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 메르스로 인해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정치인 중 전문가에 속한다. 메르스 사태 어떻게 보고 있나.

- 감염병은 국가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게 된다. 의사로서의 관점에서 볼 때 바이러스 자체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국가적인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결국 큰 사태가 벌어졌다는 생각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태 수습을 해야 한다. 인터넷 여론이나 언론은 다소 과한 공포에 휩싸여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공포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태 초창기 알려졌던 치사율 40%는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국회의원으로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사태 초기부터 나름대로 정부에 반영시킬 것들을 고민하고 요구했다.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각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 메르스 사태 확산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방미(訪美) 연기 결정을 내렸다.

- 정치는 지위에 따른 역할이 다르다.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대통령 등 각자의 역할이 있다.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에 조언하는 입장이다. 정보를 공개하라, 전문가에게 결정권을 줘라,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챙겨라 등 여러 가지 요구들을 결국 관철시켰다.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감염력이 아주 높은 질환은 아니다. 문제는 국가적인 방역 시스템이 너무나 허술해서 많이 퍼졌다는 점이다. 시스템만 제대로 동작한다면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감염병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 방문을 연기하기 보다는 메르스 대비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세우고 2박3일이라도 짧게 다녀오는 것이 더 옳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연기를 결정한 만큼 대통령 스스로 컨트롤타워를 자임하고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 당내 메르스 TF팀장을 제안 받고 고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매사 뒷 선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

-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한다. 직을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진 않는다. 중요한 시기 때마다 정부에 반영되어야 할 문제에 대해 실제로 관철되도록 노력한다. 누구한테 보이기보다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당의 혁신은 문재인 대표가 직접 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 기업을 운영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많은 조직과 기업들의 혁신 사례들을 접해본 경험이 있다.  그 공통점은 반드시 리더가 혁신의 아이디어와 의지를 가지고 할 때만 성공했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를 통해 혁신에 성공한 예가 없다. 또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며 당원들에 의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공약 사항인 것이다. 문 대표가 직접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한 이유다. 김상곤 위원장 체제 하에서 꼭 필요한 조건은 이 모든 상황이 왜 벌어졌는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4‧29재보선 패배를 책임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보선 선거에서 승리를 했다고 해도 혁신을 해야 하는 것은 당 대표의 몫이다. 단순히 책임을 지기 위해 혁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전권을 다 주고 혁신위의 안대로 따르겠다고 할 때 그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혁신위가 공식 출범한 상황에서 조언할 것이 있다면.

- 먼저 혁신위가 공천문제에만 집중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누가 공천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야당이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인지가 중요하다. 공천은 일부분이다. 신뢰받을 수 있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민의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로 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시스템, 국민들과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체계나 인재풀 등이 있어야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 혁신위가 당의 전반적인 정당개혁을 목표로 광범위하게 살펴야 한다. 공천은 일부분일 뿐이다.

두 번째,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미 안은 다 나와 있다. 새로운 안을 만드는 것 보다 다양한 안중에서 어떤 안을 선택 할 것이냐,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안을 만들고 제도화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실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 실행이 혁신의 키다.

세 번째는 계파문제이다. 계파구조 갈등을 어떻게 혁신 대 비혁신의 구도로 바꿀 것인가. 사실 한 계파 내에서도 혁신적인 사람, 비혁신적인 사람으로 나뉘기 마련이다. 다른 계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계파에서 혁신적인 사람들을 모아서 그 힘으로 당 전체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종의 전선을 다지는 것을 혁신위에서 중요하게 관심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혁신위원 인선을 두고 친노와 비노 간의 갈등이 있었다. 향후에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 당초 당에서 혁신위를 만들 때 인선을 포함, 전권을 위원장에게 주기로 했다. 위원 인선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 혁신위에서 어떤 안을 내놓고 실행에 온기느냐에 따라 (결과는)달라질 것이다. 계파구도가 혁신 대 비혁신 구도로 바뀔 수 있을지, 실제 모습들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정치 시작한 지 2년 반이 넘었다. 그동안의 소회를 밝힌다면.

-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2년 반이 마치 20년 같다. 한국 정치 현실 속에서 일을 추진하고자 할 때 기득권 세력이 어떤 식으로 반발하는지, 또 이 기득권을 어떻게 뚫고 나가서 관철시킬 수 있는지 제대로 파악했다. 앞으로 정치를 하면서 더 중요한 순간들이 다가 올 것이다. 미리 경험할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대선 때 많은 사람들이 후보 단일화 과정을 안타까워했다. 만약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당시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건가.

