가피하고 1년 남은 차기 총선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이들 2곳 중 1곳에서라도 이겨야만 자신이 장담한 이기는 정당의 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다.

관악을과 광주 서을은 더 치열하다. 정동영, 천정배 후보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내걸고 사즉생(死卽生)’의 승부처로 선택한 곳이다. 이들 두 정치거물이 내건 호남정치 복원론야권재편론은 다름 아닌 문재인 불가론이다. 야권이 친노무현 세력 중심으로 가선 안 되며 호남이 진영 내 주도권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표는 고질적인 호남 대 친노라는 야권 내 고질적인 갈등구도 속에서 정동영-천정배 후보와 백척간두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 2곳 중 최소한 1곳이라고 지켜야 불안한 현상유지라도 하지만 2곳 모두 패배하면 전국정당으로 나가겠다는 자신의 플랜이 엎어질 뿐 아니라 야권 내 리더십도 내려놓아야 할 위기이다.

이러한 2개의 전선 혼재 상황이 4.29재보선의 판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정권 심판구도야권 분열구도가 동시에 선거판을 주도하는 독특한 흐름 때문에 여러 번에 걸친 재보선 여론조사 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야권지지층의 심리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혼돈이다.

여러 번에 걸친 여론조사 지표들을 토대로 전체 흐름을 보면 새누리당이 성남 중원 1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3곳은 난전이다. 인천 서강화을은 여야 후보가 접전상태로 어느 쪽의 승리도 예단할 수 없다. 서울 관악을은 여--무소속 후보가 3파전을 벌이면서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광주 서을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우위를 보이곤 있으나 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 패배시 문재인 리더십 타격

야권분열 구도정권심판 구도가 동시에 작동하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표에겐 어려운 승부인 것만은 분명하다.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서의 진영 내부 다툼으로 인천 서강화을이나 성남 중원으로 정권 심판의 화력을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자칫하면 양쪽 전선 모두 펑크가 날 수 있는 위험까지 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누리당의 성완종 참여정부 특별사면 물타기공세이다. 친박실세가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가 새누리당을 당 해체로까지 몰고 갈 상황임에도 여당은 참여정부 사면문제로 국면을 추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파문을 계기 삼아 정권 심판으로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기에 바쁜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다.

여권의 이 같은 의제 설정동력은 다름 아닌 야권내부의 호남 대 친노라는 분열상황에서 나온다. 이는 과거부터 여러 번에 걸쳐 반복돼온 패턴이다. 지난 2013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초폐기 사건과 원본 공개 논란 등 여권은 자신이 위기상황에 몰릴 때마다 호남 대 친노라는 야권 내부 갈등의 고리를 활용해왔다.

여권의 이러한 전략은 자신에게 쏟아질 정권심판 정서를 희석시키는 효과와 함께 광주 서을과 서울 관악을 등에서 야권재편 정서를 촉발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성완종 파문으로 새정치연합의 심판론이 강한 기세를 타다가도 여권의 물타기에 가로막히면서 지금과 같은 막판 혼전 판세를 만들어진 것이다.

4.29재보선의 정치적 의미가 문재인 시험대로 집약된 탓에 이러한 흐름이 더 가중됐다. 문재인 대표가 야권 내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하느냐 아니면 흔들려 추락하느냐의 문제가 걸렸기 때문이다. 애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도 이번 재보선이 시험대였으나 성완종 파문으로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이번 재보선은 온전한 문재인 시험대가 된 것이다. 정동영, 천정배 후보의 도전은 이번 선거의 중심 프레임이 아니다. 이들은 문재인을 시험하는 수단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에 따른 정치적 향배도 문재인 대표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의 경우 패배하더라도 책임공방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문 대표는 야권지지층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지도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광주서을과 관악을에서 천정배, 정동영 후보 모두에게 패배하면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동시에 진로를 잃는다. 야권은 재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인천 서강화을과 성남 중원의 승부와는 관계없다. 문 대표는 여기서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 두 곳 중 1곳에서만 승리해도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불안하다. 진검 승부를 차기 총선으로 미룬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 서강화을과 성남 중원 2곳에서 모두 패하면 문 대표는 끊임없이 리더십 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표로선 2(관악, 광주)에서 승리하고 1(성남이나 인천)에서 승리해야 야권지지층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안정적으로 차기 총선을 준비할 수 있다. 문 대표에게는 3승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쳐진 선거이다. 이를 뚫을 힘이 있느냐 없느냐가 시험대인 셈이다.

이러한 ‘3승 가이드라인성완종 파문으로 생겨난 야권지지층의 욕구에서 나왔다. 성완종 파문이 없었다면 ‘22정도가 정치적 시험의 관문이 됐을 수 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김무성 대표가 성완종 파문으로 자신의 정치적 짐을 덜며 1승만 해도 무난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면 문 대표는 정반대이다.

이는 야권분열 구도를 감수하고서라도 정권심판을 해내라는 야권의 주문이다. 문 대표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것이 본인이 말한 이기는 정당의 길이기도 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지층의 욕구를 반영해내는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