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건 새 판짜기 혈투(血鬪)

새누리당 지도부.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김태호·이정현 최고위원.
▲ 새누리당 지도부.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김태호·이정현 최고위원.

[폴리뉴스 전형민 기자]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유 원내대표 응징이지만 그 속살은 제20대 총선의 공천권을 두고 새 판을 짜려는 계파 간의 갈등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이다.

친박계는 오는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새판 짜기가 시급하다. 지난 2014년 7월에 열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 대표 경선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에 패배하면서 당내 주도권이 비박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 당내 주도권 싸움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미 친박계와 친이계는 각각 지난 18대와 19대 총선 공천에서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는 이른바 ‘공천학살’을 경험해본 트라우마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학살’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계파 간 싸움은 더욱 치밀하고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과거 2008년과는 다르게 지금 친박계는 뚜렷한 구심점이 사라졌다. 그 당시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상인 최경환 의원은 경제부총리로 입각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는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비박계 투 톱 중 하나인 유 원내대표를 제거함으로서 당내 친박계 운신의 폭을 넓히고 다가오는 총선에서의 공천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영향력 과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노림수는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 유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하더라도 이미 청와대와 친박계는 속칭 ‘가오’가 상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친박계의 예상과는 달리 이미 유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이후 일주일가량을 버티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공천권을 노리고 이번 일을 벌였지만 이번 기회에 당이 뜻대로 안 된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동을 통해 오히려 당청이 각을 세워도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유 원내대표가 만들어준 꼴”이라며 “그냥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만 성공했을 뿐, 당내의 김무성 체제를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당을 흔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깨닫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정리했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안 하고 지금처럼 로우-키(low-key)를 유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다. 사퇴를 연일 외치는 친박계의 주장이 힘 빠진 소리라는 평가가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직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투표로 뽑은 ‘기간이 정해진 선출직’인 만큼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요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 새로운 현안이 생긴다면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달려들었던 친박계의 성화를 유 원내대표가 묵묵히 차분하게 정리하는 그림이 된다. 

새누리당 핵심당직자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자진 사퇴하던지, 스스로의 재신임을 의총에서 묻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원내대표 직에서 끌어내릴 방법이 없다. 전례도 없고 당헌 당규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30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된다면 친박계는 당내 소수 비주류가 된 것을 확인하는 셈”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사실상 바닥까지 떨어진 셈인데 그 당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채 300여일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당에 남는 비박계로서는 절대적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표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내다보고 새 판짜기를 위한 승부수를 던진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노림수대로 당권과 공천지분을 확보하는 교두보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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