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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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한미동맹 강건함을 강조하면서 사실상은 사드 배치 촉구에 나선 것인가 

지난 5월 17일 1박 2일 일정으로 1년 3개월여 만에 한국을 방문한 케리 미 국무장관은 윤병세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케리 미 국무 장관의 이번 방한은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의 강건함을 강조하는 내용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매우 도발적인 것으로 규정했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에 대해서도 비난에 나섰다. 

케리 미 국무장관의 이번 방한은 아베 일본 수상의 미국 방문 이후 미국과 일본 간에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으로 군사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한미동맹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을 불식시키고 한국을 달래기 위해 방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한편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 등 자국의 군사적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행보도 동시에 펼쳤다. 

한-미 외교장관 히담 뒤 서울 용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은 주한미군 장병에게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면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19일 극동포럼 주최 강연 이후 기자들에게 “한-미 양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각각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배치에 적절한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케리장관의 서울 방문 중에 사드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좌표를 잃은 한국 외교, 명분도 실리도 잃고 마는 것인가 

집권 초기 박근혜 정부의 외교에 대해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외교에 대해 위기라고 보는 평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우선 미일관계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서 이러한 위기의식이 강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 동안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를 명분으로 압박하며 한일관계를 경색국면으로 장기간 끌어 왔지만 미일관계에 이어 중일관계도 해빙무드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거꾸로 우리만 고립되고 실리는 일본이 챙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는 것도 사실이다. 차제에 한일관계를 언제까지 이대로만 갈 것인지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넘어 서고 있지만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는 여전히 악화일로 있을 뿐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이다. 지난 5월 초 정부는 모처럼 민간 부문의 교류를 허용하는 등 남북관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가정보원에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처형설을 첩보 차원이라고 하면서 공개하면서 상황은 일거에 다시 악화되고 말았다.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는 너무도 명약관화한데도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정부의 종합적인 상황통제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북한 붕괴론을 신봉하는 세력이 정부 내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남북문제에 대한 해법은커녕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정확한 정보도 제대로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외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에 의해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록히드 마틴사 고위관계자들이 잇달아 방한하여 사드 구매의사를 정부에 타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주목할 만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 간 협의도, 미국의 요청도, 결정도 없다“는 기존의'3노(NO)'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다음 달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등에서 사드문제를 의제로 삼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우리가 사활을 걸고 있는 한미동맹이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동맹과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고 또한 한국을 언제든지 자신들의 무기체계 구입을 압박할 수 있는 상대로 보는 것이라면 한미동맹 일변도의 외교의 한계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사드 도입 문제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무기체계를 선택하는 사안이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또한 사드 배치는 동북아 주변국들과의 외교와 군사안보 문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과연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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