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삼권분립’과 ‘겸직’ 어느 손 들어줄까

정의화 국회의장이 논란중인 국회의원의 청와대 정무특보 겸직 허용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심중이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논란중인 국회의원의 청와대 정무특보 겸직 허용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심중이다.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대통령 정무특보단이 무용론에 휩싸여있다. 청와대와 국회의 원할한 소통을 맡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초 의욕적으로 꾸린 특보단은 주호영 의원의 사퇴와 현역의원 겸직 논란으로 사실상 와해 분위기다. 현직 국회의원은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국회법에 따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적절성을 심사했지만 공교롭게도 8명의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4:4로 갈렸다. 국회의장의 손으로 ‘공’이 넘어간 것이다. 정의화 의장은 곤혹스럽다. ‘삼권분립 위반’과 ‘겸직 논란’ 사이에서 정무특보직은 정치권의 ‘계륵’이 됐다.

지난 18일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는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를 맡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앞서 14일에 이은 두 번째 회의였다. 1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손태규 위원장은 “찬반 입장이 4:4로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고 전했다. 겸직 가능이 4명, 불가 4명이라는 얘기다. 최종 결론은 국회의장이 내지만 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이날의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핵심 쟁점은 ‘국회의원이 청와대의 업무를 돕는 것이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느냐’이다. 국회의원은 입법 구성원이자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무특보는 대통령의 지휘아래에 있기 때문에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윤리심사 자문위가 열리게 된 것이다.

찬반 입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들은 국회법에서 근거를 찾았다. ‘공익 목적의 무보수 명예직’은 현역 의원이 겸직할 수 있다고 예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정무특보라는 자리가 공익적 목적이라는 데에는 의견 일치를 봤지만 명예직으로 볼 수 있느냐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입법부에 속한 현역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이 3권 분립의 원칙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반대 목소리는 직접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입법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청와대의 여당 국회의원 정무특보 임명에 유감을 밝힌다”고 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주변에 ‘친박산성’을 친 것이다.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국회를 감시하고 관리하겠다는 뜻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청와대 문 앞은 문고리 권력이 지키고, 청와대 밖에서는 국회 출장 권력이 지키는 것으로, 대통령 앞에 이중 삼중으로 불통 성벽을 쌓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주장을 하는 목소리는 높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수평적 당청관계가 구축됨에 따라 소통 중심의 국정운영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시기에 일방통행식 운영과 정무수석의 업무 분담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 정무특보의 구성원인 윤상현 의원은 한국의 대통령제가 내각제 요소를 혼용하고 있다는 논리로 타당성을 주장한다. 현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인 장관을 겸직하는 등 내각제 요소가 혼용되고 있으니 정부도 국회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해 대 국회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재원 의원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꾸준히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무원연금개혁 협상 과정에서도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주된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일이 잘 안되니 정무특보를 핑계대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무특보단이 처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청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 탄생한 특보직이지만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의원 등의 발탁과정에서 여당의 목소리는 배제됐다. 김무성 대표는 “그것(정무특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적이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또한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데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한테 건의해 드린 부분은 반영이 안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사전협의 없이 현역의원 3명을 뽑았다는 얘기다. 정무특보 임명 이후에는 이재오 의원이 “정부에 당을 또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반 상식으로 볼 때 청와대는 당과 협의할 때 당 지도부와 하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가했다.

이제 최종 결정권은 정의화 의장의 손으로 넘어간 상태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이달 22일까지 정 의장에게 심사 내용을 제출하면 정 의장은 이 내용을 존중해 겸직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정 의장이 ‘겸직 불가’ 판단을 내릴 경우 세 의원은 국회법 29조에 따라 통보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정무특보를 그만두거나 휴직해야 한다. 결정 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다만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최종 판단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또한 ‘겸직금지’ 판단을 내리면 입법부 수장과 청와대가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상황은 정 의장으로서는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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