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혁신-통합’ 두 마리 토끼 쫓지만...당내 비주류와 당밖 천정배 도전

[폴리뉴스 정찬 기자]4.29재보궐선거 패배 후 새정치민주연합의 혼돈상황은 끝을 알 수 없는 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다. 표면적으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사퇴론 내지는 책임론이 주된 논점이지만 2016년 총선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날선 대립이 펼쳐지고 있다.

차기 총선을 11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총선 공천을 ‘혁신’에 바탕에 두고 밑그림을 그릴 것이냐, 아니면 당내 계파를 안배하면서 당의 화합을 도모하는 ‘통합형 공천’을 할 것이냐를 두고 초장부터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쪽의 다툼은 쉽게 봉합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올 연말까지 각종 정치적 이슈를 양산할 전망이다.

이처럼 조기에 ‘혁신 vs 계파타협’이란 구도가 전면 부상한 원인은 4.29재보선 패배에 있다. 문재인 대표체제의 출범이 상징하는 것은 국민이나 야권지지층의 ‘혁신’에 대한 기대이다. 그러나 선거패배는 ‘문재인표 혁신’의 칼날이 크게 무뎌지는 계기가 됐다. 비주류 쪽은 선거패배 책임론으로 문 대표를 압박하면서 그의 ‘혁신 프로세스’가 제대로 기동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새정치연합 당 안팎에서 나오는 ‘혁신’의 기류는 두 가지다. 문재인 대표가 주도하는 계파와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혁신’과 4.29재보선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된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주창하는 ‘호남 주도의 야권 혁신’이다. 문 대표의 ‘혁신’은 아직 칼이 칼집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천 의원의 혁신은 ‘개혁적 인물’로 ‘물갈이’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아직까지 자신의 ‘혁신 프로세스’를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지난 14일 발표하려다 만 입장표명에서 “모두가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새 정치”, “공천권을 당원들과 국민에게 맡기고 사심을 버리는 것이 개혁정치”, “기득권 정치로 회귀하면 공멸”이라는 말로 공천의 원칙을 제시했을 따름이다.

그러면서 당 분열도 우려하며 “명분 없는 분열로 국민께 더 이상 실망을 드려선 안 된다”며 “새 정치, 개혁정치로 가기 위해 단결하는 것만이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이라며 당의 단결과 통합의 뜻도 함께 담았다. 문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혁신’을 해야 하지만 ‘분열해서도 안 된다’는 두 개의 목표를 담고 있다.

천정배, ‘문재인표 혁신’ 기대 못 미치면 신당 추진

반면 천정배 의원은 이러한 문 대표의 입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결국은 문 대표가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계파안배형 통합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에 기반해 ‘문재인표 혁신’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면 언제라도 ‘혁신’, 특히 ‘호남 개혁’의 깃발을 들고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천명하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 1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신당 창당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만일 새정치연합의 환골탈태가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하게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이 세력이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광주 전역에 참신하고 능력 있는 개혁적 인물들을 모아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아울러 천 의원은 지난 17일 광주 5.18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표와 호남 민심과 당 혁신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비주류, ‘문재인표 혁신’을 친노패권으로 간주...분열 경고

비주류 쪽은 당내외에 흐르는 ‘혁신’의 기류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혁신’이란 명분으로 공천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최근 공천권을 두고 문 대표에게 주류 비주류 간 ‘6:4’, 또는 ‘5:5’ 배분 이야기를 던지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표 혁신’을 친노 패권주의로 간주하며 ‘분열’할 수밖에 없다는 결의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 지난 14일 문 대표가 제안한 초계파 혁신기구 구성에 대해서도 “시간 벌기고 미흡하다”면서 “과거부터 내놓은 혁신안이 지금도 있는데 그 혁신안은 한 트럭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혁신안을 내서 과연 실천했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혁신’이란 테마에 빠지면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그러면서 ‘6:4’ 등의 배분 제안을 지분나눠먹기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주류 비주류 6:4, 심지어 5:5 등으로 당직 등을 배분해서 협력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이걸 거두절미하고 공천권, 지분 나눠먹기로 매도하는 것은 결코 당내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남 지역 의원이나 당내 의사결정에 배제됐다고 여기는 비주류 의원 뿐 아니라 범친노로 분류되는 다선의 중진 의원들도 공유하는 정서이다.

더구나 호남 다선 의원들은 4.29재보선 패배로 사실 좌불안석(坐不安席)에 가깝다. 천정배 의원의 당선으로 ‘혁신과 회초리’ 명분이 호남 민심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까지 ‘혁신’이란 명분으로 자신들을 옥죌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것이 당내에서 문 대표와 각을 세우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신당창당을 해라, 소위 친노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분열해서 패배하고 패배해서 분열해서 되겠느냐, 한 번 화합하고 통합해서 정권교체의 길로 가야 된다고 오피니언 리더들이나 학자, 종교계, 시민단체에서 저희들에게 충고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양자 중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좀 내놓았으면 좋겠다”며 문 대표가 당의 통합과 단결 쪽에 무게를 두는 선택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국 교수 등 당밖의 거센 ‘혁신’요구, 당내 타협정치도 외면하기 어려워

이러한 비주류의 요구는 당의 단결과 통합이 우선이라는 압박이다. 이 요구는 당내 타협정치 구현이란 정치 고유의 가치가 담겨 있기에 문 대표로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요구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당 내외 혁신요구를 수렴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엔 자신의 지지기반까지 걸려 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지난 18일 JTBC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육참골단(肉斬骨斷)’해야 한다”며 “엄정한 기준에 따라 친노건 호남이건 모든 기득권을 잘라야 한다. 국민의 마음만 바라보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문 대표도 하차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심지어 조 교수는 19일에는 ‘새정치 혁신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트윗글을 통해 “1.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 2.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3.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4. 전략공천 2~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등 4가지 혁신안을 주장했다.

이 같은 조 교수의 주장은 당내 주류든 비주류든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를 실천하려면 이른바 ‘제왕적 리더십’이 전제돼야 하나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제왕적 리더십’ 또한 사라졌다. 이는 여야 통틀어 마찬가지다. 여권의 2008년 친박학살 공천이나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 공천도 조국 교수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로선 당밖의 이러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문 대표는 당 안팎에서 요구하는 ‘혁신’의 길을 선택하면 천정배 의원 등과 경쟁 내지 협력의 길을 도모할 수 있으나 당내 통합과 타협의 틀을 깰 위험성이 크다. 이 때문에 또 다른 ‘분열’과 ‘호남민심’의 요동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피하기 위해 ‘당내 통합과 타협정치’를 추구하면 조국 교수와 같은 당 밖의 세력이나 ‘천정배 신당’의 거친 도전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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