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양보는 YS‧DJ의 분열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1일 “정치는 나에게 적성의 문제가 아닌 소명의 문제”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정국진단’ 인터뷰를 갖고 “정치가 바뀌면 좋겠다는 국민의 열망을 느꼈다”면서 “열망이 실현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도 도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 어느덧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박원순 시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던 시기는 약 4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득권 세력의 행동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을 때를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선’을 떠올리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의 지지자들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단일후보를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한 그의 행동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안 의원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역사의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3당 합당의 역사에서 배운 것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역사로부터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발전할 수 있다”면서 “문재인 후보가 3자대결을 거론했을 때 나라도 내려놔야겠다. 역사에서 배웠다”고 역사의식을 나타냈다. 그는 평생 가장 큰 고민의 결과였다며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3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민주당과 합당이 결정됐다. 왜 그랬을까. 그는 양당 구조 속에서 한 당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향후 다른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정부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금 많은 야당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나 의원들이 존재 하는 것에 스스로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통합에 따른 가장 큰 성과 내지는 보람”이라고 말했다.

▲정치 시작한 지 2년 반이 넘었다. 그동안의 소회를 밝힌다면.

-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2년 반이 마치 20년 같다. 한국 정치 현실 속에서 일을 추진하고자 할 때 기득권 세력이 어떤 식으로 반발하는지, 또 이 기득권을 어떻게 뚫고 나가서 관철시킬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했다. 앞으로 정치를 하면서 더 중요한 순간들이 다가 올 것이다. 미리 경험할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대선 때 많은 사람들이 후보 단일화 과정을 안타까워했다. 만약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당시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건가.

- 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너무 인재를 안 키운다. 서울시장 선거때를 돌이켜보자. 만약 나와 박 시장이 출마했는데 한 사람이 떨어지고 소멸되어 버리면 한국 사회로 봐서는 큰 손실이 아니겠는가. 내가 양보 한 이유다. 대선의 경우는 역사의식 때문이다. 과거 YS와 DJ가 서로 끝끝내 양보하지 않다가 결국 대선에서 지고 3당 합당이 됐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그 일에서 기인한다. 역사로부터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발전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3자대결을 바란다고 밝혔다. 나라도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사에서 배운 것이다. 평생 가장 힘든 결단이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3자대결도 불사하고 끝까지 가는 거다. 반대로 내려놓는 것은 엄청난 고통스러운 결정이고 결단이다. 역사의식으로 결단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짧은 시간에 압축 경험을 한 지금도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이 결정할 것이다.

▲대선 때의 기억 때문인지 ‘포기를 잘한다’라는 부정적인 비판이 있다.

- 중요한 순간마다 큰 결단을 하면서 살아왔다.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편하게 있을 수 있는 회사를 스스로 나와서 교수의 길로 들어섰고, 정치의 길로 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정치는 조금 다르다. 적극적으로 다른 해석을 하고 표현하는 상대방이 있다. 시간이 간다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대선 후보 양보는 내 평생 가장 큰 결단, 결심, 고통스러운 고민의 결과였다. 심(心) 약한 사람은 절대 그렇게 못한다.

▲정치를 안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 평소 정치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공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대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 열망을 느꼈다. 어느 한 원로 분은 내가 대선 출마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가장 크게 고민에 빠트리게 한 것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국민들의 열망, 정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그 열망 때문이었다. 이 분들의 열망이 실현될 수 있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나에게 정치는 적성의 문제가 아닌 소명의 문제다. 지금도 도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다른 노선을 표방했지만 결국 합당했다.

- 양당 구조 속에서 한 당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불확실하지만 크게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또 다른 이유는 선거 문제였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았던 시기였다. 그렇게 되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박근혜정부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그런 고민들의 결과로 결국 통합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 많은 야당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나 의원들이 존재 할 수 있는 것에 스스로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들이 지쳐있고 분노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싸울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것, 통합에 따른 가장 큰 성과 내지는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