- 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너무 인재를 안 키운다. 서울시장 선거때를 돌이켜보자. 만약 나와 박 시장이 출마했는데 한 사람이 떨어지고 소멸되어 버리면 한국 사회로 봐서는 큰 손실이 아니겠는가. 내가 양보 한 이유다. 대선의 경우는 역사의식 때문이다. 과거 YS와 DJ가 서로 끝끝내 양보하지 않다가 결국 대선에서 지고 3당 합당이 됐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그 일에서 기인한다. 역사로부터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발전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3자대결을 바란다고 밝혔다. 나라도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사에서 배운 것이다. 평생 가장 힘든 결단이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3자대결도 불사하고 끝까지 가는 거다. 반대로 내려놓는 것은 엄청난 고통스러운 결정이고 결단이다. 역사의식으로 결단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짧은 시간에 압축 경험을 한 지금도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이 결정할 것이다.

▲대선 때의 기억 때문인지 ‘포기를 잘한다’라는 부정적인 비판이 있다.

- 중요한 순간마다 큰 결단을 하면서 살아왔다.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편하게 있을 수 있는 회사를 스스로 나와서 교수의 길로 들어섰고, 정치의 길로 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정치는 조금 다르다. 적극적으로 다른 해석을 하고 표현하는 상대방이 있다. 시간이 간다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대선 후보 양보는 내 평생 가장 큰 결단, 결심, 고통스러운 고민의 결과였다. 심(心) 약한 사람은 절대 그렇게 못한다.

▲정치를 안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 평소 정치가 아닌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공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대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 열망을 느꼈다. 어느 한 원로 분은 내가 대선 출마하지 않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가장 크게 고민에 빠트리게 한 것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국민들의 열망, 정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그 열망 때문이었다. 이 분들의 열망이 실현될 수 있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나에게 정치는 적성의 문제가 아닌 소명의 문제다. 지금도 도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다른 노선을 표방했지만 결국 합당했다.

- 양당 구조 속에서 한 당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불확실하지만 크게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또 다른 이유는 선거 문제였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았던 시기였다. 그렇게 되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박근혜정부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그런 고민들의 결과로 결국 통합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 많은 야당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나 의원들이 존재 할 수 있는 것에 스스로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들이 지쳐있고 분노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싸울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는 것, 통합에 따른 가장 큰 성과 내지는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정부가 무능‧무책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는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을 느꼈나.

- 결국은 야당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력은 곧 신뢰다. 국가를 맡겼을 때의 경영 능력, 국민들이 가진 민생문제의 해결 능력 등 야당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결국 야당의 불확실성보다 여당의 익숙한 실망감에 표를 던지고 있다. 야당이 민생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도 제대로 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역사적 사명이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의 기본 목표는 이기는 정당이 되어야 하지 않나.

- 문재인 대표가 이기는 정당에 대해 언급 했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기는 정당은 지금의 새누리당과 같이 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야당이 이기는 것이 국민을, 국가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신뢰받는 정당이다. 만약 지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면 국민들이 빚진 마음을 지게 된다. 그러면 다음에 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민생 문제를 책임지고 잘 해결하겠다, 정치적인 이익 내지는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공공성 확보에 최우선 봉사하겠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줘야한다.  

▲흔히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정치‧언론환경이 야당이 여당보다 원천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국민들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의 열망을 믿는다. 여러 가지 여건상 야당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때보다 변화와 개혁의 열망이 높은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변화와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만 심어준다면 아무리 여건이 부족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 국민들이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안 의원이 말하는 변화와 개혁은 소위 ‘안철수 현상’으로 연결된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 보나.

-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아졌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국민들은 엄청난 실망을 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비전으로 지식인들이나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제대로 작동하면서 잘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똘똘 뭉쳐지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신뢰할 수 없는 정부이다. 각자 도생하는 방법밖에 없다.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그야말로 날이 서있는 상태다.

- 어느 조직의 일이 벌어졌을 때는 총사령관을 찾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국가의 총사령관이 보이질 않고 있다. 국민들이 방황하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총사령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달라.

▲지난 4‧29 재보선 이후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이길 수 없는 싸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 리더십은 워낙 광범위한 문제다. 지난 4월초, 비서진을 통해 전달한 이야기가 있다.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직을 경험하고 그만두고 나서 느낀 것은 대표는 관리자가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결단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대표했을 때 순천지역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 바 있다. 본선에 가서는 졌다. 결과로 대표직을 내려놨다. 경선을 통했다고 해서 대표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길 가능성이 많다면 경선도 좋지만 경선 결과로 혹시나 질 가능성이 많아져도 책임은 대표의 몫이다라고 전달한 바 있다.

