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전형민 기자]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로 정국이 혼탁한 가운데 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해 유 원내대표와 서로의 얼굴을 맞댔다.

이날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청와대의 운영위원회 불참통보 논란 등으로 야당 의원들의 성토와 여당 의원들의 방어가 이어졌다. 

이날 회의 시작부터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운영위원회의 파행과 관련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위원장이 사실을 확인하고 재발방지와 사과를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전날로 예정됐었던 운영위원회가 청와대의 불참통보로 인해 연기되고 문제가 불거지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내가 요구했다’며 수습에 나선 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운영위원장인 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는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른다”면서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여야 합의로 하루 만에 다시 (운영위원회가) 시작했으니 양해해달라”고 말해 중재에 나섰다.

이어진 질의시간에서도 야당 첫 번째로 질의에 나선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전날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 발표를 언급하며 “특검을 앞두고 있는 막중한 상황의 국회에서 (수사대상인 이병기 실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면서 “위원장이 이 비서실장의 소회와 신상발언 후 질의에 임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2015년 6월 25일(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날)은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라며 “실질적인 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실종했다”며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강 의원은 또한 전날로 예정돼 있던 운영위원회가 청와대의 돌연 불참통보로 미뤄진 것으로 두고 유승민 ‘찍어내기’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이 비서실장은 “비약이 있다”면서 “그것은 제가 여기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 저는 결산보고를 하러 왔다”고 답했다.

이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오늘 운영위원회가 열린 목적에 맞는 질문을 해서 국민께 일하는 정치인,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강 의원의 발언을 지적했다. 그러자 야당에서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결산을 주로 하는 회의는 맞지만 방금 이 비서실장의 답변은 적절하지 않다”며 “결산에 관한 질의로만 국한하는 듯한, 그래서 야당 의원의 언로(言路)를 막는 듯 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되받았다.

또한 김명연 의원은 질의시간에 “국회법 가지고 말이 많다”며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후 “거부권에 대해 위헌, 헌법유린, 국회무시라고 말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라고 이야기 한 것과 최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국회법에 거부권이 행사된 것에 대해 “실망이 크다. 스스로 국회의 존재자체를 부정했다. 국민을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의회민주주의 위협했다”고 한 것을 비교했다.

그러자 야당 일부 의원들은 “의원님, 질의를 하세요. 왜 강의를 하시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고 김 의원 역시 이에 맞대응하며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한편 이날 10시 열리기로 되어있던 운영위원회는 야당 의원들의 지각으로 15분 정도 뒤늦게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상임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상임위원장실에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 해당기관장이 인사를 나눈 뒤 회의장에 입장하지만 이날 이 비서실장은 미리 회의장에 입장해있었고 야당 의원들을 기다리는 15분 동안 유 원내대표와 마주보고 있었음에도 따로 인사나 악수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당청 사이의 냉랭한 기류를 그대로 드러냈다.