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N 방송화면 캡쳐>
▲ <사진=MBN 방송화면 캡쳐>
전형적인 물 타기 수사로 불신만 자초한 검찰

‘성완종 리스트’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은 오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출범 81일
만에 해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 속 정치인 중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6명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8명 중 6명이 지난 2007년 경선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의 핵심인사들이었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 3명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유사 이래 최대의 정치스캔달이라 할 수 있는 이 사건의 수사대상이 현재 권력의 핵심들이기 때문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고 결국 결론은 ‘혹시나’가 아닌 ‘역시나’로 드러났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본질은 지난 2007년 치러진 박근혜 후보의 경선자금과 2012년 대선자금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불구속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는 자신의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이고 홍준표 지사의 경우도 자신의 당내 경선자금을 받은 혐의이기 때문에 사건의 성격이 비교적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6명의 경우는 캠프에 전달되었거나 선거비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이기에 덮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 성완종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된 자금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서 7억을 줘서 사실 그 돈 가지고 경선을 치른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사건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2007년 경선자금과 2012년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은 채, 허태열 전 비서실장, 이병기 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그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처분을 내렸다. 반면에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보좌관만 구속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특별수사팀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김한길 새정치연합 전 대표에 대해 검찰 소환을 통보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에 대해 특별사면 관여 혐의로 조사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그야말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국민들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물 타기 수사이고 향후 야당의 특검 공세까지 의식한 정치적 수사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 불가피할 것,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어

검찰이 이 서점에 성완종 리스트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당청갈등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행보에 맞춰져 있는 틈을 타서 본말이 전도된 수사 결과 발표에 집중될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은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경선자금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고 대다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성완종 리스트에 담긴 사실들이 거짓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   

황교안 총리가 법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해 언급했던 범주에서 사건이 처리되고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검찰이 요란하게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인 검찰의 속성과 행태에 비추어 현재 권력자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약하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력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를 일단락을 짓고 특별수사팀을 해체한다고 하니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다시 특검을 가동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는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특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특검을 통한 수사가 다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2007년 경선자금과 2012년 대선자금의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더라도 언제가 진실은 밝혀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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