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함유량 1.5% 이상 ‘특급’ 품질…순수 국내 발효기술로 개발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간장~.’ 중장년층 국민 사이에 어린 시절 유행가처럼 부르고 다녔던 추억이 남아있는 샘표간장의 CM송이다. 국내 최초의 TV 광고 CM송이기도 한 이노래는 1961년 가수 김상희씨가 부른 이후 오랫동안 귀를 사로잡으며 ‘국민CM송’ 대접을 받았다.

샘표식품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서울 충무로에서 창업했다. ‘샘물처럼 솟아라’는 뜻이 담긴 ‘샘표’ 상표는 현존하는 국내 상표 중 가장 오래된 상표(1954년 등록번호 362호) 가운데 하나로 공인받고 있다. 오늘날에는 한글 브랜드가 흔하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샘물처럼 솟아라는 이름의 선견지명 때문인지 샘표간장의 매출은 꾸준히 늘었고, 지금까지 국내 간장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장은 집에서 담가먹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 사 먹는 간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주인공이 샘표간장이다. 비싼 사치품은 아니지만 풍요롭고 세련된 도시가정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당시 부엌에는 샘표간장이 필수품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더구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등에 힘입어 산업화가 진행되자 사람들이 도시로 물밀 듯 몰려들었다. 도시에서 음식의 필수조미료인 간장을 담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샘표간장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샘표식품의 넘버원 제품은 바로 1989년 첫 선을 보인 ‘양조간장 501’이다. ‘샘표 양조간장 501’의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에선 간장의 품질을 단백질 함유량(T.N)으로 구분하고 있다. 1.0%가 ‘표준’, 1.3%는 ‘고급’, 1.5%를 ‘특급’으로 분류한다. 샘표 양조간장 501은 단백질 함유량이 1.5% 이상이어서 특급에 해당된다. ‘501’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다.

샘표 양조간장 501의 개발 배경에 대해 숨은 이야기가 있다. 샘표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본간장에 맞서기 위해 순수 국내 발효기술로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물인 샘표 양조간장 501은 출시 초기 일본간장과 겨룬 품평회에서 일본간장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일본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맛 평가에서도 일본 ‘기꼬만’보다 추한 점수를 얻었다. 한국간장을 깔보던 일본인들을 깜짝 놀랐다. 샘표 양조간장 501 출시 이후 일본 간장기술자들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샘표를 찾기도 했다. 샘표가 양조간장 원조 일본으로 기술을 역수출한 셈이다.

샘표 양조간장 501이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맛과 향의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탈지대두와 통밀을 6개월 간 발효·숙성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향긋한 감칠맛이 도는 샘표 양조간장 501이 완성된다.

양조간장은 장기간 발효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감칠맛이 뛰어나다. 수백 가지에 달하는 깊고 풍부한 향이 특색인 양조간장은 열에 의해 향이 변질되기 쉬운 탓에 생(生) 요리에 주로 쓴다. 많은 요리 가운데 양조간장은 생선회, 부침요리 등을 찍어먹는 소스와 무침, 간장 드레싱에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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