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한국인 쓰린 속 잡고 중국 진출…재도약 위한 신제품 출시 준비 완료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1975년 6월 첫 선을 보인 ‘겔포스’는 매년 약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대표 액체 위장약’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로 발매 40년을 맞는 겔포스는 너무 많이 분비된 위산을 알칼리성 물질로 중화시켜 속 쓰림이나 더부룩함 증상을 완화한다. 겔포스 출발은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당시 사장)이 일본 제약전문지의 선진국 의약품 업계 시찰 행사에 초청돼 난생처음 유럽 땅을 밟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승호 회장은 국내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의약품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짜 먹는 위장약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알약이나 가루약밖에 없던 시절 미세한 입자가 물에 섞여 걸쭉한 ‘현탁액’ 위장약은 그에게 생소했다. 이에 보령제약은 1972년 3월 프랑스 제약사와 기술을 제휴했다. 당시 프랑스 제약사에서 생산·판매하던 위장약은 세계 시장에서 10억 포 이상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기술 제휴 후 보령제약은 3년 동안 기술 도입과 검증 과정을 거쳐 1975년 6월부터 겔포스 생산을 시작했다.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를 합한 겔포스의 첫 해 매출은 6000여 만 원에 불과했다. 물약, 가루약, 알약이 전부이던 당시에 걸쭉한 약은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탓이다.

하지만 겔포스는 곧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시대적인 효과가 컸다. 1970년대 중반은 근로자라면 누구나 이른 아침 출근해 통행금지 직전 귀가하던 중노동 시대였다. 1년 내내 이어지는 과로를 쓴 대포 한잔으로 날리는 게 근로자들의 낙이었다. 자연히 위장병이 늘어났다. 더불어 겔포스는 ‘위벽을 감싸 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이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가 돋친 듯이 판매됐다.

출시 4년 만인 1979년 겔포스 매출액은 10억 원에 달했다. 보령제약이 겔포스를 생산하기 위해 경기 안양시에 지은 6611㎡(2000평) 규모의 공장은 단일 제약공장으로 국내 최대였다. 안양공장 옥상 광고탑엔 ‘겔포스’ 딱 세 글자만 걸렸다.
 
겔포스는 80년대 초반 ‘위장병 잡혔어’라는 카피로, 80년대 중후반에는 드라마 ‘수사반장’ 시리즈의 광고로, 90년대 초반에는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라는 카피의 광고 등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이어왔다. 지면광고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80년대 초 철모와 나비를 매치시킨 ‘위장에 평화를…’이라는 광고였다.

80년대 이 광고를 처음 내보냈을 때 보안사에서 연락이 왔다. ‘국방법’에 군 장비를 매개로 한 광고는 못하도록 돼 있었던 것. 이 광고는 군인이 죽어서 폐전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보안사는 주장했다. 기술을 제휴했던 프랑스 제약사도 시안을 보고 ‘굿(Good)~’을 연발하며 찬사를 보냈지만, 결국 이 광고는 단 하루 만에 사장되고 말았다. 그러나 당시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MBC TV의 ‘수사반장’에서 주역을 맡았던 최불암 씨 등 유명 탤런트들을 캐스팅한 겔포스 광고는 ‘위장병, 잡혔어!’라는 인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겔포스는 액체가 유동성을 잃고 고정화된 상태, 즉 콜로이드(Colloid)타입의 제재다. 콜로이드 입자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입자에 다른 분자나 이온이 붙기 쉬워 흡착성이 강하다. 콜로이드제재인 겔포스는 두가지 겔(Gel)로 이뤄졌다. 하나는 인산알루미늄겔이고 다른 하나는 천연 겔인 팩틴(Pectin)과 한천(Agar-Agra)을 결합한 겔이다. 이 두 성분의 상호작용과 보완을 통해 우수한 피복작용으로 위산이나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한다. 궤양발생 예방 및 상처 부위 보호 효과도 발휘한다.

겔포스의 뒤를 이어 2000년 보령제약이 선보인 ‘겔포스엠’은 겔포스의 성분과 효능·효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보령제약 중앙연구소에서 4년여 연구개발과 2년여 임상실험을 거쳐 탄생한 겔포스엠의 특징은 위 보호막 형성 작용이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인산알루미늄, 수산화마그네슘, 시메치콘을 추가 처방한 겔포스엠은 소화성 궤양환자는 물론 장기간 와병환자들도 변비나 설사 등의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다.

겔포스엠은 펙틴, 한천에 인산알루미늄을 추가해 흡착, 중화작용을 강화했으며, 알루미늄염과 마그네슘염을 첨가해 제산효과를 높이면서 위장관계 부작용은 줄였다. 또 시메치콘을 추가해 가스 제거, 인산이온 세포 재생과 함께 인 결핍증을 예방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조성물들은 모두 특허 등록된 상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산제 중 유일하게 조성물 특허를 보유한 것이다.

겔포스는 외국에서도 많이 팔린다. 1980년부터 수출한 대만에서는 제산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한때는 점유율 95%, 모방 제품 99개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겔포스는 중국에 진출한 첫 국산 약품이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이 국교를 수립한 첫해부터 겔포스가 수출했다. 처음부터 중국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당시 중국은 1970년대 국내 상황과 같아서 속 쓰림을 위장병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냥 참고 견디면 되지, 무슨 약을 먹느냐’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소화제는 있었지만 위장약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첫해 겔포스의 중국 수출액은 3억 원 정도에 그쳤다. 중국에서는 겔포스가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소비자에게 직접 알릴 수도 없고, 처방전을 받아도 일부 성(省)에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을 모두 환자가 부담한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경제 발전, 식생활 변화,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겔포스를 찾는 중국인이 계속 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겔포스는 중국 진출 12년째인 2004년 매출 100억을 넘겼다. 이후 매년 20%이상 성장해 지난해는 약 5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국내 제약사 제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국산약이 겔포스다.

1975년 출시된 겔포스는 국내에서만 그동안 16억5700만포가 팔렸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4바퀴 이상을 감쌀 수 있는 양이다. 겔포스의 국내 제산제 일반의약품 시장점유율은 58.4%, 상표선호도는 82%, 소비자인지도는 98.2%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겔포스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 일반의약품 허가를 받고, 국가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하반기 신제품 발매를 준비하고 있으며, 젊은층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새로운 광고도 준비 중이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겔포스의 효능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났다”며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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