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과 공정한 공천 심사로 과감한 인적쇄신 시도 필요”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5선)이 19일 야당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기득권 내려놓기’와 ‘인적쇄신’이라고 밝혔다. 천 의원은 민주당 시절 개혁특위위원장을 맡아 여러 개혁안을 당에 내놓으며 쇄신과 변화를 주도한 바 있다. 그는 정치개혁이야말로 국민이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야당이 말로만 기득권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할뿐 누구도 무엇을 하겠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이뤄지는 동안 풀뿌리 당원들이 선거 동원 대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내 변화를 주도할 인적쇄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략 공천을 통해 현역 물갈이나 여성이나 장애인들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이 말하는 기득권을 그의 말을 빌어 정리하면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당내에 모든 결정권과 아성을 직접 쌓아놓고 있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기득권에 속하지 않는 평당원들은 당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천 의원의 생각이다.

천 의원은 당내 인적쇄신을 위해서는 전략공천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천 의원은 적극적으로 전략공천 제도를 지지해왔다. 그는 새누리당에서는 여성의 정치적 비중을 높이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일부러 공천을 하기도 하는데 야당은 전통적 텃밭에서도 그러한 시도조차 없고, 오히려 계파정치에 악용하는 일이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공천 심사도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하수인 역할을 할 사람이 아닌 객관적인 인물들도 구성하여 심사기준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이 가장 엄격하게 보는 기준은 도덕성과 정체성이다. 그는 이 두 가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내년 총선 공천에 탈락될 현역 의원이 상당수가 될 것이라 말한다.

천 의원은 능력 있는 신인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TV토론을 3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신인으로서 가장 해볼만 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경쟁다운 경쟁을 해보지도 못하고 인지도 높은 사람이 승리를 거둬가는 현실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주류 세력이 기득권부터 내려놓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비주류와 함께 공생할 수 있다며, 인적쇄신은 기득권 포기부터 시작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관련 인터뷰 질의응답>

-천 의원은 민주당 시절 개혁 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개혁 정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본인만의 노하우도 축적돼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야당의 당면과제인 혁신위 구성을 어떻게 보나. 

개인적으로는 2010년 당 개혁특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현재 야당은 기득권 내려놓자는 이야기만 할 뿐 누가 무엇을 내려놓자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득권은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당내에 모든 결정권과 아성을 직접 쌓아놓고 있는 것을 말한다. 국민 눈, 기득권에 속하지 않는 평당원의 눈에서 보면 그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선거 과정에서 경선만 이루어지면 민주주의가 지켜진 것인가? 풀뿌리 당원들이 선거 시 동원 대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물이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한 바 있다. 동의하는가.

현재의 공천과 선출 방법은 기존에 탄탄한 조직을 갖춘 세력이나 인지도가 높은 쪽에 매우 유리한 구도로 흘러간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다만 개선책이 필요하다. 당직자나 공직 후보자 선출에서는 많은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먼저 전략 공천이 적절히 활용되어야 한다. 나는 매우 일관되게 전략공천의 중요성을 말한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활용했던 방법이다. 전체의 30% 비율 이내, 당의 전략적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공천 자체를 없애는 것은 곤란하다. 전략공천은 현역 물갈이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가 있고 소외된 장애인과 여성의 비율도 늘릴 수 있다. 새누리당의 예를 들어보자. 강남3구(송파구, 강남구, 서초구)는 새누리당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3곳 모두 여성구청장이다. 여성을 공천함으로써 여성의 정치적 비중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전통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그러한 시도가 전혀 없었다. 나의 지난 20년 정치 경력 전체를 되짚어 봐도 그 어떤 시도도 없었다. 오히려 전략공천이 계파를 지키는 일 등 악용되는 일이 많았다.
공천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사위원들을 우선 공정한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 과거 외부 인사들을 뽑겠다고 데려온 사례 등을 살펴보면 단순 스펙만으로 구성한 것이 대다수였다. 본인의 의견이 없이 당의 하수인 역할뿐이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람들로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심사기준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지난해(2014년)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 후보 자격 심사 위원장을 맡았었다. 도덕성, 정체성에 하자가 있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걸러냈다. 미리 기준을 만들어서 공표를 했다. 직무상 범죄를 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오래전이라 하더라도 절대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알렸다. 뇌물, 알선수재 전력이 있으면 완전히 배제한다고 말했다. 뇌물 받은 사람이 시장·군수·구청장이 되면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 이 같은 기준을 내년 총선에 적용시키면 탈락될 의원들 많을 것이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적용하기 너무 어려운 문제 아닌가.

새정치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소속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구청장이나 구 의원, 구 의장을 뽑는데 새누리당과 협력해서 기회를 엿봤던 전력이 있는 사람 등을 말한다. 우야무야 넘어가던 시절은 지났다. 이명박 정부시절 농림부 장관이 야당과 국민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당시 해당 장관이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연판장 서명을 우리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서명한 적이 있다. 예산 문제를 떠나서 결과적으로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공무원 시험 보듯이 단계적으로 도덕성 심사, 정체성 심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서 자질, 능력, 후보 적합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선과정에서의 TV토론 여부다. 무조건 3회 이상을 하는 것이 좋다. 정치 신인이 가장 해볼 만한 경쟁이다. 이조차도 안하면 인지도 높은 사람이 훨씬 유리해진다. 신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최근 조국 서울대 교수는 “4선이상은 용퇴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당의 지도부는 다 불출마하라는 말인가. 조직은 피라미드 형식이 되어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국회의장 등 더 큰 역할을 맡는 것이다. 물론 다선 의원이 존재감 없이 무의미하게 공천 받아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다. 주류 세력이 기득권부터 내려놓는 노력을 해야 비주류와 함께 할 수 있다. 그것이 인적 쇄신이다.

-새정치연합이 혁신과 쇄신을 통해 변화에 성공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천 의원의 뜻과 생각, 방향이 일치하는 당으로 변화한다면 굳이 당 밖에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

당이 그렇게 변화한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나 역시 당의 변화에 작게나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거취를 당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당이 정말 그렇게 변한다면 정치를 그만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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