▲재보선 선거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은 광주 선거 패배가 아닐까. 지지기반 지역에서 30% 득표도 못 얻었다. 향후 호남에서의 신뢰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 새정치연합은 탄탄한 지지기반 하에서 외연을 확대해야 승리를 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외연확장은 멈춰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퇴양난이다. 중요한 것은 호남에서도 변화와 개혁의 열망이 있다는 거다. 현 정부에 대해서 여와 야,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실망감은 엄청나게 크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바꿔야한다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럴 때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받을 수 있으며, 정권교체 할 수 있는 정당이 호남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

▲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안 의원으로의 단일화, 문 대표로 단일화했을 때 여론조사 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중도표에서 차이가 났다. 향후 선거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사이에서 중도의 지지를 받아내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 나는 중도라 보지 않는다. 개혁의 열망을 가진 분들이라 본다. 진보와 보수와는 별도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열망은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꼭 중도라고 볼 필요가 없다. 야당이 진보와 보수와 상관없이 개혁적인 열망을 가진 분들의 마음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도는 중간 정도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경제부분은 진보적인 부분, 국방은 보수적인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 많다. 그 분들을 중도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노선이나 이념과는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 중도라서 지지를 받았다는 것 보다 변화와 개혁의 열망을 많이 가진 분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 열망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선주자들은 국가 발전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 의원은 공정성장론을 제기했다. 소개해 달라.

- 한국 사회가 일본보다 더 심각한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는 길로 가고 있다. 최근 그런 추세가 가파라지고 있다.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0%대 정체가 6개월째이다. 디플레이션 위험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4월 달 통계를 살펴보면 한 달에 10조 이상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잡힌 이후 이렇게 부채가 크게 급증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거기다가 미국은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본 유출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엔화 약세 추세는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에 치명적일 것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종합해보면 올해 3%의 성장은 이미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악의 경우, 2% 초반 성장으로 예상된다. 엄청난 고통스러운 길이다. 방법은 있다. 단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이어서 단기간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나는 공정성장론이라 이름 붙이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냈다.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으로는 다시 성장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고통은 재정을 통해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크게 3가지로 본다. 첫째 산업계 구조개혁, 두 번째 신산업 전략, 세 번째 북방경제이다. 산업계 구조개혁은 대기업을 글로벌 전문 대기업으로, 중소기업들은 독일의 히든챔피언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창업 기업들은 미국의 벤처 생태계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매달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관련 콘텐츠와 정책들을 논의하고 있다. 신산업 전략은 산업 분야인 IT, 바이오, 항공우주, 환경 분야 등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할지 정리 한 것이다. 북방경제는 작게는 북한과의 경제협력, 크게는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까지 포괄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방안들을 찾아 정리하고 발표까지 했다.

박근혜정부가 나의 생각을 지금부터라도 받아들여서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박 대통령의 공이 된다고 해도 좋다. 2년 반을 더 기다린다는 것이 고통스럽다. 절박하다.

▲창조경제가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 창조경제는 내가 지난 대선 때 혁신경제를 발표한 이후 일주일 후에 모방해서 나온 거다. 미처 구체적인 콘텐츠까지 가져가진 못했다. 단기적인 처방들만 있지 중장기적인 처방들은 빠져있다. 그러면 오래가지 못한다. 예를 들면 창업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창업하는 기업들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 한번 실패한 기업들에게는 어떻게 재도전 기회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이 없다. 창업하는 기업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단기적인 처방만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창업 기업의 성공확률이 제일 낮다. 3년 후에는 40% 가량의 기업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기본적인 토양을 바꾸지 않고 창업한다고 돈을 나눠주면 박 대통령 임기 말에는 실패한 청년 기업가들이 대거 양산 될 것이다.

▲지역마다 창조경제 혁신 센터들이 대기업들과 함께 결합해서 조성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 창조는 어느 분야에서 누가 할지 모른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공정하게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 토양을 만들어줘야 창조가 생긴다. 토양은 전혀 바뀌지 않고 정부에서 주도하고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창조가 성공한 예가 없다. 더구나 그 역량을 전국 17곳으로 분산하고 있다. 성공하기 힘들다.

▲박근혜정부의 정책 중 외교‧안보는 다른 분야에 비해 늘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가장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 이미 좋은 환경의 시기는 있었다. 박근혜정부 초반 때다. 그때 만약 치밀하고 제대로 된 전략 하에서 강온 정책을 병행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대통령과 외교부장관이 역할을 분담하는 거다. 대통령은 냉담할 수 있지만 외교부장관은 상대와 소통하면서 여러 가지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좋은 시기를 다 놓쳐버리고 지금은 오히려 뒤에서 끌려가는 상황이 됐다. 국익차원에서 엄청난 손실이 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강대국의 역학 관계가 바뀔 때 한반도가 항상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이 강대국의 역학 관계가 바뀌고 있는 중요한 시기여서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환경은 점점 불리해 지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에서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공유를 하고 함께 병행하는 등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5‧24 조치의 선제적 해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 역사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때 외교가 가장 잘 풀렸으며 강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대북관계가 이명박 대통령과는 다르겠지’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칙만 고집하고 있다. 신뢰프로세스를 빌미로 상대에게 먼저 증거만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은 북측대로 요구조건들이 있다. 우리가 먼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5‧24 조치를 선제적 해제하기보다는 북측에 삐라 뿌리는 문제를 국민 보호차원에서 하지 않도록 조처 한 뒤 5‧24 조치에 대해 대화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대화 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잃어가는 것은 많아진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